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인간
사랑만큼 가볍게, 또 무겁게 쓰이는 말이 없다.
사랑은 가장 자주 보이는 주제고,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인간은 이론상 모든 걸 사랑할 수 있고, 내 생각에 사랑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발행된 모든 작품들은 말끔히 사라졌을 것이다. 아예 예술은 시작되지도 않았을거고, 그 이전에 인류는 번식을 못해서 멸종했을 것이며 설령 본능을 따라 번식을 햇더라도 지금처럼 풍부한 문명과 지식 속에 살아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사랑은 형태가 셀 수 없이 많은데다 정해져 있지도 않으며 깊이도 다르다.
우리는 친구 사이에서 아주 가볍게 '사랑해' 라고 말한다. 심지어는 친하지 않더라도 형식상 말해주기도 하고, 일면식도 없는 아이돌이나 마음에 드는 존재들에게 얼굴도 마주하지 않고 쉽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이럴 때 사랑은 그저 고마움을 과장하는 정도로 쓰인다. 그 표현은 그다지 깊지도 않고 어쩌면 사랑의 본질보다는 그저 예의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연인의 사랑이라고 다르진 않다. 분명 연인들은 사랑해서 만났고, 가볍게 그냥 남들이 사귀듯 만나 연애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 경우에도 일단 서로에게 호감은 있다. 일단 연인은 사랑을 전제한다. 하지만 연인들이 꼭 평생 함께 하거나 목숨을 바치는가? 그렇지 않다. 어떤 연인은 매일 싸우고 다시 만나기를 반복하며 어떤 연인은 몇 달도 안 되서 헤어져버리고 심지어는 사랑해서 만났으면서도 금세 식어버리고 곧 질려버린다. 사실 연인 중에는 정말 천생연분이라서 떨어질 줄을 모르고 백년해로하는 경우보다 이런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인간은 심지어 인간이 아닌 것에게도 사랑한다고 말한다.
종이 다른 강아지나 고양이는 물론, 심지어는 기술이나 좋은 작품,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도 쉽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사람들의 말은 대부분 과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정말로 그 분야에 사랑을 느낀다. 사랑은 인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정말 그 어디에나 전부 붙일 수 있다. 어떤 사람이 필통에 강렬한 애착이 있다면 그 사람은 필통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랑은 귀천을 가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랑은 무조건 아름다운가? 그렇지도 않다.
예술에서 말하는 사랑이라는 건 뭔가 인생이 평생을 걸쳐 추구할 아름다운 것이고,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손에 넣고 싶을만큼 반짝이는 것이다. 수많은 노래가 '너빆에 없어, 난 널 사랑해' 라는 가사로 노래했고 많은 소설과 영화, 드라마, 심지어는 최근 나오는 게임과 애니도 반절은 사랑에 대한 내용이다.
인간들은 참 사랑을 좋아한다. 일단 사랑을 주제로 삼으면 반은 먹고 들어가며 모두가 사랑, 사랑, 사랑이라 말한다. 맞다. 사랑. 좋은 것이지.
그런데 우리가 접하는 사랑은 다 그렇게 아름답지도, 고결하지도 않다.
어떤 사랑은 비뚤어진 집착이 되기도 하고 심하면은 스토킹, 감금, 납치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사랑마저 이용하며 자신에게 사랑에 빠진 대상에게 돈을 뜯어내거나 범죄에 연루시킨다. 사랑에 빠져서 인생을 망치기도 하고 사랑해서는 안 될 것을 사랑해 고통받기도 하며 이루어질리 없는 사랑을 하염없이 붙잡고 괴로워한다.
뉴스에 보면 사랑으로 인생을 망친 사람들이 몇 명이 나온다. 지금도 몇 명은 누군가를 짝사랑하며 매일 가슴앓이로 밤을 지샐 것이다. 사랑하는 대상에게 맞고, 욕설을 듣고도 놓지를 못하고 자신이 망가질 때까지, 심지어는 자신보다 그를 우선하는 본능에 위배되는 행동까지 하기도 한다.
사랑은 인생을 구원하기도 하고,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지만 때로는 인생을 망치기도 하고 목숨마저 앗아가기도 한다.
사랑은 늘 행복하고 아름답지 않고 어떤 사랑은 한없이 가벼우며 어떤 사랑은 추악하다.
인간은 늘 사랑을 찾아 헤매지만 정작 그 자신마저 사랑을 베풀지 못한다.
사실 인간이 이렇게나 사랑을 좋아하는 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사랑은 인간에게 가장 흔한 것이기 때문이다.
예외가 있기야 하겠지만, 우리는 누군가의 사랑으로 태어났다. 그리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우리가 살아남은 건 누군가 우리를 사랑해 해치지 않고 보살폈기 때문이며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것도 전부 누군가의 사랑 덕분이다.
꼭 부모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라도 상관없다. 그리고 우리는 누군가 베푼 호의, 누군가의 헌신으로 하루를 지내왔다. 오늘 하루, 당신은 혼자서 온전히 무언가를 해냈는가? 나는 오늘 글을 썼다. 글은 혼자 쓰는 것이지만, 정말 그 모든 게 나 혼자만의 힘이었는가? 본질은 그렇지 않다. 나에게 글은 누가 가르쳐줬는가, 누구에게서 영감을 받았는가.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오늘 내가 누린 그 어떤 것도 혼자 힘으로 만들어지지 않았고 나는 오늘도 끝없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다.
나는 그것이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랑이 필요하다. 인간은 혼자 태어났지만,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발짝 물러서면 인간의 삶은 사랑으로 점철되어 있다. 반드시 연인과의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 친구, 심지어는 모르는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마저. 그 작은 호의가 결국 작은 사랑 조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평생 사랑을 헤매고 사랑을 동경하지만, 사실 우리는 단 한번도 사랑 없이 살아본 적이 없다.
인간은 늘 사랑을 보아왔기에, 완벽한 사랑에 호기심을 가진다.
나는 그것이 사랑을 다루는 예술작품의 범람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단 하나의 고귀하고, 완전한 사랑이 있을까?
우리가 접한 사랑은 대부분 작은 파편이니, 완전한 모양을 궁금해하는 것이다.
깊은 사랑은 찾기 어렵다.
누군가를 깊게 사랑하기도, 사랑받기도 쉽지 않다.
헌신적인 사랑, 절대적인 사랑, 아름다운 사랑.
사랑이라는 말은 아주 쉽고 가볍지만, 그 깊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사랑은 마음에 따라 깊이가 다른 우물과 같으며, 심지어는 깊이가 바뀌기도 하는 변덕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사랑 속에 살면서도, 우리가 그리는 '사랑'은 찾기 힘들다.
사랑은 탄소와 비슷하다.
탄소는 우리 주변에 굴러다니는 흑연으로 대부분 존재하지만, 어떤 탄소는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하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들 중 다이아몬드보다 흑연을 소중히 여기거나 주목하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인간은 늘 사랑을 마주하면서도 그보다 더 정제되고, 아름다운 사랑을 찾기를 원한다.
나는 인간 마음의 본질은 결국 사랑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사랑은 대부분 우리 몸 중앙의 심장을 본뜨지 않는가.
우리를 움직이고, 태어나고 살게 한 원동력은 사랑이다. 그리고 우리는 또 사랑을 통해 무언가를 보려 한다.
사랑은 인류의 시작이었고, 아마 지구의 끝도 결국은 사랑일 것이다.
결국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사랑으로 살며 사랑으로 죽기 때문이다.
사랑은 중심이며, 지천에 깔렸지만 그 모든 걸 모으고 모아 예쁜 조각들을 모아 주워 담으며 나를 채우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다.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으로서.
사랑, 영어로도 단순하기 그지없는 love, 일본어에서나 중국에서나 프랑스어, 태국어, 러시아어... 사랑이나 사랑한다는 말은 대게 아주 단순하고 쉽다.
하지만 그 깊이는 아주 다르며, 같은 말이더라도 언제나 다르다.
사랑은 하나의 물질이며, 언제든 가공되고 변한다.
인간 마음을 깨운 단 하나의 물질은
영원히 인간 곁에 남아서 또 누군가를 살게 하고 죽게 하는 모든 것이 될것이다.
인간은 사랑이며, 사랑은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