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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r 10. 2022

서른한 살에 무얼 하고 살아야 할지에 대하여

 2년 넘게 점장으로 일하던 카페가 건물주의 횡포로 폐점하게 되었다. 안 그래도 이 일에 대해 환멸을 느끼던 찰나에 좀 갑작스럽긴 하지만 덕분에 실업급여도 받고 더 이상 내 인생을 허비하지 않고 멈출 수 있게 되어 감사했다. 주 6일을 2년 넘게 일하던 터라, 젊은 내 인생이 돈 버는 거에만 낭비되고 있는 것 같아 서글펐었다. 이대로 내가 사라져 버릴까 봐, 내가 누군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를 잊어버릴까 봐 불안하던 찰나에 온 기회였다.



 오래간만에 여행도 가고 배우고 싶었던 것들도 하나씩 배워야지 하면서도 5개월 후면 수입이 없는 백수가 될 텐데 난 앞으로 뭘 하고 살아야 하지? 하는 불안감이 항상 도사리고 있었다. 관뒀던 프랜차이즈의 슈퍼바이저와 예전에 일했던 가게에서 직원 제의가 들어왔지만 난 너무 쉬고 싶었고, 일단 실업급여를 받을 만큼 받고 싶어서 모두 거절했다. 가장 쉬운 길은 다시 카페 직원이 되는 것이었지만, 이 나이에 몸을 혹사해가면서 적은 월급으로 많이 노동하면서 감정노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 감정노동도 감정노동이지만 나와 비슷한 사람을 거의 찾기 어려운 환경인 탓에 점점 나라는 인간이 메말라가는 게 느껴졌었다. 잠깐 머물다 가는 어린 알바 친구들이거나 '카페나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막사는 어린 친구들과 함께 일하는 환경은 나의 지적 감수성을 채우고 싶은 욕망을 꺼트렸다. 비슷한 수준의,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내가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든 환경이었다. 이미 이 일을 하면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많이 배울만큼 배웠고, 이젠 미련 없이 이곳을 떠나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카페에 대한 생각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젠 더 이상 누군가의 밑이 아닌 '내 가게'를 차린다면 배울 것은 더 많아진다. 하지만 그에 따른 리스크도 어마어마하다. 대출을 알아봐야 하고, 마이너스에서 제로가 될 때까지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면 아직까지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 일에 환멸을 이미 느꼈기 때문에, 내가 혹여라도 카페를 차리게 되더라도 이 일은 내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 될 것이다. 일단 지금 돈은 벌어야 하니까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내가 다시 감정노동, 육체노동을 하지 않고 정말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뭔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게 된다. 우선 일을 하는 동안 중단했던 블로그 포스팅을 다시 시작했다. 글을 쓰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은 너무나도 즐겁다. 내가 공을 들인 만큼 관심을 받고 영향력이 생겼을 때의 기쁨은 글로 이루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하지만 매번 내가 쓰는 글이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조회수가 잘 안 나올 땐 다시 불안해진다. 창작의 샘물이 늘 촉촉한 것만은 아니다. 마땅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땐 이게 맞나 싶다.



 그저 혼자 혼란스러워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여러 사례를 보면서 나에게 접목시켜보고 있다. 그러다 '갤럽 강점 검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3만 원이 안 되는 유료 검사인데, 이 검사를 통해 내가 잘하는 최상위 테마 5가지에 대해 알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나의 강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나는 역시나, 남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테마가 나왔다. 그리고 역시나, 혼자 일하거나 결정권을 내가 가지는 일을 잘한다고 나왔다. 올해 본 사주, 별자리, 타로에서 모두 남들에게 내가 가진 재능을 이용해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나왔다. 나는 무엇으로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주게 될까? 지금 쓰는 글 하나하나가 많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와닿게 되는 날이 올까? 우리의 앞날은 결코 미리 알 수 없기에 더더욱 고민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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