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녀가 태어나 채 두 달이 안 되는 사이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다. 부모가 된 딸과 사위는 물론 온 가족이 아기에게 집중하는 패턴의 생활을 하며 기뻐하고 물심양면 쏟아부으려 하며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많은 인생의 선배들이 느꼈을 감정과 생각을 이제사 경험하는 것이겠지만 아기를 위한 무언가를 써 보고 싶은 소망이 커졌다. 큰 기쁨을 선사한 몸이 약한 딸이 길지 않은 휴직 기간 중 건강을 충전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말이다.
“엄마는 혼자 어떻게 다 했어?”
여러 번 물으면서도 무어든 본인이 해야 직성이 풀리는 내 눈의 아이는 내려놓고 맡기는 연습이 되지 않아 손목 보호대를 하고 스스로 힘든 육아의 시간을 보내려 한다.더 지치기 전에 힘든 부분도 맡기고 나눌 줄 알기만을 고대할 뿐이다.
“기억나질 않는데? 정신없었나 봐.”
그래도 또렷이 기억나는 게 있긴 하다. 입이 짧아서 편식하는 딸에게 지어서 들려주었던 얘기이다. 듣고나서 골고루 먹으려고 눈을 동그랗게 뜨던 유아의 모습이 지금 떠올려도 사랑스럽다. 그때 언젠가는 이런 얘기들을 모아서 동화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울러 나의 어설픈 첫 창작동화를 넘치게 칭찬해 주셨던 국어 선생님도 잊을 수 없다. 동화를 쓰게 하고, 모둠에서 한 편을 골라 다시 희곡으로 각색하여 연극으로 공연했었는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교실 앞 무대 동선과 손동작과 지어보려던 표정이 생각난다. 이렇게 오래 기억할 줄 몰랐었다.
사실 동화를 써야겠다는 생각에 힌트를 얻으려고 여러 차례 서점에 갔었는데 너무 많은 유아용 도서 앞에서 무얼 어떻게 써야할지 오히려 막막해졌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그냥 ‘내 스타일대로 예쁘기 그지없는, 아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쓰자.’이다. 독자가 외손녀 한 명이어도 감사하고, 이 세상의 어떤 어여쁜 아기나 어린이들이 같이 보아도 감사하다.
세상이 복잡하고 어둡다고 단정짓지 않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얘기들을 아기와 엄마들에게 나누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