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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의 연금술사 Nov 05. 2022

기도로 가는 비행

당신은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는 본인만의 루틴이 있는가?
 
기상 후 물 한 잔 마시기, 약간의 스트레칭, 식사 후 영양제 챙겨 먹기 등 나도 비행을 준비하는 나만의 루틴이 있지만, 그중에 내가 반드시 놓치지 않고 하는 것은 바로 ‘기도’이다.
 
나는 비행 준비를 다 하고 방문을 나서기 전 짧게 기도를 한다. 오늘 같이 일하게 될 크루들과 만나게 될 승객들 모두에게 안전하고 즐거운 비행이 되기를, 아무도 아프거나 다치지 않고 무사히 잘 도착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크루들은 각자 본인만의 방식으로 오늘의 안전비행을 기원한다. 비행기에 탑승하며 비행기 문에 손을 대고 짧게 기도를 하는 크루도 있고, 이륙 준비를 하며 승무원 의자에 앉아 성호를 긋거나 짧게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는 크루들도 있다.
 
비행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종교를 보았는데, 기독교, 천주교, 불교처럼 우리에게 조금은 친숙한 종교도 있고, 이슬람교, 힌두교, 자이나교, 그리스 정교, 유대교처럼 약간은 낯선 종교들도 있다. 이 외에도 정말 다양한 종교가 있고, 또 각 종교마다 약간의 종파들도 있으니, 일일이 따진다면 세상에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수의 종교가 존재한다.
 
가끔씩은 크루들끼리도 각자의 종교를 묻고, 그 종교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는데, (우리는 비행 중 정말 다양한 주제로 진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크루들의 수다 주제는 무한대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종교를 존중하며 선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알아가려는 그 모습들이 개인적으로 나는 너무 아름답게 느껴진다.




손님들의 종교 또한 매우 다양하다. 긴 비행시간 내내 성경을 읽으시는 분들, 크루들에게 메카(이슬람의 성지) 방향을 묻고 메카를 향해 기도를 하시는 분, 유대교의 전통 복장을 입고 비행기에 탑승하시는 분들도 계시다. 힌두교이시라 소고기를 못 드시는 분, 자이나교라서 자이나교 특별식(참고로 자이나교 분들은 채식주의자이지만 뿌리채소를 먹지 않는다.)을 신청하신 분들 등... 정말 다양한 종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비행기에서 이렇게 다양한 종교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다들 종교는 다르지만 모두가 각자의 신에게 오늘의 안전한 비행을 염원하며 여정을 시작했을 모습들에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울컥해지기도 한다.




“God bless you.”

개인적으로 제일 듣기 좋아하는 말 중에 하나이다. 단순히 고맙다는 'Thank you'보다 나는 신의 축복을 빌어주는 저 말이 그렇게 좋더라.


사람들이 빌어주는 축복과 행운들 한마디 한마디가 모여 나를 안전하게 지켜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의 삶에는 많은 축복과 행운이 필요하니까 말이다.


비행기 안, 우리 모두의 피부색과 국적, 종교는 달라도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의 안전한 비행을 염원했을 것이라는 것.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나는 믿는다.

그 수많은 기도가 모여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것을.


그렇게 오늘의 비행 앞에 부족한 나의 기도 또한 살며시 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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