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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의 연금술사 Nov 12. 2022

승무원의 그루밍과 유니폼

깔끔하게 쪽 찐 머리, 화사한 메이크업, 단정한 유니폼, 한 손에는 수트케이스를 끌며 또각또각 걸어가는 모습.


방금 말한 이미지들이 아마 ‘승무원’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사람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빨강, 하늘색, 회색, 오렌지색 등... 각각의 항공사는 고유의 색이 있고, 그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디자인의 유니폼을 선보인다. 유니폼은 항공사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기에 회사에서도 승무원들의 그루밍과 유니폼 관리에 매우 신경을 쓴다. 


오늘은 그루밍과 유니폼에 관련된 몇 가지를 얘기를 공유해 보고자 한다.




우리 회사 유니폼은 ‘마룬색’이다. 사람들에게는 버건디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데, 짙은 와인빛에 가까운 색이다. 카타르 국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마룬색은 국영항공사인 우리 회사의 유니폼과 로고에 사용된다. 


여자 승무원의 경우 모자부터 재킷, 치마 혹은 바지(개인의 선택)가 마룬색이고, 남자 승무원의 경우 회색이다. 혹시 여자 승무원 중에 마룬색이 아닌 회색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보인다면? 그들은 슈퍼바이저인 부사무장, 사무장 직급이다. 남자 승무원의 경우, 넥타이 색으로 구별하는데, 일반 승무원은 마룬색 넥타이, 슈버바이저들은 회색 넥타이를 맨다.




여성 승무원 기준으로 모자, 재킷, 블라우스, 치마, 바지, 서비스 재킷, 헤어 곱창 등으로 이루어진 유니폼 세트는 입사 후 신입사원 교육 과정 중에 맞춤 제작되는데, 개인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여 일일이 재단한 후 만들어진다. 이슬람 국가의 특성상 유니폼은 살짝 크게 만들어지는데, (이슬람 국가에서는 노출이 심한 옷 혹은 너무 달라붙는 옷의 착용이 금지된다.) 치마는 반드시 무릎을 덮어야 한다. 옷이 타이트하지 않기 때문에 일할 때 편하지만, 관리를 하지 않았다가는 크게 나온 유니폼 사이즈만큼 살이 찔 염려가 있으니, 각자의 관리가 필수이다.


마룬색은 색감 자체가 고급스러워 보이고, 인종이 다양한 우리 항공사의 특성상 모든 피부색에 다 잘 어울린다는 최고의 장점이 있다. 또한 와인을 쏟거나 온갖 주스를 쏟아도 유니폼 색이 어두워서 티가 잘 나지 않아 일하기에도 매우 좋다. 그러나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색이 너무 강렬해서 화장을 매우 진하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식 투명 메이크업을 선보였다가는 크루들에게 몸은 괜찮은 거냐, 오늘 너 어디 아프냐는 말을 비행 내내 듣게 됨으로 딥한 자주색 유니폼에 묻히지 않는 강력한 메이크업이 필수이다.


유니폼은 관리 또한 중요한데, 회사 숙소 내에 있는 세탁소를 이용하면, 무료로 유니폼 세탁을 맡길 수 있다. 아침에 맡기면 다음 날 오전에 찾아갈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준비되고, 쉬는 날 없이 운영되기 때문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유니폼의 각 아이템은 일정 기간 사용 후 무료로 새 유니폼으로 교체된다. 혹시 살이 쪘다거나 유니폼이 손상되었을 경우도, 무료 수선 가능하다.


유니폼에 어울리는 시계, 귀걸이, 네일 폴리쉬도 필수인데, 이건 각자 알아서 구매해야 한다. 다만 회사 내에 규정이 있기에 규정상 허용되는 색, 질감, 크기의 아이템들만 허용이 된다.




이렇게 화장을 하고, 유니폼을 입고, 시계와 귀걸이를 착용 후 출근을 하면, 비행기 탑승 전 브리핑을 하는 동안 그루밍 체크를 받게 된다. 그루밍 오피스라고 불리는 담당자들이 크루들의 피부 상태 (참고로 우리 항공사는 피부에 굉장히 민감하다.), 유니폼 상태, 헤어와 메이크업, 시계와 귀걸이, 구두 청결도 등을 꼼꼼히 체크받게 된다. 만약 크루의 그루밍 상태가 비행하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그 크루는 그 비행에서 바로 제외되며, 스탠바이로 대기하고 있던 다른 크루가 그 자리를 대신해서 오퍼레이팅을 한다.


비행에 적합한 그루밍 상태와 유니폼을 관리하는 것은 크루 각자의 몫이다. 물론 초반에는 헤어와 메이크업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17-18시간씩 가는 장거리 비행에서도 지속되는 메이크업 법을 배우게 되고, 엄청난 속도로 헤어와 메이크업을 하는 법을 깨닫게 된다.


1시간짜리 비행이던, 18시간짜리 비행이던, 출근 시, 잘 다림질된 유니폼에 단정한 헤어와 메이크업, 깨끗한 구두는 필수이다. 그게 우리의 마음가짐이고 직업과 손님을 대하는 태도이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출근을 위해 바쁘게 메이크업을 한다.  



*이전 이야기* https://brunch.co.kr/@a7lchemist/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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