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유형의 함정 '바넘현상'

 성격유형 얘기를 하면 바넘 현상을 언급하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바넘 현상은 성격유형을 혈액형, 무당, 점성술, 심리테스트와 비교하며 비판하는 대표적 사례다.

     

 19세기 미국에 ‘바넘’이라는 서커스 단장이 있었다. 바넘은 상술이 대단한 마케팅의 천재였다. 그는 서커스 공연 때마다 ‘모든 사람을 만족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그리고 이 방법은 매번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모든 사람의 취향이나 관심사는 다르다. 클래식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트로트를 즐기는 사람이 있다. 발레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지만, 디스코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모두가 만족하는 공연을 한다는 것은 모순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을 의심하지 않았고 자신들이 보고 싶은 공연을 할 것이라 믿었다. 

  1956년, 심리학자 밀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심리적 특성을 자신만의 특성으로 여기는 경향을 바넘의 이름을 따서 ‘바넘 현상’이라 하였다. 즉, 일반적이고 모호해서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것을 자신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라 여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점을 보러온 사람에게 점쟁이가 “물놀이 가서 물 조심하고, 장거리 여행 갈 때 운전조심 해야 해”라고 했을 때, 이는 누구에게나 해당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은 자기 자신한테만 적용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포러 교수는 바넘 현상 효과와 관련된 실험을 했다. 이 실험으로 ‘바넘 현상’을 그의 이름을 따서 ‘포러 현상’이라고도 부른다. 

 포러 교수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성격검사를 했다. 모두에게 같은 성격이 적힌 설문지를 주면서 얼마나 자신의 성격과 일치하는지 평가하게 했다.     

‘당신은 다른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높이 평가받을 필요가 있지만, 스스로에게는 비판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신은 성격에 나약한 측면이 있지만, 대부분 상황에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사용할 수 있는데 사용하지 않은, 익숙하지 않은 장점들이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당신은 훈련되어 있고 자신감에 차 있지만, 당신의 내면은 주저와 망설임으로 가득 차 있을 수도 있습니다. 종종 당신의 행동이나 말이 잘못되었을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의심이 당신을 공격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당신은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좋아하고 변화에 열려있으며, 구속과 제약을 받을 때 잘 견디지 못합니다. 

    

당신은 자신이 독립적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과거에 당신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는 것은 지혜롭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대개 당신은 외향적이고 사교적이며 예의 바르지만, 동시에 내향적이고 말이 없으며 차갑기도 합니다. 당신의 바람 중에 몇 가지는 조금 비현실적일 수도 있습니다.’

 -포러 교수의 설문-

 이러한 설명은 성격이 전혀 다른 사람들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일반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이 실험의 대상자들은 모두 똑같은 성격검사 결과지를 받았지만, 80% 이상이 자신의 성격과 일치한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성격유형을 바넘 현상이라 볼 수 있는가?

 성격유형을 바넘 현상이나 포러 현상과 비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위의 검사지 예문은 지나치게 보편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MBTI나 에니어그램 등의 성격유형 설명은 위 검사지처럼 보편적이지 않다. 분명 여러 성격유형 설명에서 자신의 얘기인 것 같은 특징과 전혀 자신이 아닌 특징이 구별된다.

 포러 교수의 실험은 단지 바넘 현상을 확인하려는 방법에 불과하다. 이를 ‘성격유형은 바넘 현상이다’로 단정 짓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화한 해석이다.

 우리에게는 여러가지 성격이 복합적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성격유형이 우리의 성격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바넘 현상이나 포러 현상으로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