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과 여유 사이

by 주작가

처음 입사했을 때,

나는 모든 게 새로웠고

모든 것을 바꾸고 싶었다.


작은 비효율 하나에도 눈이 갔고,

모호한 커뮤니케이션, 중복되는 일,

비어 있는 보고서 양식 하나까지도

고치고 싶었다.


의욕이 넘쳤다.

‘왜 이렇게 하지?’라는 질문이

‘이렇게 바꿔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정리하고, 제안하고, 개선안을 만들었다.


그런데 옆자리에 있는 선배는 달랐다.

그는 그 일을 7년째 하고 있었다.


그도 예전엔 나처럼 생각했을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그의 말과 움직임에는

시간이 만든 리듬이 있었다.


업무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며

타 부서와 조율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고,

바꾸는 것보다 유지하는 걸 고민했고,

‘하고 싶은 일’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골랐다.


어떤 문제를 마주하면

그는 당장 고치려 하지 않았다.

‘이건 나중에 기회가 오겠지’,

‘지금은 내가 먼저 바꾸는 것보다

흐름을 보는 게 낫겠지’라고 말하곤 했다.


처음엔 답답했다.

그저 포기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포기’가 아니라 ‘이해’라는 걸

조금씩 알게 되었다.


세상은 내 기준만큼만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은 각자의 속도가 있고,

일은 타이밍이 있어야 바뀐다.


지금 내가 발견한 문제도

그는 이미 오래전에 알았을 수 있다.

다만, 지금은 '알고도 기다리는' 쪽을 택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건 타협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법, 사람과 사는 법을 아는 태도였다.


오늘은 바꾸지 못했지만,

다름을 알았고,

내일은 그 다름 속에서 조금 더 조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조용히 일한다.

바꾸지 않지만,

보고는 있다.

기다리고 있고,

준비하고 있다.



모든 것을 바꾸려는 마음도 귀하지만,
바꾸지 않아도 함께 가는 마음엔
시간이 만든 지혜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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