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사계절이 멈춘 서리(*기온이 낮을 때 공기 중의 수증기가 흰 가루 모양 얼음으로 바뀐 것)의 왕국이 있었습니다.
이 나라에는 서로를 깊이 사랑하던 왕자와 공주가 있었어요. 왕자가 길을 걸으면 하늘의 해가 환한 미소를 지었고, 공주가 노래하며 나무를 바라보면 숲의 새들이 함께 노래하였답니다. 왕자와 공주가 같이 걸어가면 땅속에 숨어 있던 꽃망울이 흙을 헤집고 나와 꽃을 피웠고 한없이 부드러운 비람이 전해주는 찬란한 공기가 넓게 넓게 번져나갔지요. 주변의 모두가 이들을 사랑하고 축복했어요.
그런데... 이들을 시기하며 못마땅해 하는 마녀가 있었습니다.
"왕자와 공주의 사랑이 세상을 밝힌다구? 그렇게 둘 수는 없어. 그렇구 말구!“
제일 꼭대기 숲에 위치한 뾰죡한 성에 살면서 아래를 내려다 보며 틈을 노리던 마녀는, 왕자와 공주가 각자의 성으로 돌아가려 돌아설 때, 혼자 걷기 시작한 순간 차가운 저주를 걸었습니다. 마녀가 내려다 보는 모든 세상에 서리가 생겨 미끌거렸고 나무와 꽃들은 시들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왕자와 공주는 서로를 잊지는 못했지만, 같은 길 위에 설 수 없었고 만날 수도 없었어요. 손 잡고 걷거나 노래하며 뛰기에 숲과 마을이 너무 어둡고 미끄러워졌고 돌아 가는 길과 서로의 눈을 마주하는 법도 마법의 저주로 잊어버렸기 때문이었어요. 강도 얼어붙고, 꽃도 피는 법을 잊었지요.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왕자와 공주의 시간이 멈춰서 계절도 함께 멈춘 거야.”
정말로 모든 것이 멈추고 회색빛 세상인 것 같았지만,
그리고 왕자와 공주가 서로를 향해 달려가는 법을 잊었지만……
남아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사랑하는 마음이었어요.
왕자의 마음속에서는 공주의 노래가 계속 떠올랐고, 공주는 왕자가 웃는 얼굴이 그리웠지요.
이런 왕자와 공주의 마음을 마녀가 모를 리 없었습니다. 마녀는 더 강하고 차가운 마법으로 세상을 꽁꽁 얼어붙게 하려고 했어요. 마법의 차가운 저주는 더욱 강해지고 세상은 점점 더 어두워졌습니다.
마녀는 하늘에서 날카로운 얼음 조각을 뿌리며 말했지요.
“후훗, 이 얼음으로 모두의 마음을 다 얼려 버릴 거야.”
“왕자와 공주의 사랑이라~ 어림 없지.낄낄낄.”
그때, 작고 어린 새 한 마리가 얼음 조각에 날개를 다쳐 땅에 떨어지며 슬픈 울음소리를 냈어요.
이 소리를 왕자와 공주가 들었습니다. 둘은, 새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전에 같이 걷다가 돌아가던 중에 마법에 묶이던 숲속 갈림길로 달려갔어요. 왕자는 다친 날개를 치료해 주고 공주는 작은 빵 조각을 더 잘게 만들어 새에게 주었습니다. 새를 돌보며 온기를 나누어 주던 왕자와 공주는! 어느 순간 서로를 바라보게 되었고 마주 보며 손을 잡으면 차가움이 물러날 거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둘이 맞잡은 손과 따뜻한 눈길이 얼음조각들을 녹일 수 있었던 거였어요.
"왕자와 공주가 마주 보며 손을 놓지 않는다구?"
"그렇게 둘 수는 없어. 따뜻한 마음을 얼리고 내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낄낄~"
마녀의 얼음이 두 사람을 향해 날아왔습니다. 하지만 왕자와 공주는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우리는 손을 놓지 않을 거야!”
“사랑은 얼지 않아!”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차갑고 뾰족하던 얼음이 하늘에서 천천히 모양을 바꾸기 시작하더니, 하얀 눈꽃이 되는 거에요! 아프게 내리던 얼음은 부드러운 함박눈이 되어 조용히, 포근하게 내려왔어요. 눈은 더 이상 차갑지 않았습니다.
나무와 집을 하얗고 따뜻하게 덮었고 아이들의 머리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습니다. 마녀의 저주는 힘을 잃고 바람 속으로 사라졌고 세상은 환해졌어요.
그리고 왕자와 공주가 손을 잡고 노래하며 함께 걸으니 하얀 눈 속에서 꽃이 피어나고 새들은 노래하며 날기 시작했습니다.
왕자와 공주는 추위에 떨다가 포근함과 따뜻함을 나누러 밖으로 나온 사람들과 함께 함박눈을 소복소복 맞으며 마법의 저주를 몰아낸 하얀 눈의 기쁨을 가득가득 느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