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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색하늘 Apr 04. 2023

불감증에 대하여 #1


  어느 날, 아무런 전조도 없이 게임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새벽에 잠들기 전에 습관적으로 게임을 켜고는 문득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고민했던 그 순간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 중요한 게 빠진 것 같은──, 이윽고 그게 재미라는 걸 깨달은 그 순간, 그렇게 게임불감증은 예고없이 갑자기 찾아왔다.

  사실 게임불감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여태까지 몇 번인가 겪으며 슬그머니 왔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극복하기도 하는 걸 반복해왔다. 그다지 대수로운 일은 아니었다. 그저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것처럼, 어느 순간 말 없이 사라진 재미는 어느 순간 말 없이 다시 돌아올테니, 게임에 흥미를 잃었을 때는 다른 걸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우연히 게임을 틀어봤는데 또 다시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하는 날이면, 다시 돌아왔구나 요녀석, 하고는 몰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대수롭지 않은 듯이 이야기하지만, 사실 불감증이라는 건  꽤나 골치아픈 증상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원인도 해결방법도 자세한 건 알 수 없다. 한 가지 명확하게 알고 있는 건 더 이상 게임이 재미가 없어졌다는 것.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많은 불감증 중에 게임불감증이라는 건 일반적으로는 꽤나 가벼운 축에 속한다는 걸까. 물론 삶의 즐거움의 대부분을 게임에 의존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보통 게임이라는 건 여러가지 충분조건 중 하나일 뿐이니까, 사회적으로도 아직 이에 관련된 이슈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내 경우에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지만, 찾아오는 주기는 확실히 짧아졌고, 지속되는 기간은 확실히 길어졌다는 걸 새삼 깨닫고 보니, 앞으로의 일이 조금 걱정이 된다고 할까. 개인적으로 게임은 상당히 비중이 있는 취미 중 하나였는데, 이렇게 명확한 원인도 모른 채 그저 흥미가 사라졌다는 이유로 잃게 된다면 왠지 공허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학창시절의 친구들은 거의 대부분 같은 게임을 함께 즐기던 녀석들이라, 불감증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를 하는데,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불감증이라는 건 역치가 지나치게 높아져 버린 건지 아니면 더 이상 같은 종류의 자극이 효과가 없어져 버린 건지.

  전자는 계속 높아지는 재미에 대한 역치를 따라잡는 건 분명 한계가 있고, 그게 어려워지는 순간이 게임불감증을 극복할 수 없게 되는 순간이라는 주장이다. 후자는  한 해 한 해가 새로운 어린 시절에는 같은 게임일지라도 매년 자극이 새로울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성숙하고 정신적인 안정기에 들어서면 더이상 게임이라는 한정된 자극으로는 흥미의 무거운 추를 움직일 수 없게 되어버린다는 주장이다.

  뭐, 복잡하게 써놓았지만 어느 쪽이든 결과는 같다. 소비적인 일에는 늦든 빠르든 불감증이라는 건 극복할 수 없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그 전에 새롭고 신선한 자극을 끊임없이 찾아내든, 지속 성장이 가능한 자극을 발전시키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건 비단 게임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취미이기에──, 불감증이라는 말로 웃어넘길 수 있지만, 생활에 밀접한 부분에서의 불감증은 자칫 잘못하면 살아있다는 실감을 잃게 만들수도 있다.


  아아──, 그나저나 하필이면 가을에 때 아닌 불감증이라니. 

  아무래도 이번 기회에 다른 새로운 걸 해보라는 계시인 것 같기도 하지만 게임만큼 효율좋은 리프레시 수단도 없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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