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 성격유형이란?
친한 친구 중에 성격 좋고 언변 좋은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혈액형을 맹신한다. 어떤 사람을 설명하거나 본인의 생각을 전달할 때 혈액형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웨딩숍을 운영하는데 직원을 뽑을 때도 가장 우선 조건이 혈액형일 만큼 혈액형에 따른 성격을 믿는다. 이 친구와 얘기를 하면 이상하게도 늘 귀가 솔깃해진다. 그리고 어느새 주위 모두가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있다. 참 신기하다.
이 친구에게 들은 재밌는 혈액형 얘기다. 모두가 한 번쯤 들어보았을 만큼 잘 알려진 얘기다.
A, B, O, AB형 네 사람이 식당에서 식사 중이다. 갑자기 4차원인 AB형이 밥을 먹다 말고 밖으로 막 뛰어나가는 것이다. 그러자 오지랖 넓은 O형이 AB형이 왜 뛰어나갔는지 궁금하여 물어보려고 따라 뛰어나간다. 이를 지켜보던 소심한 A형이 자기 때문이라 생각하여 먹던 숟가락을 놓으며 심각해진다. 하지만 제멋대로 사는 B형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상관 않으며 계속 식사한다.
성격유형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단연 혈액형 성격유형이다. 혈액형 성격유형은 4가지 혈액형 유형의 성격적 특성만 알면 간단하게 접근할 수 있어 가까운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데는 주위 사람들과 잘 맞아떨어지는 이유도 한몫할 것이다.
비록 혈액형 성격유형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지만, 허무맹랑한 얘기로만 일축하고 비난할 것만은 아니다. 모든 것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타산지석’처럼 다른 산의 하찮은 돌이라도 자신의 산에 귀한 옥을 가는데 쓰임새가 있다.
혈액형 성격유형은 MBTI나 에니어그램 성격유형에 비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성격유형이다. 서로 다름을 이해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한다면 타인과의 관계에도 분명 도움이 된다. 또한 즐거운 대화 소재로 다룬다면 유쾌한 대화를 만들어 가는 데 도움될 수 있다.
혈액형 성격유형은 혈액형과 성격 간의 상관관계를 의미한다. 혈액형이 특정 성격 특징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은 한국을 중심으로 한 일부 나라뿐이다. 우리나라가 여기에 해당하는 것은 일부 연구에서 인정하는 타당도와 신뢰도가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보통 혈액형 하면 일본에서 건너왔다고들 생각하지만, 원조는 독일 나치다. 세계대전 당시 나치는 독일 게르만족이 우월한 종족이라는 우생학의 근거를 찾고자 했다. 마침 1910년대 독일의 내과 의사 ‘폰 둥게른’이 ‘혈액형의 인류학’이라는 논문을 통해 혈액형에 따른 인종 우열을 발표했다. 이 논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순수 게르만족은 A형이 많지만, 아시아 유색인종은 B형이 많다. 따라서 A형은 우수하고 진화된 혈액형이고 B형은 뒤떨어진 혈액형이다.
1927년 ‘후루카와 다케이지’가 이 이론을 일본 제국에 전하며 관심을 불러모았다. 일제 제국주의 당시 대만에서 일제 식민지배에 반대하며 ‘우서 사건’이 발생했다. 이때 순종적인 아이누족에 비해 폭동을 일으킨 대만 원주민에게서 O형이 많은 것을 들어 그는 ‘인종 개량론’을 정당화했다.
이후 1970년대 방송 프로듀서인 ‘노미 마사히코’가 쓴 ‘혈액형 성격유형’이 인기를 끌면서 혈액형 성격론이 떠올랐고 여러 아시아 국가와 우리나라에 전파됐다.
혈액형과 성격 간의 관계에 관한 주장은 의학적이거나 과학적으로 타당한 근거가 없다. 물론 혈액형과 성격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도 있지만, 성격은 다양한 요인들의 조합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혈액형만으로 개인의 성격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혈액형 성격유형 종류
A형 성격유형
A형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세심한 특성을 보인다. 이들은 결정을 내리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의 감정을 주로 내면에 간직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업무나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며, 신뢰할 만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A형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이러한 특징 덕분에 자신의 일에 대해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접근을 한다. 감정을 내면에 간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그들이 신뢰할 수 있는, 안정적인 사람으로 여겨지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B형 성격유형
B형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며, 상황에 따라 쉽게 변화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며, 상상력이 풍부하다.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며, 타인과 다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한다.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일하는 것을 선호하며,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즉흥적으로 행동하거나 새로운 경험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
B형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이러한 특징 덕분에 다양한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며,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이들의 개방적이고 유연한 태도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변화를 추구하는 데 큰 장점이 된다.
O형 성격유형
O형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며, 친절하고 사교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즐기며, 새로운 환경이나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경향이 있다.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다양한 활동에 관심이 많으며, 활력이 넘치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신뢰와 협조를 중시하며, 대체로 긍정적이며 낙관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O형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이러한 특징 덕분에 다양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변화하는 상황에서도 긍정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들의 활력과 적극성은 새로운 도전을 즐기고,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AB형 성격유형
AB형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창의적이며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이성적인 사고를 조합하는 경향이 있다. 상황에 따라 감성적이기도 하지만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AB형은 사교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내적으로 모순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이들은 때때로 내적으로 모순된 감정을 겪을 수 있으며, 외부로 보여주는 모습과 내적인 모습이 조금 다를 수 있다. 자유로운 사고와 독립성을 가진 경우가 많으며, 자신만의 기준과 가치관을 중요시하며, 독립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AB형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이러한 특징 덕분에 다양한 상황에서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으며, 이성적인 판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또한, 사교적이면서도 독립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나의 경험과 혈액형 성격유형
성격유형이 영 허무맹랑한 것만 아니라는 생각에는 나의 경험도 한몫한다. 나는 웨딩숍을 운영하면서 신랑들이 턱시도 갈아입는 모습에서 ‘혈액형 별 특징이 있구나’란 생각을 가지게 됐다. 신랑들이 턱시도를 고르려고 탈의실을 이용할 때, 입어 본 턱시도는 탈의실에 벗어두고 나온다. 이때 벗어둔 턱시도 형태에서 성격적 특성이 나타난다.
턱시도를 벗어 둔 형태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스타일로 나뉜다. 보통의 신랑들은 대충 턱시도를 옷걸이에 걸어두고 나온다. 나 역시도 옷을 사려고 탈의실을 이용할 경우, 입어 본 옷은 대충 옷걸이에 걸어두고 나온다. 이렇듯 대부분 신랑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가끔 특이한 두 스타일이 있다.
첫 번째는 깔끔한 유형이다.
이 유형은 셔츠와 나비넥타이 그리고 상하 턱시도를 각각의 옷걸이에 깔끔하게 정리해서 걸어둔다. 어찌나 완벽한지 우리가 더 손을 보탤 필요가 없다. 아니 우리가 정리하는 것보다 더 깔끔하고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런 유형이 많지 않기에 그때마다 궁금해서 물어본다.
“신랑님 너무 깔끔하시네요. 혹 혈액형이 뭔지 물어보면 신뢰가 될까요?”
단정한 신랑은 쑥스러워하며 대답한다.
“A형입니다···”
그렇다. 백발백중 A형이다. 신기할 따름이다.
두 번째는 지저분한 유형이다.
들어가 보면 탈의실 바닥이 어지럽다. 옆에 옻 걸이가 있건만, 셔츠와 재킷, 나비넥타이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압권은 바지다. 딱 봐도 바지 허리를 풀고는 바닥에 떨어뜨리고 그대로 발만 빠져나온 것을 알 수 있다. 바닥 가운데 바지 모양은 찾아볼 수 없고 구멍 둘인 도넛이 있다. 이 역시 몇 명은 안 되기에 물어본다.
“신랑님 바지 벗어 놓은 모양이 특이하네요. 혹 혈액형이 뭔지 물어보면 신뢰가 될까요?”
아무렇지 않은 듯 서글서글하게 대답한다.
“B형입니다.”
그렇다. 백발백중 B형이다. 이럴 때마다 늘 드는 생각이 있다.
‘아하! 이래서 혈액형 성격유형을 믿는 사람이 있구나···’
나는 전혀 닮지 않은 듯하면서 조금 닮은 남편과 많이 닮았지만 조금 다른 쌍둥이 언니가 있다. 신기하게도 이러한 성향은 MBTI 성격유형, 에니어그램 성격유형, 5요인 성격유형에서도 같다.
우리 집은 엄마, 아버지, 우리 6남매 모두 B형이다. 시댁은 시부모님, 7남매 모두 A형이다. 아들 현이가 O형이니 남편은 AO형이고 나는 BO형이 된다. 아마 언니는 BB형이 아닐까? 라고 합리적 의심을 해본다. 형부가 AB형인데 조카 둘이 B형이다. 그리고 언니의 다혈질적인 성격적 특성으로 볼 때 그렇다. 물론 언니는 수긍하지 않는다.
피를 무시하면 안 된다는 조상님의 말 그르지 않구나 싶다. 이처럼 혈액형으로도 우리의 성격 스타일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BO 혈액형이다.
남편은 AO 혈액형이다.
쌍동이 언니는 BB 혈액형이다.
전혀 다른 듯하면서도 조금 닮은 남편과 나.
같은 듯하면서도 조금 다른 쌍둥이 언니와 나.
닮은 점을 찾을 수 없는 남편과 언니.
우리는 ‘옳고 틀리다’가 아니라 모두가 ‘다르다’로 오늘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