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선한 콜라

by 쉬잇

착한 마음으로 행하는 일을 뜻하는 선행이라는 말이 있다. 선행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만원 버스 안 어르신에게 자리를 비켜드리는 것, 길에서 처음 본 사람이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 같이 찾아주는 것 등이 있겠다. 하지만 선행하려는 사람의 마음과 받는 사람의 처지가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만원 버스 안 자리를 비켜드린 어르신이 기립성 저혈압이 두려워 서계셨다거나, 지갑을 같이 찾아다닌 모르는 사람이 심각한 피해망상증 환자여서 “이 사람은 내 지갑을 같이 찾아주는 척하면서 발견하면 곧바로 숨겨버리고 오리발을 내밀 거야”라는 생각에 불안에 떨 수도 있다. 아무리 선한 생각으로 도와줬다고 해도 결국은 비극적 “불선”이 되는 것이다. 봄꽃 속 푸른 애벌레는 번데기에서 깨어나니 갈색 나방이 돼버린 것과 같은 안타깝고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나의 경우를 말해보도록 하자. 어릴 적 무더운 여름, 9층 아파트 밑으로 고개를 내밀면 볼 수 있는 안경 쓴 집배원 아저씨는 매일 많은 양의 우편 나르느라 너무 힘들어 보였다. 항상 우리 집 앞에는 오전 11시가 조금 지나면 오셨다. 저 좋은 인상의 아저씨에게 무언가 주고 싶었다. 그리하여 학교를 가지 않는 날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콜라를 들고 집 밑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밝게 인사하는 아저씨에게 콜라를 드렸다. 아저씨는 고맙다고 하셨다. 기쁜 마음으로 후다닥 집에 올라가 창문으로 고개를 빼고 아저씨가 가는 것을 보았다. 도덕 시간마다 다짐하던 선행을 하는 날이었다는 생각과 땀을 닦으며 콜라를 드실 아저씨를 생각하며 기분이 좋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집배원 아저씨를 보게 된 날에 콜라를 잘 드셨는지 물어보았다. 사실은 콜라가 터져서 우편이 다 젖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셨다. 그렇다. 내가 잘못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덜컹거리는 우체국 구형 오토바이를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들뜬 마음에 그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 것이다. 정말 자책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 후로 함부로 선행을 베풀지 않는 부끄러운 사람으로 컸다. 섣부른 선행이 두려워졌다.




콜라가 검은 색인 이유도 심적으로 이해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