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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겸 Nov 14. 2024

행복의 이유

'행복의 역치'가 낮다는 것

 국어사전에서는 행복을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충분한 만족, 기쁨, 흐뭇함. 행복을 만드는 감정들은 이런 것들이다. 이런 보이지 않는 것들로 이루어진 행복은 또한 보이지 않으며, 저마다도 각자의 행복의 기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행복의 역치’가 낮다는 말을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별것 아닌 걸로도 행복했던 (그리고 별것 아닌 걸로도 눈물을 흘렸던) 나는 유난스러운 내가 싫었다. 근데 지금으로부터 한 10년 안쪽으로 ‘행복의 역치’라는 단어가 심리학을 따로 공부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널리 쓰이기에 되면서, 이 알 수 없어서 이상하게만 여겼던 부분을 특정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그 말을 알게되므로써 나조차 알 수 없는 나의 어떠한 부분을, 그래서 그저 다른 사람들의 말을 빌려 이상하다고 여겼던 부분을 더 이상 이상한 것으로 치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일종의 판결문을 받은 셈이니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수영장 가는 길에 핀 꽃이 예쁘고, 계절에 맞게 물든 나뭇잎이 예쁘고…. 어제 뉴스에서는 이번 주부터 많이 쌀쌀해진다고 했는데, 아직은 가을을 가르는 바람에 감은 머리를 말려도 괜찮은 온도도 마치 내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것처럼 횡단보도 앞에 선 순간 바뀐 초록 불도…. 네잎클로버의 꽃말이 '행운'이고, 세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는 인용은 너무 진부하지만(사실 옳은 말도 아니라고 한다…! 궁금하신 분은 나무위키 참조) 행복을 너무 특별한 것으로 여기다 보면 발밑에 지천으로 깔려있는 작은 행복들을 놓칠 수 있다. 애써 찾을 필요도 없다. 그냥 조금만 관심을 두면 된다. 행복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어딘가에 숨어있다가 뿅 하고 튀어나오는 것도 아니다. 행복은 이미 있고, 나는 그것을 발견하기만 하면 된다. 지나온 길에 수없이 놓여있는 행복들을 일부러 못 본체 할 이유는 전혀 없다.


 행복에 이유가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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