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포실별 아기에게 모자 씌우는 것을 좋아했어요. 아기가 딸꾹질을 할 때 모자를 쓰면 체온이 올라가서 딸꾹질을 멈출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아기는 처음에는 모자 쓰기를 싫어했지만, 점점 좋아하게 되었고 재미있어졌어요. 친지들에게 선물 받은 모자가 정말 많았어요. 엄마는 여러 종류의 모자를 포실별 아기에게 씌우고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서 선물한 분들에게 보냈고 그걸 보고 모두 기뻐하였습니다.
아기는 그 중에서도 루돌프 사슴 모자와 토끼 모자를 좋아했어요. 루돌프 모자는 두꺼운 털실로 뜬 거라 추울 때 쓰자며 옷장에 보관하였고, 가을이 되면서 토끼 모자를 자주 썼습니다. 그 모자를 쓰면 아기는 신이 나서 팔과 다리를 휘젓고 춤추는 것처럼 많이 움직였어요. 그러면 아직 완전히 혼자 앉지는 못하는 아기를 보며 엄마가 놀라는 때도 있었습니다.
어느날 토끼 모자를 쓰고 의자에 앉아 한동안 팔과 다리를 휘져으며 큰 소리로 웃던 아기의 낮잠 시간이었어요. 아기는 스르르 잠 들어 꿈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꿈에서 모자는 토끼 가면으로 바뀌었고 아기는 나무가 많은 숲길을 걸어갔어요. 그런데 어디선가 ‘달그락 찰칵 달그락 찰칵’ 하는 소리가 나는 거에요.
“무슨 소리지?”
눈을 깜빡이는 아기 앞에 보이는 것은 양철 도시락통이었습니다.
“누가 소리를 내면서 여기에 있는 거지?”
“나는 ‘산골짝의 다람쥐’ 노래에 나오는 도시락통 속 도토리야. 나를 좀 꺼내 줘. 다람쥐의 도시락통을 힘센 여우가 빼앗더니 못 먹는 거라며 던져버렸고 나는 갇혔어.”
포실별은 작은 힘으로 겨우 도시락통을 열면서 물었습니다.
“다람쥐는 어디로 갔니?”
“다람쥐는 나보다 더 위험해. 울면서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야.”
“네가 다람쥐를 찾아서 이 숲길에서 나갔으면 좋겠어.”
“하지만 다람쥐를 찾으면 네가 위험한 거 아니니?”
“그럴 수도 있지만 다람쥐가 나를 소중히 다루어 주었기 때문에 은혜를 갚고 싶어.”
“나는 네가 통속에서 꺼내주었으니 혼자서 길을 가볼게.”
토끼 가면을 쓴 포실별은 정말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 가면서 주위를 살폈어요. 주위가 점점 아두워졌습니다. 환할 때는 예쁘게 물든 나뭇잎들의 살랑거림이 귀엽고 다정했는데 깜깜한 어둠 속에서는 무섭게 흔들리는 것 같았어요.
“아얏!”
포실별 아기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 하기도 하고
“첨벙”
물이 고여 있는 곳을 잘못 디뎌서 옷이 젖기도 했지요. 그렇게 좀 가다 보니 누군가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흑흑”
어둠 속에서 겨우 찾은 작은 친구는 다람쥐가 분명했습니다.
“울지마 다람쥐야, 네 도시락통 속에 있던 도토리가 너를 찾아달라고 해서 용기를 내 왔으니까 같이 숲길을 헤쳐 가자.”
다람쥐는 포실별을 바라보며 울음을 멈추었어요.
“하지만 아기야, 너도 작고 힘이 약해 보여...”
포실별은 움찔했지만 용기를 내어 말했어요
“맞아, 나도 작고 힘이 없지만 혼자 가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니?”
토끼 가면을 쓴 포실별 아기와 다람쥐는 함께 어두운 숲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다람쥐는 이상한 동물의 울음 소리가 들리거나 무언가 보일 때마다 여우의 울음소리라든지 멧돼지나 오소리가 근처에 있는 것 같다고 말해주었고 더욱 조심하며 소리를 내지 않고 움직였어요. 다람쥐는 몸집이 작지만 숲속 생활 경험으로 많은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캄캄한 밤이 되어 기온이 내려가자 울퉁불퉁한 길의 젖어있던 곳은 살얼음이 끼어 미끄러운 곳도 있었습니다. 작고 어린 포실별과 다람쥐는 끝까지 손을 놓지 않고 함께 걸었습니다. 작은 손이지만 꼭 잡으면 용기가 블끈 솟아올랐어요.
얼마나 걸었을까 숲길이 좀 넓어지는 지점에 조로록 졸졸 물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날씬한 누군가가 서 있었어요. 포실별 아기는 어깨를 더 작게 움츠리며
“누구일까?”
“다른 쪽으로 도망가야 하는 거 아니야?”
라고 물었습니다.
“저기 있는 건 사슴이야,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우리는 숲길을 다 헤쳐 나온 것 같아, 물소리가 들리지?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옹달샘 근처인가 봐.”
다람쥐의 말대로 옹달샘에서 사슴이 세수하고 목을 축이고 있었습니다. 어둑어둑해서 잘 안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근처에 작은 새들과 토끼들도 있었구요, 다른 다람쥐들도 나무 위에서 토끼가면을 쓴 포실별 아기와 아기 다람쥐가 손잡고 오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무사히 와 줘서 정말 고마워!!”
옹달샘 근처의 작은 동물들은 진심 어린 안도의 표정이었어요. 포실별 아기는 무사히 어두운 숲길을 다 지나온 것에 안도감을 느끼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어요. 다람쥐를 찾아 같이 가라던 도토리가 궁금했지만, 노래를 부르면 또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아기 다람쥐를 보고 웃어 보였답니다.
“우리 포실 별, 또 좋은 꿈 꾸는구나.”
배시시 웃는 아기를 보며 엄마도 행복한 미소를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