스트레스
나는 날마다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다. 할머님이 뭐라고 험한 소리를 해도 다 참고 이겨내겠다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참고 참고 또 참았었다. 어르신들이 옛 물건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이 못쓰게 돼서 망가져서 버린 것이 아니라 잿더미가 돼서 사라졌으니 얼마나 많은 물건들이 아깝고 애착이 안 가는 물건들이 어디 있을 것이며 두고두고 생각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또 그러는 마음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도 더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아파트 생활도 익숙해지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편안하게 되니 한 번씩 이야기를 하시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할머님의 말씀을 다 듣기만 했었다. 할머님이 화를 내시면 다 받아주고 모진소리를 해도 다 참고 나 혼자 있을 때는 눈물을 훔치며 자다가도 생각하면 눈물을 흘리고 잠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렇게 계속 지속이 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인지 밥맛도 없고 먹지를 못하게 되니 몸무게도 줄고 모든 삶의 희망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말수도 적고 식사도 할머님만 차려드리고 같이 먹지를 못했다. 사는 게 너무 힘이 들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럴 거면 뭐 하러 데리고 있냐고 감방에 처넣지 않고 할머님이 제가 있는 것이 싫으면 내가 사라져 주겠다고' 말하고 싶은 걸 꾹꾹 참았다.
날마다 이렇게 시달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죽어도 누구 하나 슬퍼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려서부터 그 고생을 하고 이제 조금 편안해지려고 하니 이런 일이 생기고 그 일로 해서 고통스러우니 차라리 생을 마감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또 했다. 마음속으로 정리를 하고 이렇게 저렇게 바꾸어 생각을 해도 답은 오직 그 하나로만 치닫고 있었다.
전에 없이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할머님이 큰따님한테 이야기를 한 것 같았다. 하루는 와서 무슨 일인지 말해보라고 하면서 나를 달래는 것이었다. 내가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듣기만 하기를 며칠이 지났다. 그러더니 큰따님이 걱정이 되었는지 나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신경정신과 병원에 데리고 간 것이었다. 가족들한테 말 못 하는 거 의사 선생님한테는 말을 하지 않을까 해서 데리고 간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처음상황만 말하고 그다음에 겪게 되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하면 다시 큰 따님한테로 할머님한테 귀로 들어갈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아시는 분 소개로 갔다고 했으니 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 아픈 마음은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것도 다 소용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