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중, 자신 말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지금 스크롤을 내리고 있는 몸이 아니라, 글씨를 읽고 있는 정신이 아닌 완전히 다른 사람의 시점을 체험한 사람이 있는가?
있다면 궁금했던 걸 전부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지만,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 뿐 아니라, 지구상의 어떤 사람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는 살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세상을 1인칭으로 본다.
절대 벗어날 수는 없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장비를 이용하지 않고 온전히 세상을 3인칭으로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내가 인생에서 가장 많이 보고, 대화하는데도 얼굴을 볼 수 없는 유일한 사람이다.
우리는 유일하게, 우리의 얼굴만은 스스로 볼 수가 없다.
나에게는 세상을 보는 관점이 있고, 내 머릿속에서 나만 들리게 혼자서 생각할 수도 있다. 경험해본 적 있는가? 머릿속에서 나만 들을 수 있는, 알지만 설명할 수는 없는 생각의 목소리를? 아무도 듣지 못하지만 분명 나는 생각하고 있다.
나는 남들이 모르는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유일한 존재다.
그런데, 나는 종종 내가 세상을 1인칭으로 본다는 걸 의식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이 생각이 꼭 따라온다.
'내 곁을 스치는 저 사람들도 자신만의 생각이 있을까?'
내 눈에 비치는 타인, 특히 대화 한 번 나누지 않고 그냥 길에서 스쳐보낸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 사람들의 얼굴을 단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옷차림도, 그 사람의 그 무엇도. 그 사람은 내 안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내가 대화를 나누고 심지어는 같이 살고 있는 가족도 있다. 친구도 있고, 그 중에는 내 친한 친구도, 말은 몇 번 안 나누어봤지만 남몰래 부러워하던 친구도, 분명 같은 반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름마저 잊어버린 사람도 있다.
난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과 대화했고, 그의 몇 배는 더 되는 사람들을 지나쳤다.
나는 그들로 살아본 적이 없다. 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없다.
그런데, 그들이 정말 나처럼 세상을 보고 있을까?
그 사람도 내가 모르는 자신만의 삶을 살고 있을까?
그 사람에게는 내가 모르는 친구가 있고 내가 모르는 동료, 가족이 있을까?
지금 어떤 기분이고, 무얼 생각하고 있을까?
주로 어떤 문제로 고민할까?
저 사람도 삶이 힘들까? 아님 즐거울까?
가끔씩 세상 사람들도 나처럼 세상을 1인칭으로 살아간다는 게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진다.
나에게 그들은 사실 게임의 npc, 어쩌면 그 이상으로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사람들인데, 그 사람도 어딘가에서는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있을테고 어쩌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존재들일 것이다.
그 사실이 낯설다.
그런 걸 생각하다보면, 문득 내 세상은 너무 좁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내가 1인칭으로 세상을 보고 나로 살아가는 이상 삶의 시야는 한계가 있다.
그 사람들도 정말 생각을 할까?
사고를 할까?
어쩌면 트루먼 쇼처럼, 모든 게 연기자인건 아닐까, 사실 나를 찍고 있는 거대한 연극인 건 아닐까, 사실 나 빼고 세상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닐까.
철저하게 내가 1인칭 시점이라 가능한, 내 중심적인 생각을 한다.
나는 타인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
눈 앞에 있는 사람이 진짜 사람이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텐가?
그 사람이 정말 생각을 하는지 나는 모른다.
아무리 가까워도 온전한 이해는 불가능하다.
많이 닮았어도 완전히 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는 내 존재도 증명할 수 없다.
만약 누군가 '사실 넌 1초 전에 생성되었고, 네 기억은 전부 우리가 심은 가짜 기억이야.' 라고 말한다면 그게 거짓임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사실 내 기억과 사고는 전부 거짓된 것이었다고 하면 거기에 뭐라 반박할 것인가?
내가 예전부터 존재했다는 증거는 기억과 과거 뿐인데, 그게 없었다면 나는 무엇인가?
내가 보지 못하는 세상은 정말 존재하는 걸까?
세기의 천재들은 무얼 생각할까?
사람은 왜 이토록 다를까.
나는 왜 아무것도 알 수 없을까.
사실 인간은 타인과 마찬가지로 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나를 온전히 이해한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결국 나도 인간이다. 내 정신에는 한계가 있고, 뇌에도 한계가 있다. 결국 나는 나지만, 어찌 보면 하나의 인간이다.
우리는 그 어떤 인간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나는 1인칭으로 세상을 보면서도, 나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내 생각과 실제 나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만약 우리가 우리를 온전히 이해했다면, 우리는 모두 공부를 제때 했어야 하고 돈을 낭비해서는 안 되며 쓸데없는 지출과 행동은 없어야 하고 살도 진작에 다 뺏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나조차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주 일부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마저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서, 어떤 사람은 아주 일부 중에서도 일부만 해낼 수 있다.
우리는 아주 가까이 있는 존재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세상에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고, 어쩌면 그것이 인생이 힘든것의 근원일지도 모른다.
계획대로 모든 게 이루어졌다면, 인생은 아주 편안했을 테니까.
하지만 그래도 인생을 되돌아보면
우리는 타인을 제대로 이해해본 적도 없고, 80억명의 인구 중 오직 나라는 단 한 사람의 시점으로만 살아왔고, 어쩌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그저 그렇게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한 순간도 모든 걸 이해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모른채, 아무것도 없이 죽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온전히 이해하지조차 못한 타인과 함께한 추억에 감동받고
나름대로 나를 조절하며 살아왔고
한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하나는 해냈고
내 위치에서 나에게는 최선을 다했다.
나는 이런 것을 절대 의미 없게 보지 않는다.
인간 개개인은 아주 하찮지만, 인간이라는 종은 아주 위대하다.
인간은 한계가 있고,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알아가려 노력하고 최선을 다한다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시도하는 존재다.
인간을 하찮게 볼지언정, 무시해서는 안 된다.
부질없다는 생각에 빠져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저 나라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어쨌든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없고, 할 수 있는 건 결국 나라는 인간 뿐이다.
나는 인간의 위대한 도약이 될 수는 없으나
인류사의 수많은 발자국 중 하나로 남아
아주 소수의 누군가의 가슴에 기억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가치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