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니콜라스 전망대에서 밤을 울리던 목소리

by 글열음


<야경투어>

호텔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가이드와 일행 몇몇이 알함브라 야경 투어에 나섰다. 궁전야경을 보기 위해서 산 니콜라스전망대 쪽으로 가야 했다. 우선 산 니콜라스 전망대로 이동하기 위해 알바이신 시가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알바이신 지구>

알바이신지구는 고대부터 이슬람 시대를 거쳐 지금까지 어어져 오고 있었다. 알고 보니 오랜 역사를 지닌 지역이었다. 기원전부터 7세기경 이베리아 인들이 거주를 했고, 이후에는 로마인들이 도시를 이루었던 곳이었다. 오래전 사람들이 살아왔던 곳, 이어서 현대인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곳을 나는 걷고 있었다.


1492년 가톨릭 군주 정복을 거친 후에도 잘 보존된 이곳, 지금은 알함브라궁전과 함께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가이드의 해설을 들으며 골목 투어에 나섰다.


미로같이 얽혀 있는 골목길 양편에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주택들이 서로 벽을 나누고 있었다. 대부분 14세기에서 16세기 나스르왕조부터 레콘키스타직후 기독교 정복 사이에 지어진 것들이라고 한다. 집들이 너무 낡거나 하면 다시 고친 것 같은 건물도 보였다.

14 ~15세기 무데하르 양식인 높은 벽과 좁은 창, 아치형 문과 창과 흰 벽에 평평한 지붕이 눈에 들어왔다. 이후 집들은 꾸준히 변형을 거쳐 현재는 옛 모습을 복원하고 있었고, 골목길 투어 중 눈에 들어오는 어떤 집은 입구에 중세 유대인들의 집과 정원이 있는 집이라는 표시를 나타낸 곳도 있었다


또 다른 집 대문 앞은 말 걸이로 사용된 둥근 손잡이가 있는 집도 보였다. 골목을 걷다 보면 길바닥은 돌길로 깔려 있었고, 한 때는 이곳은 자동차가 다니기 수월한 아스팔트를 깐 적도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다시 아스팔트 대신 옛 돌길로 복원을 한 길이었다. 이러한 여러 원인 중 돌길은 자동차가 주행 중 일 때 자연히 일어나는 진동을 방지하게 됨으로써 길 옆 건물에 미세한 충격을 많이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알바이신 좁은 거리를 걷던 도중 보라색빛을 띤 특이한 입구문과 창문으로 지어진 건물을 보았다. 이곳은 플라멩코 공연장이었다. 이른 저녁시간 인 탓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이 출입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집시의 공연이 떠 오르면서 이색적인 창문과 출입구가 눈길을 끌었다..



골목길을 걷는 동안 가로등은 어둠 속의 낯선 거리를 환하게 비췄다. 얼마나 걸었을까.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신기한 광경들을 보았다. 높고 흰 벽의 집들은 옛날 부유한 유대인들이 거주하기도 했던 집이었다. 그들이 걸었던 길을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옮기면서 그들의 정취를 느껴보는 경험을 한다. 드디어 알바이신지구에 위치한 산 니콜라스 전망대를 도착했다. 이곳은 그라나다를 여행하는 이들에게는 꼭 둘러봐야 하는 명소였다..


<산 니콜라스 전망대에서 바라본 알함브라 궁전>

탁 트인 전망대에는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알함브라 궁전 야경은 실로 장관이었다. 정말 아름다웠다. 어둠 속에서 바라본 알람브라궁전은 마치 검은 숲이 호위하듯 에워싸고 있었다. 보랏빛 하늘, 기운을 잃은 흰 구름 아래 숲 속은 점점 깊은 수면에 빠지려는 듯 검은색으로 변했다.


이처럼 주변은 한낮의 피로감으로 힘이 빠져갈 때, 궁전은 황금빛으로 생기를 뿜어내며 황홀하게 빛났다. 낮에 봤던 핏빛 붉은 궁궐은 달라져 있었다. 고고함이라는 옷을 갈아입고 숭고함이라는 정신을 손으로 빚어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넋을 놓고 궁전 속으로 들어간다. 밤의 니스로 궁전에서는 오래전 여인의 낮은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시작도 결말도 알 수 없는 그저 숨죽이게 하는 이야기는 끝나지 않은 채로 머물렀다. 분명 오늘은 어떤 이야기로 새벽이 오는 시간을 잊게 하려는지... 어둠도, 지나가던 바람도, 새들도 창가에서 그녀가 펼치는 이야기를 숨죽여 엿듣는 듯 주변은 조용했다. 헤네랄리페 정원에서는 기타곡이 흐르고 물방울들이 춤을 춘다.


전망대 한편에서는 거리의 예술가들이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공연을 하고 있었다. 기타곡과 노래는 눈앞에 펼쳐진 황홀한 알함브라 궁전과 잘 어울려 더욱 신비롭게 하는 마력을 가진 음악공연이었다. 그들 특유의 목소리. 거친 듯 낮은 소리, 찢어질 듯 애절함이 묻어있는 그 목소리..


음악에 흘린 듯 황금빛 알함브라 궁전에 흘린 듯 넋을 놓게 했다. 그들이 기타 선율에 맞춰 부르는 노래는 인간의 삶의 본질을 소리로 풀어내는 듯했다. 슬프고, 안타까운 열정, 머리에서 발끝까지 묻어나는 울림의 목소리에 끌리듯 발걸음이 멈춰졌다.


문득 신화에 나오는 사이렌의 목소리가 저런 소리가 아니었을까, 오디세우스가 사이렌의 노랫소리에 유혹되지 않기 위해서 귀를 막고 무사히 귀향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들의 마력 같은 애절한 노랫소리에 잠시 마음이 바람처럼 일렁거렸다. 알함브라 궁전을 바라본다. 황홀하고 고고하고 신비롭다. 옛 무어인들이 자기들의 궁전으로 되돌아온 듯..... 보랏빛 하늘은 점점 짙은 어둠으로 성큼 성금 걸어가고 있었다.


니콜라스 전망대를 뒤로하고 다시 알바이신 시가지로 나왔다. 관광지에서 유명한 맥주 가게로 갔다.

가이드분이 계산을 했다. 상점이 몰려있는 곳 주변에 위치한 맥주 가게로, 수제 맥주와 전통 타파스를 주문을 했다. 여행을 같이 하게 된 일행들과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여행에서 만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낯선이 들은 어느듯 같은 여행자가 되어있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다시 왕실예배당 쪽으로 향했다. 골목길을 내려오던 길은 관광상품 가게들이 즐비했다. 아라베스크 문양의 머플러, 의류들, 작은 소품들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옛 이슬람 흔적을 느끼게 하는 상품들이었다.


<왕실예배당 뒤편>

<왕실 예배당>

왕실 예배당은 어둠이 깔린 성당 첨탑이 하늘 위로 높게 솟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밤인 탓으로 성당 내부 투어는 할 수 없었다. 밖 외관만 봤다. 흰색 르네상스풍의 화려하고 단아한 건축이었다. 이곳은 이사벨 여왕과 남편 페르난도공 두 사람의 유해가 안치되어있다고 한다. 성당 뒷골목으로 들어서자 기타 연주자는 '플라멩코' 연주를 천천히 시작했다. 슬프고 애잔한 음악이 마음을 울렸다. 연주가 끝나자 나는 가방 속 5유로가 손에 잡혀 박스에 넣었다.


야경 투어를 미치고 버스로 15분 거리에 있는 호텔 숙소로 이동했다.

잠들기 전 우리나라역사와 무어인들 역사를 비교해 보았다.

그들이 처음 북아프리카에서 지브롤터해협을 건너 첫발을 디딘 시기는 우리나라는 통일신라 초반기였고, 그들이 멸망을 했을 때는 우리나라 조선 성종시기였다. 이렇게 따져 보면 그들은 제법 긴 시간을 스페인 곳곳에서 통치를 한 것을 알 수가 있다. 앞으로도 며칠간 여행을 하면서 그들이 남기고 간 흔적들을 군데군데 마주치게 된다는 기대감이 부풀었다.


알함브라!!!

1829년 알함브라를 방문한 워싱턴 어빙은 이 궁전의 아름다움에 깊이 매료되었다. <알함브라 궁전이야기>를 통해 전해지는 찬탄과 궁전 곳곳에 스며든 오래된 이야기들과 전설을 글로 남겼다.

이슬람 문화를 담은 알함브라 궁전을 몇 시간의 방문으로 많은 것을 느낀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한 나라의 오랜 역사가 남긴 흔적을 나는 다 보지 못했지만,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느낌을 적어 보았다. 아마 시간이 많이 흘러도 늘 생각날 듯한 알함브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