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왜 오나 Ⅰ

by 크리스틴

토불이는 키가 크고 잘 생긴 토끼였습니다. 토불이가 지나가면 모두 쳐다보며 부러워하거나 감탄했어요.

“뉘 집 아이가 저렇게 늠름할까?”

“멋진 토불이와 친구가 되고 싶어.”


토불이는 힘이 세서 주변의 누가 무거운 걸 옮기느라 낑낑대면 힘들이지 않고 도와주었고 운동을 잘해서 놀이시간이나 운동회에서 인기를 독차지하며 같은 편이 되고 싶어했습니다.


토불이에게는 토철이라는 동생이 있었어요. 그런데 토철이는 형인 토불이와 다르게 작고 몸이 약해서 감기에도 잘 걸리고 잔병치레를 자주 했어요. 엄마아빠는 강하고 씩씩한 토불이보다 토철이에게 신경을 쓰는 시간이 많았어요.


토불이는 그러는 게 섭섭하고 싫었습니다. 그래서 토철이를 몰래몰래 놀리거나 괴롭히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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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가 다니는 숲속 학교에서 음악회 연습을 하게 되었을 때 일이에요. 토철이는 당근을 깎고 말려서 피리를 만들어서 가지고 갔어요. 아주 소중하게 만든 악기였죠. 그것을 본 토불이는 친구들 앞에서

“형이 불어볼게.”

하면서 빼앗아 불려고 했어요. 그런데 허락없이 가져가려는 토불이의 손을 잡다가 당근피리가 부러져버렸습니다. 토불이는

“그까짓 거 부러질 수도 있지, 원래 튼튼하지 않았어.”

라고 말했어요.


토철이는 눈물이 핑 돌았고 악기가 없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서 있었지요. 선생님이 왜 그러냐고 물어보셨지만 말할 수 없었습니다. 토철이는 마음이 여리고 작은 토끼였어요.

그날 이후 토불이는 조금씩 토철이를 더 괴롭혔고, 토철이의 목소리는 더 작아졌습니다. 토철이의 연필을 부러뜨린다든지 공책이나 준비물인 색종이를 찢어서 못 쓰게 만들어 버린 게 다 토불이의 짓이었어요. 처음엔 토철이가 얄미웠기 때문에 시원하고 통쾌했는데 웬일인지 점점 마음이 답답해져 갔습니다. 그리고 토철이는 전보다 더 심한 감기에 자주 걸렸습니다.


이 모든 것을 하늘의 해와 달과 별들이 보고 있었습니다. 어느 주말 낮잠을 자던 토불이는 하늘로 불려갔습니다. 해, 달, 별 앞에서 마음이 딱딱해진 토불이는 숨을 쉬기가 어려웠어요.

“네가 토불이냐?”

“어~~, 헉헉, 어~ 숨을 쉴 수가 없어요.”

“네가 토철이를 괴롭히면서 마음이 딱딱해졌기 때문이야.”

“그래 토철이를 계속 미워할 거니?”


“흑흑”

토불이는 언제부터인지 울고 있었지요.

“아니에요, 사실은 계속 마음이 아팠어요.”

“토철이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요.”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토불이가 흘리는 눈물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가면서 하얀 가루로 변해서 넓게 퍼져나갔습니다. 꽁꽁 얼었던 마음이 따뜻한 눈송이로 바뀌어 세상을 따뜻하게 덮어주는 거였어요.

토불이는 동생 토철이를 사랑하고 아끼는 형의 미소를 지으며 펄펄 날리는 함박눈을 바라보았습니다.

“토철아~ 미안해.”

“형~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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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맞잡은 토불이와 토철이의 손과 머리 위에도 하얀 눈이 포근하게 내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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