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다들 허망하게 남겨져 버렸다. 손을 뻗어 잡았음에도 연기처럼 손바닥을 유유히 휘졌다 하늘 위로 사라졌다. 처음에 엄청 몰입하며 읽었다 감탄을 자아낸 부분이 있었는데...
그래! 정신병동에 있었을 때! 그때였다.
그곳에서 레이코 씨의 이야기들 들었을 때부터 정말 자극적이었다.
이미지가 잘 써졌달까? 레이코 씨의 서사가 매우 인상적이었던 거 같다.
그 파트에서 나오코의 비밀도 이유도 알게 되었다. 개개 캐릭터가 이리도 깊고 현실적이며 서사가 풍부하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확실히 성관계가 많긴 했다 부정은 하지 않겠다. 그렇지만 그냥 성욕에 미친 게 아닌 뭔가 깊은 의미와 뜻이 있으리라 여겼다. 왜냐하면 사랑의 의미와 섹스의 의미를 난 안다. 사랑의 기술을 보면서 개개인으로 존재한다는 게 얼마나 공허하고 갈구하고 두렵게 하는지 안다.
이론으로 학습했다. 영원하지 않은 찰나의 완전함 이걸 어떻게 하지 않고 배기겠는가?
합일한 순간 그와 그녀가 합일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그러니 이 책에선 감정의 우물 속에서 바닥을 찍을 만큼 깊은 것이다.
관계는 이별의 요소로도 사용된다. 성관계는 사회에서 연인들에게만 주어지는 권리이다.
연인이 아닌 자와의 합일은 용서되지 못한다. 그래서 다음 날, 날이 밝으면 그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자책한다. 그리고 도망친다. 관계를 맺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계속 서로의 곁에 있었을 텐데 알을 깨버린 것이다. 그 안에 뭐가 있을 줄은 모르고 이별. 사랑. 합일. 방황. 깨달음. 성장. 상처 온 갖게 어우러져 헷갈리게 한다.
곁으로 보고 느끼면 그냥 섹미새 책인데 깊게 들여다보면 갈팡질팡하는 인간의 나약함을 잘 느낄 수 있다. 난 이게 좋다. 겉은 멀쩡해도 멋있어도 동경하게 되어도 속은 다 썩고 설익었다. 온전한 이 하나 없으며 다들 미쳤다. 모두가 어리석고 나약한 사람일 뿐이라는 게
이리 즐겁고 안도감이 들 수가!
사회적 통념 관념 다 배제하고 옷 벗고 춤추는 게 이상적인 거다. 마치 에반게리온을 이해했을 때 같은 심정이다. 상처받기 무서워 상처 준다. 이 말에는 미치도록 나약한 내가 있다 그걸 극복하려 해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버렸다. 고차원으로 해결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공간에서 서로 몇 걸음씩만 다가가기만 해도 괜찮은 것을
난 불순하고 투명한 사랑이 좋은 거 같다 빠그라지고 손가락질당하지만 그게 본질이고 진실인 것 그런 진솔함이 마음에 든다.
하지만 노르웨이 숲에서 레이코 씨와 성관계를 맺지 않길 바랐다.
왜냐하면 표면적으로도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해서, 육체적 교감 말고도 서로에게
깊게 다가가지 않아도 아픔을 나눌 수 있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서로를 깊게 알고 들어가지 않는다. 다들 스쳐 지나가고 표면적으로 밖에 교류하지 못한다.
그래서 더욱이 그들 둘이 관계하지 않길 바랐다. 육체적 관계만이 그 사람을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이 되지 않길 바랐기 때문이다. 스쳐 지나가도 표면적으로만 맞닿아도 서로 사랑할 수 있길 바랐다.
그리고 서로의 사이가 멀어지지 않길 바랐다.
왜 항상 서로를 맛본 뒤에는 왜 항상 이별이 따르기만 하는가?
그 행위만 아니었으면 혼란할 일도 없을 텐데 자기 인생에 충격을 주는 예외적인 행위가
두렵고 거북하기만 하다 서로 사랑하고 떨어지고 싶지 않은데 왜 하나가 되고 비참하게 떨어지지? 어째서 네발로 꼴사납게 기어 도망가지? 물론 그런 이별과 혼란이 거름이 되어 성장할 것이다. 고통 없는 성장은 없으니까 그렇지만 그들이 관계하지 않고 헤어졌으면 스쳐 지나가는 인연도 밀접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관계가 표면적인 관계의 아름다운 상징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선 관계가 합일이고 서로를 진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장치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둘 다 나오코를 잃은 상처가 컸고 그 둘만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니까 서로가 가진 나오코의 조각들이 합쳐졌다고 볼 수 있겠다
인생은 성장과 퇴보를 몇 번이나 반복하는 것이다. 싯다르타에서 말했듯 세상은 원이고 온전한 건 없다 최상위라는 것도 없다 이렇게 보니 예전에 읽었던 책들이 양분이 되어 다음 책을 읽어 줄 때의 재료가 되는 거 같다. 이래서 고전을 읽어 보라는 거 같고 그렇게 풍부한 사람이 되어가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