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정아 지금 7월이야"
이옥섭 감독의 <로미오 : 눈을 가진 죄>를 관통하는 대사이다. 사실 이 단편 영화를 접한지는 햇수로는 한참 됐지만, 처음에는 그냥 구교환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라서, 영상 질감과 크리피함이 좋아서 이 영상을 계속 찾아보았던 거 같다. 작중에서 구교환(로미오)은 사랑에 눈이 멀어 수천 대의 자전거 중 사랑하는 사람의 자전거를 찾거나, 자판기와 싸워서 이기면 만나준다는(?) 어이없는 요구에도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싸운다. 결국 사랑에 눈이 멀어 자신의 눈을 뽑아 사랑하는 사람을 찾다가 밟아버리는 그로테스크함을 보여주며 스토커 같은 그의 집착 같은 사랑도 정공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게 만든다.
또, 극 중에 나오는 노란 장미의 꽃말은 정말 모순적이다. '변하지 않는 사랑'과 '질투, 시기'인데 정말 안 어울리는 단어들이 하나의 꽃에 들어가 있다니… 곰곰이 이 두 단어의 상관관계를 고민해 본 결과 나름 나만의 답을 낼 수 있었다. 로미오는 노란 장미를 변하지 않는 사랑을 표현하려 산 것이지만,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는 소정이 입장에서는 질투와 시기로만 보였을 것이다.
필자는 짝사랑을 할 때면 가끔씩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귀찮게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I 95%에 소심한 성격이라 더욱 마음의 문을 닫고 그런 생각을 하는 편이다. 나는 항상 남이 먼저 표현하고 다가와 주기를 바란다. 낯을 많이 가리고 사랑을 하는데 신중한 편이라 로미오 같은 행동을 절대 못한다. 로미오의 행동을 보며 과하지만 않다면 배울 점도 있는 거 같다. 나에게는 너무너무너무 어려운 행동이지만 내가 원하는 사람을 겟하려면 먼저 용기를 내야 하고, '변하지 않는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 그게 질투와 시기로 보일지라 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질투와 시기로 보이게 되면 노란 장미를 잠깐 꺾을 필요도 있는 것이다. 그러곤 또 노란 장미를 사겠지. 삼년불비우불명이다.
로미오처럼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좀 비굴해 보이고 찌질해 보이면 뭐 어때서.. 그것 또한 어수룩하지만 그 사람만의 표현 방법일 수도 있다. 어수룩한 모습이라도 상대에게 티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이 단편 영화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에 우리 모두 조금씩 더 용기를 내봐야겠다.
최근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일가견이 없어져서 난항을 겪고 있는데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키보드를 잡으니 내 감정의 자취도 돌아볼 수 있는 거 같다. 첫 글이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