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좀 어떻게 해 봐요!”
복잡하고 위험한 곳도 긴장감이나 조심성 없이 휙휙 내닫거나 인도에서 신호등 대기할 때 서성이는 그를 보며 아이들이 소리를 지른다. 귀에 대고 작게 말할 때도 있다.
“으~~ㅇ”
그러나 어쩌랴? 쉽게 달라지지 않는 것을.
남편의 이야기로 시작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오랜 친구들에게 퇴직하면 글 쓰는 게 버킷 리스트 중 하나라고 이야기하곤 했는데 가족의 이야기를 팔며 시작해 본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같은 11월에 그를 처음 만나던 날이 기억난다. 요즘 즐겨 입는 네이비색 하프 코트와 비슷한 옷을 그때도 입었던 나는, 얼굴에 가득하던 여드름으로 숨길 수 없는 순수와 선량을 보았고 매년 그날을 기념하게 되었다. 꽤 비슷하다고 생각, 혹은 착각했다. 톨스토이나 도스트엡스키의 문학 작품과 음악감상을 좋아하고, 3분 빠르게 맞추어 놓고 다니는 서로의 시계를 들여다보며 좋아했다.
그런 그가 성인 ADHD라니, 물론 정확한 진단을 받은 것은 아니고, 딸들의 짐작과 하소연이고 아빠에 대한 염려와 애정의 표현이다.
“엄마~ 아빠 워치 좀 차고 다니시라고 하세요.”
“같이 다니다 보면 너무 위험해요.”
“차 클락션 좀 자주 울리지 말라고 말하세요.”
“어디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다니는지 걱정이 돼요.”
“얘들아, 엄마도 그래.”
“워치 필요 없어요, 건강하게 안전한 곳에서 좋은 사람, 필요한 사람들만 만납니다.”
“믿고 걱정하지 말아요. 알아서 잘합니다. ”
그러면서 또 자신이 건강 관리를 위해 다니는 ㅇㅇ산이나 ㅇ산의 날다람쥐란다. ‘휙휙’ 사람들이 자기 모습을 볼 시간이 없다고 자랑이다. 대사증후군 약 복용을 권유받았을 때 단호히 거절하고 체중 조절과 운동으로 거의 정상 수치를 유지하고 있는 그의 의지와 성실함을 인정하지만 한편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날 궁금해서 성인 ADHD를 검색해 보았다. 성인 ADHD의 증상으로 집중이나 집중 유지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과도한 집중, 끊임없는 활동 등이 열거되었다. 감정조절이나 일상의 우선순위에서 굳이 큰 흠을 잡기 미안한 남편에게는 ‘끊임없는 활동’의 항목을 적용할 수 있겠군.‘ 조심성 없음에 비하면 실수가 많지 않은 편인데.' 하면서 나는 어떤가? 살핀다. 헐, ‘과도한 집중’에서 걸리고 만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조용한 ADHD도 있다네….
그러나 곧 긍정 회로를 작동시킨다. 스물 몇 개가 되는 점검 리스트에서 한두 개도 체크 되지 않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게다가 가끔 창조적이고 직관적이며 지적으로 우수해 보일 수도 있다니, 뭐 좋은 쪽으로 방향을 잡도록 해 봐야겠다, 나도 남편도.
누군가 “ADHD 남편을 길들이셨습니까?”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지 ‘대략난감’이다.
다만
“오전에 해킹사태로 유심을 교체했어요. 그늘에 있으려고 했지만 땡볕에도 서 있었고 오래 걸렸는데 잘 기다렸고 바꾸고 왔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겠다.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며 완벽한 인간이 어디 있으랴, 우리는 함께 커 가고 있을 뿐이다. 그리하여 삶의 많은 부분들, 기쁨과 아픔을 공유한 남편의 이야기로부터 새로운 출발을 해 보려 한다.
한 줄을 긋게 하심에 감사하고 어릴 때부터 꿈꾸던 글쓰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나 자신도 기대가 된다. 학교와 교회 문학의 밤을 준비하던 순수함이 다시 활짝 깨어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