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어답터 분투기: 추구에 대하여

by 크리스틴

이제 어른이 된 아이들은 트랜디함을 추구하지만 남편과 나는 오래된 감성을 선택하는 편이다. 꽃무늬를 좋아하는 내가 무언가 만지작거리면

“엄마, 제발 얌전한 걸 선택하세요.” 라며 제지한다.

남편은 색상보다는 관리와 취급의 부분에서

“주머니에 그렇게 많이 넣으니 바지가 아래로 쳐지잖아요.~~ 아빠~~ 짧아 보여요”

라며 간섭한다. 잠시 소심해질 때도 있지만, 대체로 사랑으로 해석하며 받아들이는 나에 비해, 그는 더 오래 반발하며 아직도 고집부리는 것도 있다.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로 많겠지만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만나는 문명의 혜택들, 전자제품의 영역에는 딸들의 가이드가 더 많이 필요했다. 3대 가사 도우미 중 하나라는 식기세척기 사용이 딱 닷새째인데, 이게 필요하다는 큰딸의 권유가 꽤 오래 있었다.

“괜찮은데?” “그냥 손으로 설거지하는 게 좋은데?” 라며 꺾지 않던 고집을 남편이 설거지하던 지지난 주 주말에 꺾어버렸다.

“사야겠어요. 이 시간을 다른 데 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실 그가 설거지를 도와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오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ㅋㅍ에서 주문하고 배송일 잡아 설치하고 사용하게 되었다. 완전히 손을 놓을 수는 없지만 건초염으로 고생한 적이 있는 나는 손목에 힘을 줄 일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 좋다. 그때그때 나오는 대로 치우고 정리하는 못된(?) 습관이 식세기를 핑계로 모으고 쌓았다가 하는 쪽으로 느긋이 바뀌는 걸 느낀다. 그의 결단이 없었으면 나는 아직도 손목을 돌리고 있을 것이다.


크게 내지를 배짱이 없어서 오래 윈도우쇼핑하는 나를 따라다니느라 힘들 그가 반대로 나를 피곤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신문물이 생길 때마다 끌고 가서 “이거 봐라, 저거 봐라” 해서 주의를 기울일라치면, 또 어느새 다른 쪽으로 이동하여 다른 셀러에게 질문하며 휙휙 지나간다. 커피 머신, 몇 화소인지 기억나지 않는 초고가 TV, 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 음식물 쓰레기처리기, 오디오 앰프 등 그의 관심은 다양한 가지를 치며 뻗어나간다. 바쁘게 따라다니면서

“잘 봤어요, 감사합니다,”

웃으며 인사하는 것이 나의 몫이다.


그렇게 다니면서 커플 노트북을 구매했는데, 정확히 말하면 그가 사용하기 위한 노트북을 먼저 구매하고 나서, 몇 가지는 매장 직원에게 또 다른 어떤 것은 딸들에게 물어 다양한 사용법이 숙지된 뒤에 나에게 권유하여, 똑같은 것을 사용하게 되었다. 속도감에서 전에 쓰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서 좋은데 문제는 내가 들고 다니기에 좀 크고 무거운 감이 있다. 그래도 자신에게 최선인 것이 나에게도 최선이리라 생각한 선물이기에 ‘감사’하며 잘 쓸 예정이다.


자신이 먼저 습득하고 자유로운 사용자가 되면 ‘나’에게 전수해 주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쳇 GPT 사용법을 가르쳐주며 통역과 번역, 프리젠테이션 준비 시범을 보였고, 그림그리기나 집필에 대한 시도도 먼저 해 보며 즐거워하였다. 자신이 경험한 어떤 에피소드를 던져 주면서

“주인공을 아주 잘 생기고 유능하며 동안이고 인기 만점인 남자가 주인공인 소설을 써 줘.”

라고 명령을 내리니 스르륵 꽁트 한 편이 완성되었는데 그것을 낭독하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르겠다.

그는 또 스마트 홈케어를 한다. 요즘같이 습도가 높고 더운 날 외출했다가 집 근처에 다다르면, 핸드폰으로 미리 작동시켜서 집을 시원하게 만들며 외부에서 미팅을 할 때도 로봇 청소기를 작동시켜서 바닥 청소를 시키기도 한다. 몇 가지의 앱으로 그는 요술쟁이가 되었다.


오래 쓰고 바꾸는 걸 내켜하지 않는 나를 그냥 두었으면 세탁기를 20년, 30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그는 혀를 찬다. 오래된 에어컨도 작년 봄에 바꿀 때 문화적, 지적 허영심과 그릇 등 작은 소모품에 관심이 많은 나는 다른 걸 했으면 하면서 ‘아직 잘 작동하는데…’ 라는 생각에 속으로 툴툴댔는데 막상 여름이 되니 뽀송뽀송한 여름의 신세계가 열렸었다. 신기능 추가와 시도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 그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실행도 빠른 편이다. 폐렴 회복 후에 산 인덕션과 건조기만이 내가 먼저 희망했던 제품이다.

최근에 그가 자주 멈춰 서는 곳은 선풍기 앞이다. ‘에어컨을 틀어도 시원한 바람이 집 구석구석 닿으려면 바람을 이동시킬 길목마다 동력을 장치해야 해서 선풍기 몇 대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더위를 많이 타는 아이의 방에 오후의 열이 많이 모이는 것 같긴 하지만, 벌써 여러 대의 선풍기를 돌리고 있으니 과하지 않은가? 싶어 좀 더 연구해 보자면 금방 풀이 죽은 얼굴이 된다.


그는 전자제품에 진심인 편이다, 여름을 준비하며, 많은 것을 쉽고 편하게 대하는 것과는 달리 선풍기를 일일이 분해해서 하는 청소법을 택한다. 나사를 풀고 망을 잡아 빼서 세제로 닦고 모토까지 분리해서 부품 사이의 먼지까지 제거하고 조립한다. 아주 깔끔하다. 하지만 하루에 다 끝나지 않고 적어도 2~3회에 걸쳐 해야 하기에 키 큰 선풍기 한 대가 오래 대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선풍기를 그냥 눕혀서 물로 씻어내는 반란을 행하고 작동시키며 혼자서 신나게 웃어 보았다. 그는 나의 청소법을 모른다,

“힘들게 이걸 어떻게 다 했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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