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해변의 카프카 2 (무라카미 하루키)
재밌었다. 나쁘지 않았다.
일단 캐릭터들이 다 독특하고 캐릭터성이 짙었다.
근데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꽤 있었다.
이 떡밥이랑 저 떡밥이랑 잘 버무려 먹어야 하는데, 내가 까막눈이라 제대로 못 비벼먹은 느낌?
솔직히 강한 고찰이나 성찰보다는, 스토리가 흥미진진해서 그냥 그 흐름을 따라갔다.
정적이고 시적인 묘사나 의미가 많이 들어간 문장이 있어야 곰곰이 생각해 볼 계기가 되는데,
도파민이 너무 강해서,
“다음 뭐야? 어떻게 되는 건데?”
이런 식으로 속도감 있게 읽어버렸다.
그래서 쓸 거리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리고 방학이라 내가 많이 게을러졌다.)
2부에 와서는 특히 호시노라는 캐릭터가 더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나는 주인공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일단 일면식도 없는 아저씨를 도우려는 것부터가 범상치 않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캐릭터와 더 친근해지기 위해 내가 잘 아는 다른 캐릭터의 탈을 씌운다.
활발하고 털털한 캐릭터라면,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다른 캐릭터를 배우 삼아 연기시킨다.
그러면 그 캐릭터가 더 익숙해지고, 더 좋아질 수 있다.
이해가 안 간다면, 그냥 차은우/아이유를 데리고 영화를 찍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용이 뭐든 상관없이
“오? 차은우/아이유 나왔어? 뭔데? 무슨 영화인데?”
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느낌.
이번 2부에선 전개가 진짜 휘황찬란하다.
많이도 죽는다. 사에키 씨도 죽고, 고양이 아저씨도 죽고...
근데 ‘죽는다’기보다는,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간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이 책은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메타포가 많다.
그래서 캐릭터들과의 관계나 비유, 의미를 잘 모르겠는 부분도 많았다.
후기를 읽어보니, 다른 작품의 요소들도 많이 들어있더라.
이 작가의 다른 소설까지 같이 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한다.
그건 좀 아쉬웠다.
결국, 고양이 아저씨와 주인공의 관계는 뭐였을까?
사에키와 사쿠라은 정말 주인공의 엄마와 누나가 맞는 걸까?
숲 뒤의 이상한 마을은 뭘 상징하는 걸까?
고양이 아저씨 몸에서 나온 그건 뭐지?
샌더스 대령은 왜 도와줬고, 어디까지 얽혀 있는 거지?
질문은 많은데, 답은 찾기 어렵다.
대체 뭘까?
다시 한번 꼼꼼히 읽어본다면 뭔가 다를지도 모른다.
그땐 몰랐던 게 보이면서 이해가 될 수도 있다.
곱씹어야 하는 부분이 많은 책인 것 같다.
그냥 봐도 꽤 재밌지만, 진정으로 느끼려면 전작을 다 읽어야 이해가 되는 시리즈물 영화 같다.
가령, 어벤저스 엔드게임 같은 느낌.
결말만 놓고 보면
"현실을 살아라"
혹은 "서로 간의 공감" 같은 메시지가 아닐까 싶지만, 확실치는 않다.
모호한 부분이 많다.
해변의 카프카는 계란과 딸기잼을 바른 토스트 같다.
맛은 딸기잼이 더 강하고 달콤한데, 메인은 계란이다.
결국, 계란 맛을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이 토스트의 맛이 정해진다.
근데 나는 딸기잼이 너무 달고 강렬해서,
계란 맛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하루키의 다른 소설도 다 읽고,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
그때쯤이면 내 미각도 더 날카로워져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