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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랖 Nov 19. 2024

Round 13

며느리의 반란

아버님은 아이가 유산됐다는 소식을 접한 후 죄책감이셨는지 아니면 지 새끼하나 지켜내지 못한 변변찮은 며느리에 대한 원망이셨는지

자식들의 연락을 모두 차단하셨다.  전해 듣기로는 한 달정도 아예 집전화 선을 뽑아버리셨다고..

그럼 그 일이 있은후 쭈~욱 시댁에 안갔냐.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만은..


내 부모라면 딱! 끊고 싶지만

남편 부모인것을..천륜인것을...

실은 남편이 마음이 완치될때까지는 며느리직 휴직해도 돼!라고 말해주길 바랬지만

내 남편은 그럴 위인이 못된다. 울 남편은 소문난 효자 아니던가.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 말만은 끝까지 내뱉지 못할 못난 인간이다.

나는 결혼하면 절대 안되는 배우자감 1위로 효자를 뽑는다!

남의 인생 망칠 위험이 다분한 배우자감이므로 꼭!부디!

조심하시길!!



몸이 회복된 후 3개월쯤 되니 그 효자남편이 드릉드릉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아버님 혼자 계신데 가봐야 할것같다..며느리가 안오니 다른 자식들도 오지 말라고 하신다...우리가 가까이 사니 가봐야하지 않겠냐...등등


입을 아주 쫙! 찢어버릴까부다.

그 입 다물라했다. 내가 먼저 간다고 말하기 전까진 입도 뻥긋하지 말라고! 꽥! 소리질러줬다.

그러나..어쪄랴~ 천성이 착해빠진 걸..(아니 남편 말고 저요!!^^ ㅋㅋㅋ)


몸과 마음을 추스린 후엔 내 발로 또 기어갔다.

반찬 싸갖고 찾아갔드랬다. 아효.. 누굴 탓햐~

(이젠 반찬 직접 안합니다. 반찬가게에서 사갑니다! 그렇게하니  맛없다고 하시는 그 타박이 고깝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내가 만든게 아니니깐요 헤헷!)


그리고!! 아버님께 드리는 문안 전화는 일절 안하겠다고 했다. 매일 남편이 전화로 문안 인사 드리는데 나까지 할 필요가 있냐 싶었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솔직히 할 말도 없다.

폭언은 아니지만 온갖 악담을 듬뿍 담아 전해주시는 말투 때문에 한 번 통화에 일주일 헛구역질을 얻어가는 나로서는 엄청난 혜택이었다.

예전처럼 나긋나긋 며느리는 튼튼이와 함께 죽었다.  더이상 웃어드리지도 조곤조곤 간지러운 곳을 긁어드리지도 않을 것이다.  안하던 여우짓까지하며 무던히도 애썼던 그 착한 며느리는 이젠 없다.

눈도 마주치기 싫었다. 대답만 겨우하는 삭막한 내가 되어있었다. 같이 앉아 식사하기도 꺼려져서 한 두 달은

속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겸상도 피했다.






공무원 시험 합격하고 대기없이 바로 교육받고 근무발령을 받은 터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버님에 대한 원망이 사라진 건 아니고 원망을 할 시간이 부족했다.

또 하나 얻어간다.

팽팽하게 잡고 있던 그 감정선을 놔버리는 것도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든 관계는 상대적이다. 내가 노력한 만큼 상대도 노력해줘야 관계의 균형이 잡히는 법이다. 그게 부모와 자식관계일지라도! 시아버지와 며느리 관계일지라도!! 


나 혼자 전전긍긍 당하기만 이 ‘갑’과 ‘을’의 관계를 정리해야 했다. 적어도 내 마음속에서만이라도.

‘갑’을 더 갑스럽게 만드는 행위 ‘을’이 베푸는 무기력한 친절 때문이라고 어디 책에서 본 것 같다. ‘을’중에 ‘을’인 나는 ‘을’을 포기한다.

을이 있어야만 갑도 존재하는 법! 이제 더이상 아버님은 나에게 ‘갑’이 아니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레 나보다 더 오래 며느리직을 겸하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됐다.

근데..아무리 찾고 또 찾을라고 해도 나처럼 시아버지 시집살이 하는 사람은 눈 씻고 찾고 또 찾아봐 못 찾았다. 

울 아버님처럼 특이하신 분도 없었다.

내 얘기를 들으신 분들의 반응은 이거 실화냣?

예~~ 실화 맞습니다. 근데 반전은 너무 재밌다며 더더 들려달라신다. 그래~ 남의 얘기니까 재미들 있으시겠지...나도 어떨땐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픽!하고 새어나올 때가 있으니까 뭐..


그리고 깨달았다.

남편과 형님들한테서, 아버님한테서 늘~ 며느리가 더 잘해야 한다! 너만 잘하면 된다!고 가스라이팅을 당한 터라 내가 무조건 다 잘못한 줄 알았다.

아니였다.

아버님이 나를 너무 막 대하신거였다.

남편이며 형님들이 나만 부려먹은거다. 지네들 편할라고. 에라이~


내 결혼 얘기를  듣던 동료 몇 명이 결혼을 포기한다고 했다. 미얀 ㅜ.ㅜ


근데 어쩌면..혼자 사는 것도 뭐..괜찮을지도..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도 물론!!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반드시!!!!푸하하하하하하핫!!!




시댁에 가는 날을 한 달에 두 번에서 그냥 내가 가고 싶은 날로 정했다.

못해도 한 달에 한 번은 가기로.

남편은 시큰둥했지만 싫으면 너 혼자 가라 니네집!! 하고 쏘아 붙여줬다. 또 혼자는 안간다. 당연하지! 가서 밥 할 사람이 없으니 내가 꼭 가야지. 이런 씨~


아버님이 동네 할머니 찝쩍댄 사건으로 노인정 출입은 금지당하셨지만 사지육신 멀쩡하시고 주위 친구분들과 장에도 놀러 댕기시는데 설마 본인 드실거 못사다 드실까. 친딸들(형님들)도 거부한 반찬공양!

횟수를 줄였다. 가져갈 때마다 맛없다 하시는걸

매번 드리는것도 불효아니겠는가?


어랏? 근데 친아빠한테 못받은 사랑을 시아버지한테만은 꼭 받아내고야 말것다는 그 마음을 놔버리니

오히려 아버님이 그 줄을 팽팽이 낚아채신다?

이것이 진정한 밀당의 공식이란 말인가?

갑자기 바뀐 공기의 흐름을 느낀 아버님께서

어려운 시험도 합격했으니 차 한대 사라며 통장을 척 쥐어주신다!

(이거 참 일이 묘~하기 흘러가네그랴..)



안받겠다고 했다

내 인생 모토가 무엇인가? 결혼해서 더더욱 느낀거지만 세상에 공짜는 절대 없다!!!아닌가.


“아버님! 저 차 필요없어요. 안 받겠습니다!”


했더니 아버님은 노발대발!

어른이 주는데 건방지게 안받는다며 공무원시험 합격하니 눈에 뵈는게 없냐!니가 변했다!

사람 마음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냐!!


저기 아버님~ 선물이란 받는 사람 마음에 들어야지요~ 저는 전~혀 받고 싶지 않습니다만!!


순간!

남편이 슬쩍 통장을 잡았다. 

이 인간이 타고난 효자가..아닌거 아녀? 떨어질 콩고물을 염두에 둔 후천적 효자?? 에이 설마 아니것지.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르더니 “아버님 감사합니다!하고 받아“하며 도장까지 아주 야무지게도 챙긴다.

에라이~


아버님이 2천만 원 찾아서 “공무원 며느리!!너 갖고 싶은 차 사라“고 호하게도 원래도 크신 목소리 온 동네 다 들으라고 쩌렁쩌렁 말씀하셨다.

진짜진짜×100 저는 차가 싫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아버님이 사주시는 차가!!! 싫습니다!!!


그럼 그렇지!

2천만 원을 이체함과 동시에 아버님의 닦달은 시작됐다.

마음에 드는 차는 샀냐 계약을 했냐 등등.. 저기 아버님~ 저 이왕 사주시는거 외쿡 차를 타고 싶은데 돈이 모자릅니다 아주 많이~

해볼까하다 말았다. 대찬 뒷일이 감당안될까봐..

(쬐끔 후회도 됩니다.어차피 힘들꺼!! 좋은 차라도 함 타볼것을!!!!!!!ㅋㅋㅋㅋㅋ)


그때만 해도 차 계약 하면 바로바로 나오는 때라 한 달 이상 기다려야 된다는거 이해 밖이었다.

모닝을 계약했는데 그것이 앞에 뭣이 붙는다. 뉴~모닝도 아니고 올!!뉴~모닝!! ㅋㅋ 쌔삥이다

그 신차를 전국에서 두 번째로 계약을 해서 한 달 가량 기다려야 한단다. 디자인도 전부 바뀌고 성능도 좋아졌다는데 심지어 경차!!

국가보조금도 받고 이래저래 할인도 받고 ...



시어머니께서 돌아가기 전에 땅(논)을 주셨다. 당신 눈 감기전에 아들 명의로 바꾸는 걸 꼭 봐야겠다고 하셨다.


울 아버님은..좋은 분이다. 물론 밖에서만!

마을 분들과 술 거나하게 자시고 기분 좋아지신 나머지 시어머니께서  안먹고 안입고 죽을 힘을 다해 모아서 산 집 옆 땅을 턱!하니 마을에 기부한 사건이 있었다.

물론 나 결혼하기 전에. 그래서 시댁 옆에는 시댁 집보다 몇 배는 더 큰 마을공동창고가 떡허니 자리잡고 있다.

울 어머니는 그걸 볼때마다 아마 그 창고를 때려뿌시고 싶으셨을거다. 그러니 홧병에 걸리셨지.

또 사고를 치실까 싶어 치매가 살짝 오셨는데도 땅 명의 변경 건은 또렷하게 그리고 매번 확실하게 말씀하셔서 아버님도 아무말씀없이 그리하라하셨다.

아들 명의로 변경된 등기부 등본을 보신 후에야 마음편히 눈을 감으실 수 있으셨을거다.

어머님이 그렇게 해주지 않으셨다면 그 논 또한 마을에 기부하셨을지도...


주신 땅을 받고 세금 내고 상속세를 내고 나니 그때 내 통장에 남은 돈은 현금 79만원이 전부!

그렇다고 엄청 비싼 땅도 아니고 그냥 시골 논이다. 그때는 남편도 프리랜서였고 나는 백수였으니 돈이 없었다.

돈은 없는데 숨쉬어도 돈이 나갔다. 양가 부모님께 들어가는 돈이 내가 쓰는 용돈의 몇 배는 됐다. 잔액이 점점 말라가고 있는 터라 아버님이 주신 그 2천만원은 우리 남편도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이었으리라.

통장을 들여다보며 매일 한숨였는데 이제는 시험도 합격했고 남편도 프리랜서를 관두고 엄청 좋은 회사는 아니지만 안정적인 직장도 얻었다.


그리고! 걸어서 출근을 하니 아직은 차도 딱히 필요없었다.

또 내 무덤파는 소리가 들린다.


차 나오는 한달동안 나는 나물 볶듯이 아버님께 들들 볶였고 차가 나왔을 때 타고 제일 먼저 간 곳 시댁이었다.

내가 운전을 하고 순회공연을 하는 것마냥 동네 몇 바퀴를 돌았고 어르신들이 계신 곳이면 내려서 인사도 드리고 차 트렁크에 실어놨던 술도 뿌리고 댕겼다. (아버님이 술을 박스로 사오라고 하셨음)


이거 뭐 누가보면 선거 출마하는 줄...세상에 공짜는 없다!!절대루!!!  또 한번 뼈속 깊이 새겨본다.


거 참 이상하지? 처음부터 사고 싶지 않은 차라 그런가

차가 신호받고 가만히 서 있어도 누가 뒤에서 박고, 후진할라치면 안보이던 구조물이 갑자기 뿅! 하고 나타났으며 버스가 박아버릴라 하지 않나

외제차 사모님이 들이박더니 도대체가 차가 안보였단다!. 아무리 경차여도 사모님~ 차가 안보일리가요 흠흠

나쁜 기운이 잔뜩 묻은 올뉴~모닝은 뽑은지 1년도 되지 않아 반값도 못받고 팔아버렸다. (사고 이력이 많으니 뭐..)

나랑 인연이 아니였나보다. 내물건 소중히 여기는 나도 보내면서 아주 속이 시원하다~생각했을 정도면..

처음부터 우린 잘못된 만남!!



아버님이 운동을 시작하시겠다며 츄리닝 세트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벌써부터 등줄기에 진땀이 흘러내린다.

분명 마음에 들지 않으실거를 밑바탕에 깔더라도 그걸 고르고 또 반품하고 좋은 소리 한 번 못들을게 또 불보듯 뻔하니까 사러가지도 않았는데도

힘이 쫙! 빠졌다.


아버님 기준! 좋은 옷은 일단 메이커!! 그 다음 커~다란 메이커!! 그리고 시골 어르신들도 다 아는 메이커  한다.

그니께 어쨌뜬 메이커!! ㅋㅋ비싼 옷!!

원하는 색상은 그때그때 달라지시니 여쭤보고 또 여쭤봐야 한다. 이번엔 블랙 계열로 원하신단다. 마을서 누군가가 입은 게 탐이 나셨나보다.


퇴근 후 백화점이고 아웃렛이고 다 뒤져 짱달막한 어르신이 입어도 다리가 길~어보이고 수선이 따로 필요없는 발목에 밴드 있는 걸로다가 어렵게 구매했다.


비쌌다. 메이커니까.

교환 및 환불 가능성 99%이므로 영수증 단단히 챙기고 교환능 날짜까지 췍!체크!!


근데 문제는 빨리 가져다 달라하셔서 나보다 더 빠른 택배로 보냈다.

퇴근 후 힘든 몸을 끌고 계단을 오를 참에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는 아버님! 택배를 받전화주셨나보다.


“너 지금 이걸 나보고 입으라고 보낸거냐? 택배로 보낸 것도 기분나빠 죽겠는데 이런 거지같은 옷을 사서 보내?”


내게 주신 게 있으셔서 그런가 목소리가 더 서슬퍼랬다.

이젠  화도 안난다. 갑자기 내 마음이 차분해졌다.

안그래도 야근하고 와서 힘든데 이런 전화까지 받으니 이번엔 못참겠다 싶었다.


아버님! 왜 화가 나세요? 급하게 필요하다고 하셔서 택배로 보내드렸는데 왜 화가 나십니까? 며느리가 정성스럽게 고른 옷이 도대체 어디가 마음에 안드시는데요??예?”


갑자기 조용했다. 항상 본인 마음에 안드시면 상대방이 말을 하고 있건 어쨌건 전화를 뚝! 끊어버리는 분이라 당연히 끊으시겠지 했는데

끊지도 않으셨다.

놀라신 게

늘 조용하고 말대답 한 번 하지 않상냥하고 이쁜 며느리가 시아버지 말씀을 되받아치니 딴에는 엄청 당황하신 게다.


순간 오늘 하루의 피곤함이 싸~악 사라졌다ㅋㅋㅋㅋ



그리고

그날 이후

 아버님은...

식음을 전폐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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