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선
이종오빠 올케언니가 처음 선을 보라고 했을 때는 정말 선 볼 마음도 없었고 마음의 준비도 여유도 없었다. 내가 어떻게 선을 보냐고 그러면 안 된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완강하게 거절을 했다. 그런데 또 이번에는 옆집에 아주머니가 당신 시동생을 소개해 주고 싶다고 올케언니한테 내게 말 좀 해달라고 매일 와서 부탁했다는 것이었다. 우리 아가씨가 싫다고 맞선 같은 것은 안 본다고 해도 만나기라도 해달라고 사정을 했다는 것이었다. 아주머니는 옆에서 일하고 조카들 봐주는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꼭 동서 하고 싶다고 아주머니는 올케언니한테 언니는 또 나한테 자꾸만 그러니 내가 화가 났었다. 그랬더니 올케언니가 내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가씨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냐고 내가 보기에 아가씨는 연애도 안 할 테고 이렇게 매일 집에만 있는데 연애를 어떻게 하냐고 그건 아닌 것 같다고 그러면 중매로 결혼하는 건데 그것도 다 때가 있는 거라고 지금은 혼기가 차고 좋은 때니까 선자리도 들어오지 조금 지나면 그것도 안 들어오고 그럴 때 진작에 할 걸 후회해도 그때는 이미 늦는 거라고 선을 본다고 해서 다 결혼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지만 선을 봐야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또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니 꼭 결혼은 안 해도 되니까 옆집에서 자꾸 그러는데 거절하기도 미안하니 일단 한 번 만나 보고 나서 결정은 아가씨가 하는 것이니 아무 말 안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맞선이라는 것을 보기로 했다. 미리 옆집아주머님이 말해 준 것이 있었다. 집안에서는 그 시동생만 제일 인물은 없지만 회사 다니고 착하다고 했다. 우리들은 어디서 만나서 같이 다녔는지 생각은 잘 나지 않았다. 압구정동에서 점심인지 차를 마셨는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떠오르는 것은 없고 어느 복잡한 거리를 먹고 마시기 위해서 뒤 따라 걸어간 기억밖에 나지 않았다. 내가 특별히 인물을 보거나 학벌을 따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따지면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는 나였으니까 그래도 사람을 만나면 첫인상이라는 것이 있는데 결혼상대가 안 되려고 했는지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가 않았다. 상대방에서는 좋다고 했는데 내가 싫었다. 이것이 시작이 되어서 맞선자리는 심심치 않게 들어왔었다. 제빵사 연탄가게 쌀가게 등 그러나 확실히 믿을만한 사람이 주선하지 않으면 나가지 않았다.
두 번째는 언니가 소개해서 보았다. 내가 먼저 기다린 것 같았는데 그래도 나는 선 본다고 정장차림으로 나갔는데 상대방은 잠바를 입고 온 것이었다. 현장에서 일하다가 온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하고 나올 수가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대방의 대한 예의가 너무 없어서 싫었다.
세 번째는 엄마와 형님 아우 하는 사이로 아버지를 따라서 나이가 많으신 데도 엄마한테 형님이라고 하면서 가까이 지내는 할머님 따님이 소개를 하는 것이었다. 위층에 사는 총각인데 착하고 잘생기고 혼자 밖에 없어서 한쪽 가족이 많은 것도 좋다고 이쪽저쪽 다 확실히 잘 아니까 언니가 보자고 서둘렀다. 엄마와 할머님도 그러시는데 안 볼 수도 없었다. 선을 보기 위해서 엄마와 나는 그 언니네서 하룻밤을 잤다. 자면서 위층이라고 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선 볼 남자가 위에서 자고 있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조금 설레었다.
그리고 선 보러 가는 날 아침 위층에서 나를 데리러 왔었다. 같은 곳에 있으니 나갈 때도 같이 나가고 들어올 때도 같이 들어온 것이었다. 보라매공원에서 버스를 타고 남산까지 서서 가는데 조금 먼 거리였는지 다리가 아팠다. 태어나서 남산은 처음이었는데 맞선 데이트로 남산을 간 것이었다. 버스에서 내려서 남산까지 또 많이 걸어갔다. 계단을 오르고 가파른 길을 이때도 나는 정장차림에 자주 싣고 다니지 않은 구두를 싣으니 발 뒤꿈치가 아팠지만 내색은 하지 못했다. 그리고 점심으로 남산 돈가스를 먹었다. 지금은 유명하다고 하지만 그때도 사람도 많았고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맛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면서 먹었다. 맞선이라고 하면 조용한 장소에서 만나하고 싶은 말 또는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 하는데 우리들은 그러지 못했다. 식사를 하고 이동 중에 걸어가면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무엇이며 취미는 무엇이고 일을 안 할 때는 뭐 하고 지내는지 등등 선 볼 때마다 하나의 공식처럼 늘 따라다니는 질문들이었다. 그런 기본적인 걸로 서로 맞추어 가면서 만나고 안 만나는 것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 서로 거리를 좁혀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서 내려오다가 잠깐 어디를 다녀오겠다면서 가버렸다. 나는 길 한가운데 서서 가지도 못하고 오지도 못 하고 서성거렸다. 의자도 없었고 그늘도 없었다. 한 여름이 아니라서 다행이기는 했지만 가만히 서서 기다릴 수가 없어서 천천히 내려왔었는데 그게 또 그 사람과 거리를 멀게 만들었는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