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마를 떠나 버스로 이동하여 약 5시간쯤 지난 후, 천년고도로 불리는 톨레도에 도착했다.
제법 먼 거리를 달려왔고 이곳도 가이드분 동행으로 톨레도를 알아보는 일정으로 이어지는 날이다.
톨레도는 역사적으로 카스티아 지방에 속해 있었다. 여기서 대성당과 산토토메 교회, 엘 그레코 작품 감상을 하게 된다.
<톨레도 시가지>
먼저 톨레도 고도시를 둘러보기 위해 작은 기차를 탔다. 이곳에서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작은 기차는 고도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주변을 약 30~40분간 일주하는 관광용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기차 안에는 우리말로 된 시가지를 안내하는 해설기가 설치되어 있었고, 이어폰을 연결하여 고도시에 대한 안내를 들었다.
출발점을 지나 어느 정도 지나자 서서히 경관이 눈에 들어왔다. 타호강을 따라 감싸 안은 풍경은 빼곡한 건물과 집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곳은 기원전부터 현재까지 긴 시간으로 이어져 온 유서 깊은 곳이었다. 현재는 도시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되어 있으며, 오랜 기간 동안 사람들이 살아온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었다.
많은 생각이 머물게 하는 도시는 붉은 건물들이 빈틈없이 들어서 있었다. 그 속에는 지나간 사람들의 수많은 이야기가 층층이 쌓여 있는 것 같았고, 그 모든 것은 침묵 속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과 함께하며 지나온 듯했고, 오랜 세월을 잘 견딘 흔적을 남겼다.
<타호강>
도시를 감싸고 있는 타호강은 마치 강을 경계로 하여 성을 쌓은 듯했지만 사실은 천연해자 역할을 했다 이런 지형은 도시의 생존을 위해 옛 도시들이 가장 먼저 선택하던 방어 방식이었다. 강을 잇는 다리와 다리 아래로 흐르고 있는 물결과, 다리입구엔 아치형 회색 성벽이 눈에 띄었다, 이는 이슬람식 양식이었다. 타호강처럼 강을 활용한 지리적 형태는 중세에는 중요한 요새 역할을 하기엔 충분해 보였다.
강이 흐르는 길을 지도로 확인하니, 먼저 다녀왔던 포르투갈 리스본의 대서양까지 흐르는 물줄기였다. 포르투갈에서는'태주강'이라고 부르고 있는 이 강은, 알고 보니 이곳 톨레도에 시작하여 리스본까지 길게 이어져 있었다.
<알카사르>
작은 기차를 타고 이동을 하던 중간에 시가지 전경이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서 잠시 멈췄다. 톨레도 시가지는 빨간색 지붕과 석 회색 성벽이 어우러져 보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물이 알카사르였다. 도시 언덕 위에 우뚝 솟은 건축물이 눈에 크게 띄었다. 호위 병사처럼 도시를 내려다보며 서 있는 알카사르는 '성채' '요새'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아랍어라고 한다.
이곳 알카사르는 본래 로마시대의 요새로 시작하여, 이후 서고트족 통치기에는 수도로, 이슬람교도들의 지배 기간 동안은 왕의 거처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스페인 내전 때 피해를 입었다가 다시 복구가 되어 지금은 전쟁 박물관, 도서관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했다. 한 때는 알카사르는 군사적 건물로 이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건축물은 중후하면서도 아름다운 성으로 마치 동화책 속에서 볼 수 있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당당하게 우뚝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지역 전체를 잘 방어를 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였다. 이 성은 꼬마 기차를 타고 타호강을 도는 내내 눈길이 갔다.
약 30~40분 동안 작은 기차를 타고 고도를 둘러봤다. 다음은 걸어서 시내 투어를 했다. 시간의 깊이가 느껴지는 아득한 과거의 색을 입은 듯한 도시의 땅을 한걸음 한걸음 옮겼다. 오래된 도시 톨레도는 기독교, 이슬람, 유대문화가 서로 지배하거나 침략을 당하기를 반복했던 각 문화의 흔적들이 남겨져 있었다. 그중에 돌길과 구불구불한 미로 같은 좁은 골목길은 오래전 로마시대 흔적이라고 한다. 또 다른 성벽사이, 높은 건물, 곳곳에는 아직도 남아있었다. 이런 톨레도는 도시 전체가 지난 역사적 의미를 나타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로마, 기독교, 유대문화와 옛 흔적이 쌓인 도시의 대지를 걷고 있다는 느낌이 와닿았다.
도시를 걸으며 나는 리온 포이히트방거가 지은 <톨레도의 유대여인>을 떠 올렸다. 이 소설은 한 여인의 사랑이야기를 넘어 한 도시가 어떤 이에게는 삶의 터전이었고 또 다른 이들에게는 추방이라는 끝내 머물 수 없는 장소였음을 소리 없이 전한다. 벽과 벽사이 미로 같은 좁을 길을 걸으며 톨레도의 오랜 이야기 속으로 스며들었다. 한때는 함께 숨 쉬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공존에서 균열로 나아갔던 도시의 비극적인 역사가 마치 옛 시간 속으로 나를 이끈 듯했다. 발걸음을 한 발자국씩 옮기며, 소설 속 유대 여인의 사랑과 비극이 스민 도시의 역사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톨레도는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끝없는 여운을 남기는 도시로 기억될 것이다.
오래된 도시 좁은 길로 나와서 톨레도 대성당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