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설산을 걷는 상상을 해본다.
발밑은 미끄럽고, 길은 사라진 듯 보인다.
그럴 때 가장 반가운 건
그 흔적이 있어
나는 어디로 발을 디뎌야 할지 알 수 있고,
어디가 안전하고
어디는 돌아가야 할지 가늠할 수 있다.
삶도 그와 닮아 있다.
우리는 모두
처음 가는 인생길을 걷는다.
정답도 없고, 방향도 선명하지 않을 때
누군가의 말, 기록, 태도는
그 자체로 이정표가 된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고전을 읽는다.
그들은 내게 직접 말을 건네지 않았지만,
수백 년 전의 문장이 지금의 나를 일으킨다.
살아낸 자의 사유와 자세가
오늘의 나에게 길을 내준다.
내 삶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그런 흔적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는
그저 나 하나 잘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바르게 배우고,
바르게 실천하고,
바르게 남기는 일.
그건 누군가의 어깨에
내가 놓아줄 수 있는 가장 조용한 온기다.
아무도 모르게 남긴 나의 성실이,
누군가에게
눈 덮인 세상에서 가장 분명한 방향이 될지도 모른다.
내가 잘 걷는 길은,
언젠가 누군가에게
‘여기로 가면 괜찮아’라는 말 없는 이정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