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예술가도 아니고, 사실 그렇게 미치지도 않았다.
그런데 나는 예술가라는 말을 좋아한다. 사실 미쳤다는 말은 나에게는 칭찬에 가깝다.
광기는 원래부터 예술의 오랜 친구로 여겨졌고, 미친 사람이 예술을 하거나 예술을 해서 미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물론 모든 예술가가 미쳤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예술가 성향이라 일컬어지는 특징은 사실 극도로 예민하고 부정적이며, 신경질적인 사람의 것과 다르지 않다.
나는 예술가 지망생 즘 된다.
정확히는 작가 지망생이다.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아름다운 글을 선보이는 것이 나름의 목표다. 물론 그게 가능할지, 만에 하나 그걸 해낸다고 해도 누가 봐줄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무작정 글을 쓰고 있다.
사실 누가 봐주지 않더라도, 나는 언제나 창작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사람이었고 지금도 내가 세상을 직접 창조하는 모든 일에 마음을 쏟고 있다.
어찌 되었건 나는 글과 나를 분리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지금 하나를 정정하겠다.
나는 조금 미친 사람은 맞다. 부정할 수는 없다.
물론 남들은 나를 조금 더 정중하게 '정신에 조금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 '마음이 힘든 사람',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이라고 불러줘야 겠지만 나만은 나를 서슴없이 미쳤다고 할 수 있다.
나는 ADHD가 있고, 아마 조울증 진단을 받았을 것이다. ADHD는 확실한데 조울증은 정확하게 진단을 내린건지, 그럴 가능성이 있는건지는 모르겠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어딘가 감정 표현을 성숙하게 하지 못하는 편이었다. '네가 어려봤자 초딩이었을텐데 무슨 성숙함 타령이냐'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초등학생치고도 감정 표현이 지나치게 미숙했다. 가히 유아적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이건 객관적인 평가에 가깝지만, 이런 말은 나니까 할 수 있는거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감정 표현이 미숙하다.' 정도로만 칭해야겠지.
시험을 못 보면 시험지를 구기며 울었고, 친구랑 싸우기만 해도 눈물을 펑펑 쏟으며 오열했다. 줄넘기를 못하면 줄넘기를 던져버렸고, 가끔 지나치게 언성을 높이거나 신경질적으로 굴기도 했다. 중학교 때는 조금 나아졌지만,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그저 시험을 못 본걸로 울지는 않는 정도였고, 지나치게 크게 행동하는 것만 줄었을 뿐 여전히 스트레스에 취약했고 대응 방식이 비정상적이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차분해지면서도 여전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쉽게 대응하지 못했다. 감정에 지나치게 휩쓸렸고 감정은 널을 뛰었다. 문제는 회피하고 우울하면 해결하는 게 아니라 아예 우울에 잠겨버리는 걸 선호했다. 우울은 괴롭지만, 우울에 잠겨버리면 의외로 따뜻한 물 속에 있는 것 같은 안락함마저 느껴진다. 숨이 좀 막혀서 그렇지.
일단 나는 정상은 아니었다. 늘 문제를 크게 받아들였고 사고방식도 어딘가 달랐다.
섬세하지 못해서 남들이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테이프를 붙일 때 나는 테이프를 길게 뜯어서 대충 붙여 놓았다. 방 정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일은 발등이 타들어갈 때까지 미뤘다. 사소한 행동에 신경 쓰지 않은 게 사소하지 않은 문제로 돌아와 고생하기도 했다. 행동이 어딘가 어색했고 무언가 어리숙한 느낌이었다.
좋게 말하면 순진하고 순박하고, 아이 같은 것이겠지만 나쁘게 말하면 이상한 거다. 미성숙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내 정신 연령은 또래보다 낮다고 나오기도 했다. 슬픈 일이다.
내가 성격 검사를 하면, 늘 '예술'에 어울리는 성격이라고 나온다. 얼핏 보면 창의적이고 창조적이며 남다른 시선을 가진 사람 같지만 사실 '예술가적 성격'은 규칙을 잘 따르지 않고, 특이하고 어딘가 이상하며, 자기 멋대로고, 감정적이며, 예민하고, 쉽게 우울해지는 민감한 성격이라 사회생활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돌려서 말한 것이다. 예술가를 붙여준 것은 사회생활에는 적응하기 힘드니, 혼자 할 수 있는 예술을 하라며 진로를 추천해준 것에 가깝다.
사실 예술이 정말 미친 사람의 전유물이라면, 나는 오히려 그 사실을 자랑스러워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예술은 미친 사람의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회사 생활하면서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작가로 이름을 알리는 사람도 있고, 한 분야의 정점에서 새로운 걸 도전해보기도 한다. 예술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영화와 드라마도 예술임을 생각하면 사실 인간들은 대부분은 문화와 예술을 충분히 즐기고 있다.
인간에게는 미쳤건 미치지 않았건 누구나 예술적 소양이 있다.
미친 사람만 예술을 하는 것도 아니고, 미치지 않은 사람이 예술을 조금 덜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유명한 예술가들은 미친걸까.
빈센트 반 고흐도, 베토벤도, 모차르트도, 고갱도, 그리고 지금 해외의 세계적인 팝스타들 중에서도 정신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예술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깊게 빠져들수록 일반인은 거리를 두게 된다.
일반인들은 작품을 한 두번 본걸로 끝낼 수 있는 자제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예술에 깊이 빠져서 몇 번을 돌려보고, 창작을 할 수 있는 건 그 예술에 아주 깊이 빠져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특히 어떤 일의 정점을 찍으려면 평범한 사람의 10배 정도는 그 분야에 미쳐야 한다.
그래서 유명한 예술가들의 정신이 그리 온전치 못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끝에 와서 하나 고백하자면
사실 나는 예술에 미친 사람은 아니다.
그냥 미친 사람인데, 예술을 좋아하는 것 뿐이다.
심지어는 평소보다 더 미치면 오히려 예술을 즐기지 않게 된다.
하지만 미친 사람이라서 예술에 더 깊이 빠질 수 있다면
그건 나름대로 운치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내 궁극적인 목표는 단 하나다.
미친 사람이 예술을 하는 게 아니라, 예술에 미친 사람이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