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로 Jul 18. 2022

마산 유상 학원 입구의 분식집

어릴 적 먹던 추억의 음식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기 전 겨울방학,  마산의 유서 깊은 학원, 유상 학원 종합반으로 학원을 옮겼다. 중 1 첫 중간고사를 그저 그런 성적으로 시작하였는데, 점점 오르는 성적을 보며 나도 부모님도 욕심이 났기 때문이다.


유상 학원은 당시 마산에 두 개 정도밖에 없던 재수 종합학원 중 한 곳 이기도 했다. 1층과 2층은 재수생들이, 3층은 중, 고등학생들이 썼다. 재수생들의 수업이 많아서 그런지 학원 안에는 큰 매점도 있었고, 주변에는 분식점들도 많았다. 우리가 자주 갔던 분식집은 그중에서도 가장 대로변에 있는 집이었다.


그 분식집은 떡볶이, 튀김, 순대, 라면, 어묵 따위의 분식 메뉴를 총망라한 집이었는데 특히 튀김의 종류가 어마어마했다. 직접 만든 김말이 튀김과 고추튀김, 여러 가지 재료를 꿰서 튀긴 모둠꼬치, 순살 닭튀김, 고향만두 튀김, 그리고 오징어며 고구마 따위의 기본적인 튀김도 있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주로 먹었던 것은 직접 만든 김말이와 모둠꼬치, 순살 닭튀김이었다. 모둠꼬치는 여러 가지 분식 재료들 중 자투리를 꿰어 튀긴 것인데 나는 삶은 달걀이 있는 것을 골라 먹었다. 순살 닭튀김은 그 가게만의 새빨간 특제 소스에 버무려져 있었다. 그 특제 소스가 너무 맛있어서 모둠 꼬치를 사 먹을 때마 아주머니 눈치를 보며 몰래 찍어먹었더니 나중에는 내가 꼬치를 사 먹을 때면 단골 특혜인지 매콤한 소스를 듬뿍 발라주셨다.


그런데 이 집의 별미는 다양한 종류의 튀김보다는 떡볶이였다. 칼칼하고 달콤한 국물 떡볶이에 튀김을 만들며 건져 낸 튀김가루를 원하는 만큼 넣어서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삭한 맛이 좋아 튀김 가루를 너무 많이 넣으면 마지막에는 튀김가루가 떡볶이 국물을 다 먹어버려서 적당량을 넣어야 했다. 튀김 요리를 시작하는 때에 가서 떡볶이를 먹으면 가끔 아주 작은 닭고기 튀김 조각이 떡볶이 안에 들어오기도 했다. 이 집은 어묵 국물도 참 맛이 좋았는데, 김밥을 시키면 어묵 국물에 튀김가루, 김가루, 후춧가루와 잘게 썬 파를 뿌려 내어주기도 했다.


당시 유상 학원의 중학생 반은 하루 3시간 강의에 1시간의 자습 시간으로 시간표가 짜여 있었다. 자습 시간에는 무조건 학원 밖으로 나가 분식집에서 맛있는 것을 잔뜩 먹고 맞은편의 오락실에서 펌프를 하거나 오락실 노래방에서 노래를 몇 곡 부르고 학원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렇게 놀고먹다 자습 시간이 훌쩍 지나버려 뒤늦게 들어간 학원에서 선생님께 무섭게 혼나고 울었던 기억도 이제는 추억이다.


국물 떡볶이와 짭조름한 어묵 국물이 있고 항상 무언가를 바삭하게 튀기고 있는 기름 소리가 들렸던 집이라 그런지 장마철이면 이 분식집 생각이 난다. 유상 학원이 문을 닫고, 맞은편의 크리스털 호텔 부지가 마산 의료원으로 변하면서 주변의 분식집도 함께 없어진 것 같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나의 학창 시절과 그때 먹었던 분식의 맛이 그리운 장마철이다. 그곳이 그리워 거리뷰로 찾아보니 어디가 어디인지도 모르게 변해  있어 더 아쉽기만 하다. 이번 여름 방학 때 외갓집에 가는 것을 몹시 기다리고 있는 아이와 함께 드라이브 삼아 마산 여행을 나가보아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라볶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