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향연, 톨레도 대성당

by 글열음
톨레도 대성당

시가지를 걸어 톨레도 대성당으로 향했다. 좁은 골목을 지나 갑자기 환한 길이 열리는 광장에 다다르자 거대한 건물이 눈앞에 자리했다. 견고하고 위엄 있는 건물을 보는 순간, 바로 이곳이 스페인의 종교 중심지였음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듯했다. 건축물 외관은 아름답다기보다는 규모가 매우 크고 웅장한 형태였다. 대성당은 1226년 카스티아 왕 페르난도 3세 시대부터 건설을 시작한 이곳은 한때는 이슬람 사원이 자리한 곳으로써, 이후 오랜 세월을 거쳐 1493년에 이르러서야 완공되었다. 기독교세력에 의해 재탈환된 이후 기독교가 국교로서 지배층들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대성당은 많은 일들이 일어났을 것이다. 성당을 바라보며 당시 시대적 배경에 따르면 이곳은 왕과 귀족 그들의 이야기로 가득 담긴 공간으로서 특히 기독교가 사회 전반에 지배적이던 중세 대성당의 역할은 대단했을 느낌이 들었다.


특히 이곳은 수백 년 동안 가톨릭성당으로 개조되었으며 기독교 세력이 자리를 잡기 전 이슬람 왕국의 위세를 느끼게 한 역사적 현장이었다.


톨레도 성당은 세계적으로 그 규모가 손꼽힌다. 외관은 스페인 고딕양식이었고, 입구 문은 세 개의 문으로 구성되었다. 사자의 문, 용서의문, 심판의 문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여기서 용서의 문은 죄를 회개하고 용서를 받는다는 의미가 있고, 심판의 문은 최후의 심판을 상징하고 있었다. 사자의 문은 신앙의 중요성과 신성함을 상징하는 곳이었다.


심판의 문은 어떤 사람들이 입장을 하는 곳인지 궁금했는데,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하느님의 심판 날에만 열리며 누구나 입장할 수 없다고 했다.


성당내부에 들어서자 도시의 소음은 사라졌다. 오래전부터 기도의 공간이었던 탓인지 신성한 공기가 맴돌고 있는 듯했다. 고개를 들고 천장을 보는 순간 높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스테인드 글레스의 빛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고, 다채로운 빛이 성당 내부를 가득 채웠다. 이 세상의 빛이 아닌 천상세계의 빛이 저런 빛을 띠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놀랄만한 '성체현시대'는 톨레도 성당의 중요한 유물 중 하나로 금과 은으로 섬세하게 조각되었고 높이는 무려 3m에 이른다고 한다. 4대 천사가 기단을 받치고 있으며 중앙의 십자가는 다이아몬드로 장식되어 있다고 한다. 가까이서 자세히 보려고 했지만 높이가 높고 관광객들로 붐벼서 쉽지가 않았다. 중앙재단으로 갔다. 제단 위 가득 채운 금빛 제단화 앞에서 나도 모르게 경외감을 느꼈다. 금빛 제단의 화려함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대성당의 성가대석에는 정교한 목재 조각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 조각들은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기독교 세력이 영토를 점차 회복해 나간 레콩키스타의 역사적 과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성당내부가 온통 금빛으로 장식되어 눈부시게 화려했으며, 스페인 고딕건축물답게 무겁고 엄숙한 신앙심을 느끼게 했다. 이런 여러 바탕은 왕과 대주교가 함께 세운 성당다운 권위가 깔려 있었다.



<스마일링 마돈나>


웅장한 내부 광경을 살피다 '웃는 마리아' 상이 눈에 들어왔다.'스마일링 마돈나'라고 하기도 한다. 아기 예수가 오른손으로 성모마리아의 턱을 간지럽히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성모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짓는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더없이 평범한 어머니와 아기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미소를 보며 아름다움을 느꼈다.


다음은 대성당에서 놓칠 수 없는 엘 그레코 작품 관람을 위한 걸음을 옮겼다. 엘 그레코는 그리스 사람이었다. 엘 그레코라는 이름은 스페인어로 그리스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미술사에서 엘그레코는 르네 상스시대 다음인 매너리즘시대 사람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때는 성화가 자주 그려졌다.


<그리스도의 옷을 벗김>


엘 그레코의 <그리스도의 옷 벗김>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예수가 십자가형에 처해지기 직전 옷을 벗기는 장면이었다. 작품 앞에서 가이드의 해설을 들으며 그림을 자세히 보았다.


화폭 중앙에는 붉은색 옷을 입은 예수가 자리하고 있으며 주변은 군중들이 둘러싸여 있었다. 여기서 특징으로는 엘 그레코는 예수의 모습을 길게 늘인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그림을 보는 순간 자연히 예수에게 시선이 쏠리는 구도이다. 예수의 표정은 평온하다. 그러나 주변 군중들의 모습에서는 긴장감이 감도는 어두움이 느껴진다.


화폭 아래쪽에는 두 여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푸른색을 두른 성모가 보인다. 눈동자는 예수를 향하지 않고 시선은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미 체념한 표정이다. 그 얼굴표정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표정이 눈에 들어왔고, 사람들이 흔히 큰 슬픔 앞에서 오는 어떤 분위기가 느껴졌다.


산토토메 성당


산토토메 성당에서는 또 다른 엘 그레코의 작품을 관람했다.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식>엘 그레코

곤살로 루이스 백작의 장례식 그림이 전시되고 있었다.


여기 작품도 장례식 특성상 무겁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스페인 백작의 장례식을 그림으로 남겼다. 먼저 그림 속에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시야를 돌리면 윗부분은 천상의 세계와 아랫부분은 지상의 현실 세계로 분리하였다.


아랫부분은 성 아우구스티노와 성 스테파노가 오르가스 백작의 시신을 관에 넣기 위해 들고 있고 그 주변으로는 사제, 수도자, 귀족 둘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중앙으로 눈을 돌려 보면 천사가 보였다. 천사는 고인의 영혼을 천상 세계로 안내하는 듯 보였다. 이 부분은 죽음 넘어 영원한 세계에 대한 신비감이 와닿았다.


왼쪽 아래 횃불을 들고 있는 소년은 엘 그레코의 아들이라고 한다. 그림은 전체적인 분위기가 신비롭게 묘사되어 있었고 그림 바로 아래 실제 오르가스 묘가 매장이 되어 있는 묘가 보였다.


이곳에서 엘 그레코의 실제 작품을 만나게 되어서 기뻤다. 두 작품을 가이드를 통한 해설을 바탕으로 그림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건물 내부와 그림에서 느껴지는 중세적 분위기가 신비롭게 다가왔다.


톨레도 여행을 마무리하며


톨레도는 이미 기원전부터 로마의 지배를 받았고 기원전 27년경부터는 보다 조직적인 로마화로 나아갔다. 이 시기는 서양사에 등장하는 대단한 인물인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시대였다. 그 후 로마문명의 일부로 기능하며 지배 영향권을 계속 이어오다, 4세기말 로마 테오도시우스 황제 시기까지 약 400년 동안 로마 제국의 영향권에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톨레도는 오랜 세월 동안 정치적 군사적 행정적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이번 톨레도 여행을 통해 고대. 역사책에서만 보던 그들이 남긴 흔적을 현장에서 직접 마주했다 많은 도시들이 시간 속에 사라지기도 하는데 이곳 톨레도는 기원전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이 이어져 살아왔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톨레도를 나오며 이곳 여행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고대인과의 만남을 경험한 단순한 여행을 넘어 시 공간을 초월한 고대와의 만남이자 역사와의 소중한 경험이었다.

톨레도를 뒤로 하고 다시 마드리드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