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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의환 Oct 24. 2021

(6)  녹야원에서 들은 코뚜레의 실체


새벽 갠지스 강에 다녀와서 아침 먹고 호텔에서 단잠을 잤다화장(火葬)하는 광경을  바라나시(Varanasi)에서 생사 혼재한 광경을 많이 봐서인지 마음이 차분해지고 가벼워졌다이제 연휴도 끝나가고 있으니 오후에 호텔에서 나와 녹야원이 있는 사르나트(Sarnath) 둘러보고  비행기를 타고  본거지인 방갈로루로 돌아가면 된다호텔 체크 아웃  바라나시에서  10km 정도 떨어진 사르나트에 갔다

차에서 내리니 어떤 노인이 가이드를 자원하고 나선다인도 영어치곤 달변으로 자기는 불교 신자이며 불교 대학에 다니고 있으니 불교 성지를 가이드하는 데는 적격이라고 소개한다내가 망설이고 있으니 옆에 있던 다른 가이드 경쟁자들이 놀리  소리친다. ” 사람은 힌두교도예요!” 속는  치고 가이드  얼마 주면 되냐고 물어보니 주고 싶은 대로 주면 된다고 대답한다고단수다. 400루피( 7000정도  각오로 가이드로 삼았다.

 

그는 처음에 중국 절로 안내했다사르나트는 석가모니께서 성도  처음으로 설법하신(初轉法輪성지이므로 중국 태국 스리랑카   각국의 절이 유엔에 대표 파견하듯  있다가이드는 우리가 한국에서   몰랐던  같다중국 절에는 배불뚝이 포대화상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우리나라 사찰 같은 엄숙하고 고요하며 뭔가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나지 않았다태국 스리랑카 절에서도 우리의 통념과는 다른 이질감이 풍겨 나온다최근에 읽은 박완서의 티베트 기행기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절에 대한 통념을 아래와 같이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우리 절은 명찰일수록 명산 중에서도  정기가 응집된 산의 숨구멍 같은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마련이다명찰이 아니더라도 조촐한 석탑과 싸리 빗자루 자국이 정결한 뜰과주변 산천의 수목과 향불 냄새가 어우러진 그윽한 향기와허심  목탁 소리는 하여금 저절로 찾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옷깃을 여미게 하며속세의 욕망이 부끄러이  죽이는 깊고도 쓸쓸한 정족의 순간을 응시하게끔 만든다이렇듯 절이란 무념무상무소유  () 기품이  쉬는 장소이라는  우리 민족의 심성에 새겨진 절의 인상이다.”

 

불교의 4 성지는 인도 북부에 산재되어 있다() 룸비니(탄생지), () 보드가야(보리수 아래 성도지), () 사르트로 녹야원(최초 설법지그리고 마지막으로 열반(涅槃) 꾸시나가르이다이런 기초 상식만 가지고 통도사 소속의 서울 구룡사 녹야원(鹿野苑분원에 가이드를 앞세워 찾아갔다법당에 들어가니 불상은 없고 불단에 붓다의 초전법륜 당시 배경 그림을 걸어 놓고  앞에는 마넷 킹으로 붓다와 다섯 비구의 모습을 재현해 놨다.   설법하는 불화 속의 사슴을 보니 그곳이  녹야원(Deer Park)인지를   있었다붓다는 자신이 깨달은 진리를 누구에게 제일 먼저 설할 것인가를 생각했다붓다가 고행할  같이 고행하다가 붓다를 버리고 떠난 비구 다섯 명이 이곳 녹야원에 머물고 있었다.  그래서 기원전 589 붓다는 이곳에 와서 그들에게 쾌락과 고행이라는 양극단을 피하라 하고중도(中道), 여덟 가지 정도(八正道), 사성체(四聖諦), 무아(無我), 연기(緣起등을 설하셨다

 

녹야원에는 서울 구룡사에서 나처럼 주재원으로 파견 나온 스님이 10년째 인도에 주재하고 계셨다아래는  분과    하면서 들은 법문의 요약이다. "불교 4 성지는 간절한 마음으로 순례해야 윤회의 사슬을 끊고 극락 환생할  있다. 4 성지  여기 사르나트 녹야원이 가장 중요하다왜냐하면 여기서 부처님이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를 제대로 알고 그대로 실천해야 하는 오늘날  세계 불교도들은 부처님이 하지 말라고 하신 것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부처님은 자신이 생각한 것을 설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체험한 것을 말씀하셨다부처님께 복을 구하지 말고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사람은 자기 생각에 집착하여 스스로 고통에 빠진다생각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인연에 따라 일어나고 가는 것인데 인간이 거기에 얽매여서 상처 받거나 괴로움을 갖게 되니 지나가는 생각을 붙잡지 마라그냥 흘러가게 놔두면 저절로 떠나간다잡지 마라."

 

스님의 법문을 듣고 나니 그게 바로 금강경 사구게였다應無所住 而生其心(응무소주 이생기심 “머문  없이 마음을 내야 한다 알기 쉽게 설명해  것이라 고마웠다생각이 머물면 백팔 번뇌 망상이 생긴다는 경계였다떠날  스님은 ‘인도 불교 성지 순례 가이드라는 책을 선물로 주셨다.

 

이어 스리랑카 사원으로 갔다거기에는 울창하고 반짝이는 잎사귀로 커다란 그늘을 주는  보리수나무가 있다 아래에도 아까 한국 절에서 보았던 것처럼 붓다의 초전법륜 모습을 마넷킹으로 인형들로 재현해 놓았다붓다는 여기서 여기서  200km 떨어진 붓다가야의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 (Enlightment) 얻었다인도 최초  제국인 마우리아 왕조의 호불(護佛제왕 아쇼카(Asoka) 왕은 기원전 3세기에 동남아는 물론 멀리 그리스와 이집트아프리카 북부에까지 불교 포교단을 보냈다그의 딸은 석가모니가 성불한 자리의  보리수나무 가지를 꺾어 가지고 스리랑카로 건너가서 보리수를 심고 포교하였다 나무는 세대를 거듭하여 지금까지 살아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적 나무이다. 1931 스리랑카 녹야원 사원을 지으면서  보리수 후손이 다시 여기로 이식되어 지금의  거대한 나무가 되었다는 기록이 검은 대리석 판에 새겨져 있다한국 불교 종단에서도 붓다와 다섯 제자상 옆에 붓다의  설교 내용을 한글로 친절히 적어 놓은 석판을 세워 놓았다.

 

가이드의 안내로 200루피 입장료를 내고 사르나트 유적군에 들어갔다그곳은 붓다가 최초로 설법한 자리와  번째로 설법한 자리가 있는 불교의 성지이다기원전 3세기 아쇼카 왕은 불교로 귀의한  붓다의 발자취마다 찾아가 스투파(Stupa, 인도식 둥근 ) 석주(石柱) 세웠다 번째 설법 자리에는 다르마라지카 스투파를 세웠는데 11세기와 18세기에 이슬람 세력에 완전히 훼손되었고 지금은 둥그런 스투파 터만 남아있다 번째 설법지도  유적군 안에 있는  다행히도 다메크 스투파(Dhamech Stupa, 진리를 보는 탑이라는 )라는 이름으로 현재까지도  위용을 자랑하며 남아 있다 수투파는 직경 28미터높이 43미터의 거대한 전탑이고 기원전 3세기 마우리아 왕조에 의해 하층부가 건축되고 그리고 기원후 4세기 굽타 왕조에 의해 상층부가 건축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외부 감실에는 불상이 있었으나 이슬람 세력에 의해 소실되었다 스투파는 부여의 정림사지 오층탑처럼 불교의 융성과 시련을 모두 몸으로 겪고 묵묵히  역사를 말해주며 서있다.

 

당나라의 현장 스님은 7세기 이곳을 방문했을  1500 이상의 승려와 많은 탑과 승원 등이 있었다고 기록했다그러나 11세기 이슬람 왕들에 의해  불교 사원들은 처참히 파괴되었고  일대는 흙에 묻혀 폐허가 되었다. 1835 영국 왕립협회가  지역을 발굴하여 불교 유적지임을 확인하였고  발굴에서 아쇼카 왕의 석주와  석주 꼭대기에 있던 4마리의 사자상(Lion Capital) 나왔다사자는 붓다를 상징하는 동물이었고 아쇼카 왕은 이곳이 초전법륜지임을 확인하고  석주(Asokan Pillar) 세운 것이었다 석주는 지름 71센티미터높이 15미터였으나 현재는 하단만 남아 있다 사자상은 마우리아 왕조의 뛰어난 미술품으로 인정받고동시에 인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칭송되는 아쇼카 왕이 세운 것이라는 역사적 의미에서 현재 인도 연방의 국장(國章, National Emblem)으로 사용되며  진품은 바로 옆의 사르나트 고고학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인도의 국장 사자상


마지막으로 인도 고고학 박물관에 가서  유적군에서 발굴된 아쇼카 사자상과 붓다의 일대기를 그린 팔상도(八相圖그리고 초전 법륜 불좌상  귀중한 불교 유물을 둘러보았다이번 인도 북부 여행  느낀 것은 인도인들은 자기들의 오랜 역사의 발자취  유물의 보존에  무딘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물론 외세의 침략을 받았기에 훼손된 문화재가 많이 있기도 했지만역사의 아픈 흔적만큼 아쉬움도 곳곳에 남아 있다특히 불교 유적에 대해서는 현재 힌두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호를  받는  같았다이를 아쇼카 왕이 안다면 얼마나 서운해할까?

 

꾸뚭 미나의 영욕아그라   자한 왕이 유폐되었던 곳에서  따지 마할갠지스 강의 생사 현장 뒷골목의 지린내와 소의 구룡사 녹야원 분원에서 들은 법문 그리고 아쇼카   그토록 번성했던 불교의 쇠퇴 등을 현장에서 듣고 바라보니 이번 여행은 금강경 사구게(四句偈) 현장 학습으로 체험해   같다.  사구게를  나름대로  핵심 단어만으로 다시 요약하니

모든 형상과 현상은  허망한 것이고 (皆是虛妄)

이슬 같고 번개 같이 빨리 사라지나니 (如露易如電)

그래서 집착 없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應無所住 而生其心)

 

집착이  코뚜레이다나와 모든 사람들이  각각의 코뚜레를 벗어던지고 자유로운 영혼이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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