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몬세라트. 람브라스거리. 카탈로니아광장.

남유럽 스페인 여행 바르셀로나

by 글열음


<여행길에 오르다>


2025년 3월 말. 긴 겨울 추위가 서서히 꼬리를 내리는 3월 말이었다. 그동안 추위로 움츠렸던 마음과 몸이 기지개를 켤 즈음 나는 두꺼운 외투를 벗었다. 세상만물을 깨우는 계절에 동생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여행사를 통한 페케이지를 선택했고, 남유럽에 위치한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여행을 계획했다. 이 두 나라 중 스페인은 지중해와 대서양을 마주하고 있고, 그리고 포르투갈은 대서양을 바라보고 있는 나라였다.


지리적으로는 스페인은 유럽에서 네 번째로 넓은 면적을 가진 나라였고, 북쪽으로는 프랑스를 두고 남쪽으로는 지중해를 넘어 모로코를 마주하고 있으며, 또한 포르투갈과는 서쪽으로 국경을 서로 맞대고 있었다. 이번 여행지인 이 나라들은 역사적으로도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서로 얽혀있는 문화 역사를 담고 있었다. 그들의 조상이 남긴 흔적과 현재 그들의 삶은, 나에게는 낯설게 다가오겠지만, 그 낯선 광경을 마주할 생각에 설렘이 먼저 앞섰다.


그 나라 날씨를 검색했다. 그에 맞는 의류 그 외 소소한 준비물을 챙겼다. 유럽여행은 소매치기라는 현지에서 당할 수 있는 위험성을 인지해야 한다. 특히 스페인은 소매치기가 더 심하다는 정보를 여행사에서 알려왔다. 같이 가는 동생이 더 꼼꼼하게 예방 준비물을 챙겼다. 필요한 물건을 하나씩 챙기며 여행지 풍경을 그려보는 동안 나의 마음은 무지개 빛으로 채웠다.


인천공항 출발로 바르셀로나 공항 도착이다. 무려 약 15시간이나 비행하는 시간이었다. 오전 인천에서 출발해 오랜 시간이 지나 바르셀로나 공항이 다가가자 비행기는 서서히 하강을 했다. 반짝거리는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어둑한 밤이었는데도 낯선 나라 분위기가 전해졌다. 비행기는 드디어 기어를 안전하게 대지위에 고정시켰다.


바르셀로나 공항 입국심사를 받으며 "올라~" 인사를 나눴다. 공항입구 쪽으로 나와 미리 약속한 장소에서 현지 가이드를 만났다. 그와 미팅 후 일행들과 투어 버스를 타고 호텔 숙소로 갔다.


숙소로 이동하는 동안 투어 버스 기사와 "올라" 스페인어로 인사를 나누었는데, 그는 하얀 이를 드러내 환하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모습은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다정한 나라일 것이라는 느낌이 와닿았다. 오랜 비행시간으로 지친 몸은 그가 웃음으로 반긴 첫인상은 잠시나마 피로감은 사라지고 편안함으로 바뀌었다. 이미 해가 떨어진 어둑한 거리를 투어 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다. 공항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호텔을 여행사에서 미리 예약되어 있던 호텔이었다. 호텔은 제법 깔끔한 내부로 잘 정리되어 있었고, 짐을 풀고 휴식시간으로 들어갔다. 오랜 비행시간의 피로감으로 바로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호텔식당에는 어젯밤에 봤던 일행들과 마주쳤고, 그들과 아침인사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오랜지와 우유 빵 커피등이 나왔다. 나는 우유 대신 커피를 마셨다. 작은 잔의 에스프레소는 진한 맛과 향이 아침을 상쾌하게 만들었다. 호텔식당은 정돈된 분위기에 유리창 사이로 비치는 붉은 햇살이 따뜻했다. 호텔 조식 후 투어 버스를 타고 첫 번째 일정으로 몬세라트로 이동했다.


몬세라트(Montserrat)


버스 창으로 바라본 낯선 풍경이 펼쳐진 주변을 바라보았다. 이동 도중 산 정상에 보이는 주뼛주뼛한 돌기둥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군데군데 보였다. 우리나라 강원도 여행길에서 본 울산바위가 떠 올랐다. 몬세라트 산기슭에 도착해 케이블카를 타고 자연이 빚어낸 바위와 인간이 세운 베네딕트 수도원에 도착을 했다.


몬세라트는 스페인 북동부에 위치한 지역으로 날씨는 쌀쌀한 편이었다. 하늘은 비가 올 듯 회색구름이 넓게 펴져 있었고, 안개가 뿌옇게 주변을 휘감고 있었다. 습기를 머금은 듯한 아침공기는 무거웠다.

수도원에는 '흑 마리아 상' 성상이 있다고 했다. 아쉽게도 내부를 둘러보지 못했다. 이곳 성당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합창단 에스콜라니아 소년 성가대가 유명했다. 이 또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바위는 '톱으로 만든 산'이라는 뜻을 가진 둥근기둥 모양의 바위로 위엄과 신비감으로 다가왔다. 이런 분위기를 처음 마주한 나는 한참이나 올려다보게 되었는데, 그 풍광은 낯선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고, 자연의 힘에 압도되는 듯했다. '자연'이라는 단어를 새삼 되새겨 본다. 다시 바위 아래로 시선을 돌려 보며, 그 아래 자리한 수도원의 모습을 보며 바위와 성당이 자연과 인간이 만든 조화로운 합작품으로 보였다. 둥근 바위 기둥은 훗날 가우디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구조물 설계에도 큰 영감을 주었다는 곳이었다. 둥근 돌기둥을 보며 마지막날 여행지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미리 궁금해졌다.


<성 조르디상>


'성 조르디상'은 사람의 움직임 따라 눈동자도 따라 움직인다고 전해진다. 우리도 그대로 해 보려고 하다가 날씨가 많이 흐려서 그만두었다. 관광객들이 조르디상 앞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였다. 동생이 셀카로 찍으려고 하자 중년 여성이 도와주겠다고 다가왔다. 주변을 돌며 어린아이들처럼 호기심으로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흐린 날씨는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고, 그곳에서 내려올 때쯤 안개도 서서히 걷히고 맑아졌다.


몬주익언덕 <바르셀로나 올림픽 주 경기장>



다시 버스를 타고 몬주익 언덕에 위치한 바르셀로나 올림픽 리그 경기장에 도착했다. TV나 영상매체로 봤던 바르셀로나 올림픽 경기장이었다. 큰 규모를 자랑하듯 잘 조성된 경기장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곳은 우리들에게는 반가운 곳이었다. 황영조 선수의 기념비가 새겨져 있었다. 기념비에는 태극기와 함께 '황영조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 금메달을 딴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고 했다. 머나먼 이곳에서 태극기와 한글을 보게 되어 신기했다. 올림픽 경기장을 둘러보다가, 몬주익이라는 지명을 생각하는 순간 얼마 전 읽었던 스페인 작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소설이 문득 떠 올랐다.


"콜레라가 어머니를 데려가 버렸다. 아버지와 나는 내 네 번째 생일날 어머니를 몬주익에 묻었다."

<바람의 그림자> 칼롤로스 루이스 사폰


내가 서 있는 자리는 올림픽 경기장이었고 그 묘지 또한 같은 지역에 있었다. 책을 펴면 첫 전개부터 주인공 다니엘의 아버지(세뇨르 셈페레)가 몬주익 언덕에 잠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상실의 기억을 담긴 문장들이 나온다. 조용한 분위기와 그 무거운 그리움은 이곳 풍경과 잘 겹쳐져 보였다. 쓸쓸해 보이는 옅은 흰구름 사이 푸른 하늘이 보인다. 이곳 올림픽경기장은 언덕의 북쪽 중앙 쪽 시내 방향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소설 속 몬주익 공동묘지는 언덕의 남쪽해안 방향 항구를 내려다 보이는 경사면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은 같은 몬주익에 위치하고 있었고 거리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 지점을 가려면 올림픽 경기장을 지나 남쪽으로 내려서면 해안을 향해 펼쳐진 몬주익 공동묘지가 나온다. 차로는 10분~15분 거리지만 가파른 지형 탓으로 도보로는 훨씬 먼 길이 된다고 한다. 이곳은 정치인 예술가등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들이 묻혀있다고 한다. 이번 일정에 포함된 곳은 아니었지만, 소설 속 등장하는 배경을 떠 올려 보얐다. 바르셀로나에서는 대표적인 공동묘지였다. 그래서인지 소설 속 주인공 어머니도 이곳 몬주익 언덕에 잠든 것을 시작으로 글이 이어졌다. 몬주익에 대한 줄거리를 기억으로 더듬고 있는 사이, 마침 주민들이 조깅복을 입고 운동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곳 사람들도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운동을 많이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식 후 이동을 했다


<람블라스 거리>


콜럼버스 광장에서 람블라스 거리로 향했다. 거리는 인파들로 북적였다. 나는 람블라스거리를 거쳐가는 카탈로니아 광장에 가 보기로 했다. 다른 일행은 가이드와 보케리아 시장으로 갔다. 람브라스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그들은 붉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제법 눈에 들어왔다. 얼굴엔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언 듯 그들 선조들이었던 이베리아인, 로마인, 서고트족, 그리스인, 아랍인, 유대인 등, 이 땅에서 먼저 살다 간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이 겹겹이 녹아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사람들의 웃는 표정과 무심코 걷는 모습.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통해 그들은 오랜 시간을 통해 다양성이라는 섞임의 흔적이 와닿았다. 이런 독특함은 그들이 지니고 있는 모습은 더욱 매력적이었고, 그들의 또 다른 매력은 낙천적인 모습과 자유로움은 흉내내기 어려운 그들만의 자연스러움이었다.


한때, 스페인은 역사적으로 내전을 격었다. 람블라스 거리를 걸으며 내전 당시의 그림자를 찾으려는 듯 탐색의 렌즈를 돌렸다. 당시의 람브라스거리를 조지 오웰은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그때 상황을 묘사한 글을 남겼다.


"나는 람블라스 거리 한복판을 걷다가 등 뒤로 소총 소리를 들었다."

<카탈로니아 찬가> 조지 오웰


조지 오웰이 영국인으로서 스페인 내전(1936년) 때 직접 참여한 경험을 토대로 쓴 글이다. 당시 람블라스 거리의 살벌한 광경을 묘사한 구절이었다. 오래전에 읽었던 책. 희미해져 버린 기억으로 다시 책을 꺼내 들었다. 당시엔 책을 읽으며 람블라스거리를 찾아보기 위해 스페인 지도를 펼쳤었다. 여행을 하며 믿기지 않지만 나는 람블라스 거리와 카탈로나 광장에 발을 붙이고 서 있었다. 이 나라 근 현대사의 현장에 와 있는 뜻밖의 나를 발견한다. 현장을 걸으며 이 땅에서 느끼는 생생한 감동은 나를 가슴 뛰게 했다. 마치 지나간 역사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지난 역사현장과 흔적을 마주할 때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람블라스거리 번화가를 유심히 바라본다. 걸음을 천천히 옮겨 카탈로니아 광장으로 갔다. 카탈로니아 광장은 그냥 놓칠 수가 없었다. 꼭 가보고 싶은 광장이었다.

카탈로니아 광장

스페인은 광장이 많은 나라였다. 그중 카탈로니아 광장은 스페인에서 상징적인 장소로 알고 있다. 스페인 내전으로 혼란을 겪으며 시민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외치던 곳이다. 스페인내전. 프랑코 독재..... 등 정치적으로 혼란기였을 때, 군중들의 목소리를 내는 중심지가 되었던 곳이므로, 내전, 결핍, 민주화, 자유..... 저항의 광장으로서 대표할 수 있었던 광장이었다.


현재 이 거리는 시민,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광장은 어느 나라 도시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길거리에 진열된 의류 꽃 관광상품 등을 파는 노점상을 볼 수 있었다. 또 건물에 즐비하게 들어선 상점, 식당등은 누구나 이곳이 번화가임을 알 수 있었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그들의 표정은 낙천성, 친절성을 느꼈다. 다양성으로 엮어진 매력적인 이곳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상점과 주변 광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람블라스 거리를 지나다 근처에 있던 슈퍼 마켓에 갔다. 그곳에는 음료, 과자, 과일, 생필품등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우선 물과 과자를 구입했다. 과일코너에는 오렌지, 포도, 바나나, 사과등이 진열되었다. 그곳에서 아주 큰 사과가 눈에 들어왔다. 여태 그렇게 큰 사과는 처음 본 나는 바로 바구니에 담았다. 이곳에서는 과일이 흔해서 호텔이나 식당에서 푸짐하게 제공되었지만 호기심이 발동했다. 계산대에서 물과 과자를 계산한 후 계산원이 사과는 중량으로 가격을 정한다고 했다. 다시 중량을 달아 와야 했고, 굳이 꼭 사야 한다는 생각이 없어서 사과는 구입하지 않았다. 대부분 영어는 소통이 안 되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 스페인어를 번역기 힘을 빌렸다. 물, 과자 등을 구입했다.


가이드와 약속한 장소 콜롬브스 광장으로 되돌아가는 길에 보케리아 시장으로 갔다. 현지인과 여행객들이 북적였다. 시장 안에는 과일 등이 풍성했다. 북적이는 시장을 보며 명소로 알려진 까닭이 와닿았고, 여기저기 둘러보다 잘게 썰어둔 과일을 구입했다.




<콜론 동상>

람블라스 거리를 따라 내려가면, 항구 입구지점에 바다를 향해 높이 우뚝 서 있는 동상이 있었다. 이것을 콜론 동상이라고 한다. 높이 서 있는 동상은 왼손에는 파이프가 들려 있고, 오른손은 신대륙이 있는 지중해를 가리키고 있다는 가이드안내가 있었다. 동상은 바르셀로나에서 개최한 1888년 세계엑스포를 기념해 세운 것이었다. 높이가 높아서 시내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는 동상이었다. 여행객인 듯 한 남성이 다가와 콜롬브스동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달라고 자신의 폰을 건넨다. 높이 서있는 동상배경을 담아서 찍었다. 고맙다고 연신 고개를 숙인다.


여행첫날, 바르셀로나 근처를 투어 했다. 하루가 촘촘한 시간으로 이어졌다. 투어 버스를 타고 발렌시아에 위치한 호텔로 이동했다. 내일은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투어가 예정되어 있다.

알함브라궁전은 어떤 궁전일까. 책이나 영상매체로 보았던 궁전이다. 내일은 알함브라궁전 이야기를 담아야겠다.

카탈로니아 광장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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