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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학이야기 Mar 02. 2022

철학이야기 주간 뉴스레터 #7-2

분석철학과 대륙철학은 무엇이 다른가

분석철학과 대륙철학


철학계에서 유명한 분쟁 중에는 분석철학 진영과 대륙철학 진영 간의 대립이 있습니다. 1900년대 초반 분석철학은 프레게와 러셀로부터 기원해서, 전통적인 형이상학적 명제들이 모두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는 논리실증주의에 이르렀습니다. 척 보기에도 과격한 주장을 하다 보니 당대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1950년대 이후부터는 각 세부분야에서 여러 학자들에게 치명적인 비판을 받게 되었고 논리실증주의는 분석철학계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안녕하헤요, jara입니다.

이후 분석철학과 대륙철학간의 구별에 대해 여러 가지 인식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우선, 더 이상 논리실증주의자들처럼 과격한 주장을 하지는 않지만, 분석철학자들은 대륙철학자들과 분명히 구분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학교에서 만난 (분석철학 외에 다른 학파를 인정하지 않거나 가치를 깎아내리는) 분석철학 빌런들을 언급하면서 분석철학 전통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저런 구분 자체가 구시대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그런 구분을 넘나들며 연구하는 학자들(분석적 칸트주의라고 일컬어지는 셀라스나 피츠버그 학파 등)을 이야기합니다. (학술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지만) 나무위키의 분석철학 페이지에서도 이제는 분석철학자들이 갖는 공통적인 철학적 입장을 규정하기 곤란해졌다고 적혀있습니다. 피터 싱어를 인용하면서 일부 방법론적 경향 말고는 분석철학의 공통된 입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죠.

“스스로를 명료하게 표현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제가 하는 것에 가장 중요한 도구입니다. 저는 멜버른 대학 및 옥스퍼드에서 받은 분석철학 교육에 감사해합니다. 명료하게 표현하는 것을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명료하게 말하지 않았다면, 설령 저 안 깊숙이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었다 한들 결코 훌륭했던 것이 아닙니다. 그걸 끄집어냈어야만 합니다.” – 피터 싱어

저는 둘의 차이가 무엇인지 실증할 수 있는 자료를 찾고 싶었습니다. 둘의 차이는 개개인의 증언보다 통계적인 처리를 거친 자료로 입증되는 게 더 적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딱 맞는 자료를 발견했습니다.


PhilPaper Survey


PhilPaper Survey는 2020년에 데이비드 보우그랫(David Bourget)과 데이비드 차머스(David Chalmers)가 주요 철학적 주제들에 대해 철학자들의 의견을 설문 조사한 것입니다. 7685명의 철학자가 설문에 참여했고, 그들은 100여 개에 달하는 주제들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밝혔습니다. 설문을 진행한 연구자들은 이 설문이 후대에 철학사적 연구에 기여하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림 1 설문 조사 예시


질문 중에는 그들이 어느 철학적 전통에 속해있는지 답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분석철학 전통에 속하는지 대륙철학 전통에 속하는지 답했습니다. 그리고 각 질문에 대한 대답들 간 상관관계가 분석되었습니다. 상관관계는 질문에 대한 답이 얼마나 서로 비례되어 있는지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철학적 전통에 대한 답변과 상관관계가 높은 질문들을 찾으면 각 철학적 전통이 가지는 경향성을 규명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상관계수 개념입니다. 상관관계에는 정도가 있고 이는 R값으로 표현됩니다. R 값이 0이라면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고 해석이 되고, 1에 가까울수록 강한 상관관계에 있다고 해석됩니다. 사회과학 연구에서는 통상적으로 0.2 정도 이상의 R값을 가지면 강한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여겨집니다.


철학적 전통과 R값이 가장 높게 나온 질문 2개는 진리 간 모순과 철학사를 탐구하는 방법에 관한 질문들이었습니다. 분석적 철학 전통에 속한 철학자들일수록 높은 비율로 진리간 모순은 불가능하다고 답했고, 철학사의 탐구 방법으로 분석적/합리적 재구성을 선호했습니다. 분석철학자들은 논리적 모순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철학사에 대한 역사적 접근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일치하는 결과라고 해석됩니다. 그 외에 분석철학 전통과 0.2 이상의 R값을 가진 주제는 아래와 같습니다.



우리는 최소한 위의 주제들에 대해서는 분석철학자들이 특정 경향의 답을 선호한다고 답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 글을 보는 누군가에게는 새롭지 못한 사실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특정 집단에 관해 이야기할 때, 개개인의 증언에 의존하는 것(설령 그 개인이 권위를 가지고 있을지라도)보다 통계 자료를 가지고 분석하고 입증하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개인적인 경험은 (최소한 집단의 경험)보다는 편향되기 쉽고, 증언을 바탕으로 검증되지 않는 신화가 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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