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마음 준비가 먼저다
직장 생활을 5년 이상 한 엄마라면 육아휴직이 손꼽아 기다려질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 일찍 일어나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아만 하는 지긋지긋한 일상, 몰아치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육아휴직,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일단 육아휴직을 하겠다고 마음먹는 것부터 회사에 결제가 나기까지 어느 하나 쉬운 과정이 없다. 경제적 난관, 경력단절, 승진, 육아휴직 후 불안정한 고용 등 넘어야 할 현실적인 벽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무사히 넘었다고 해도 육아휴직 기간은 생각만큼 회사 일에서 해방되는 장밋빛 희망의 날들만은 아니었다.
‘아이는 낳았고, 나는 워킹맘인데 애 아빠는 중국에 있다. 출산 휴가는 끝이 보인다. 아이는 어떻게 기르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육아휴직 밖에는 답이 없었다. 사실 갓난아기를 두고 직장에 다시 나갈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는 게 더 큰 이유였다. 육아휴직을 결정할 때 경제적으로 시뮬레이션을 많이 돌렸다. 내 월급이 육아휴식 수당으로 바뀌어 실수령 금액이 1/4로 줄기 때문이다. 나름 다이어리에 적어가며 아이와 문화센터도 가고 이유식도 내 손으로 만들어주고 유모차 태워 산책도 다니며 영어공부도 매일하리라 휴직 계획을 세웠다. 이 정도면 육아휴직 준비는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육아휴직을 해보니 나는 준비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았다.
경제적인 부분은 가장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대부분 준비 후 휴직을 한다. 하지만 육아휴직에서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준비였다. 휴직의 즐거움이 빼앗기는 순간은 늘 내 마음의 문제에 있었다. 휴직 초반에는 직장으로부터의 해방감에 만족감이 상당히 컸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내 마음 속에 여러 가지 불편함이 싹 트기 시작했다. 미리 알고 ‘이럴 수도 있구나.’ 한번 쯤 생각해둔다면 나 같은 시행착오를 줄여 더 행복한 육아휴직 기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쪼그라드는 가정 경제, 진짜 마음의 준비 된 것 맞나요?
‘적금은 만기 때까지만 어떻게 넣어보고...일단 내 용돈 없애고, 헬스는 회사 헬스장으로 돌리고...’
대부분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휴직 전 미리 대비를 많이 한다. 소득이 줄어드는 기간 동안 예· 적금을 쉰다거나 불필요한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모아두었던 적금, 예금을 활용하는 등 각 가정의 상황에 맞게 시뮬레이션을 해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로 닥치면 생각보다 더 경제적으로 빠듯해진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커피 한 잔, 예쁜 티셔츠 하나 등 기분전환을 위해 소소하게 소비하던 것조차도 쉽게 사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평소 쇼핑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소비를 줄여야 하는 육아휴직 상황이 스트레스일 수 있다. 휴직 기간 동안에는 재직 당시보다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음을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열심히 적금을 부어 돈을 모으던 사람은 휴직기간동안 불어나지 않는 적금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휴직 없이 맞벌이 하는 친구가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간다고 할 때는 나만 경제적으로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진다. 아이를 두고 출근한다고 해서 내 연봉이 다 모이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괜히 그 연봉을 다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나의 육아휴직이 잘한 결정인지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휴직 전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이런 마음이 들 때가 온다는 것을 미리 생각해두자.
경력 손실, 마음의 준비 되셨나요?
보통 육아휴직 기간 중 아이 하나당 1년 정도만 경력으로 인정해주는 경우가 많다.(셋째의 경우 다 인정되기도 한다.) 또 경력으로 인정해준다고 하더라도 실경력을 따로 계산해 실경력에서는 빠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능력이 뛰어나 인정을 받더라도 육아휴직 이력으로 인해 경력 때문에 승진에서도 밀리는 경우가 생긴다. 나와 함께 일하고 있는 동기, 심지어 후배가 나보다 먼저 승진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워킹파더 남편과의 비교, 마음의 준비 되셨나요?
부부가 함께 맞벌이를 하다 혼자 육아휴직을 하면 처음에는 혼자만 직장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마저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반대가 된다. 남편은 회사를 핑계로 육아에서 자유로워진 것 같다. 혼자 자유롭게 회식에, 야유회까지 다니는 것 같아 얄미운 마음이 든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아이를 키우느라 나만의 시간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마음은 더욱 커져간다. 또 똑같은 직장인데 남편만 경력단절 없이 승승장구하는 것 같아 씁쓸해진다.
‘나도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인데…….’
이런 서운한 마음들이 쌓여 육아 스트레스와 함께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 남편과의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휴직 전 회식 참석에 대한 기준을 남편과 함께 세워보자. 남편의 협조가 여의치 않다면 휴직 기간만이라도 남편 내조를 하는 것이라고 정신승리하자. 대신 남편이 쉬는 휴일에 자유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딜 하자. 나만의 시간도 꼭 확보해야 정신승리도 가능하다.
집에서 아이와 길고 긴 시간 보낼 마음의 준비 되셨나요?
실제로 휴직을 하면 가장 힘든 점이 아이와 함께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야한다는 것이다. ‘육아’휴직을 했는데 육아‘휴직’인 줄로만 알았다. 나는 육아보다 휴직에 더 관심이 있었던 거다. ‘육아’ 때문에 힘들어서 휴직 자체가 후회가 되기도 한다.
‘회사 나가면 돈이라도 벌지. 휴직해서 있으면서 육아가 힘들어서 애한테 화만 내고 있네. 내가 왜 휴직 했을까?’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꼭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자. 잘 하려고 하면 아이한테 화가 난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에는 원래 공백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지루함은 늘 따라다닌다. ‘기회비용을 많이 치르고 한 휴직, 이렇게 허무하게 흘러가나?’ 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정상이다. 육아휴직은 원래 그런 것이다! 지금 당장은 허무하게 흘려보내는 시간이라 생각이 들지라도 지나고 보면 그 시간도 꼭 필요한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외로울 준비 되셨나요?
육아휴직을 하면 생각보다 많이 외롭다. 물론 혼자도 잘 지내는 사람은 예외다. 바쁜 일상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맞이하는 아침의 행복감도 한 달이면 충족 완료다. 외로운 마음에 유모차 끌고 가서 친구와 브런치도 먹고 키즈까페도 가고 평일 런치특가 점심도 먹을 것이라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계획이 실현되기 쉽지 않다. 아이가 있다 보니 아이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아프거나 해서 약속이 취소되기 일쑤다.
직장 생활을 하며 분초를 다투다가 시간이 너무 많으니 순간순간 외롭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될 것이다. 이런 외로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미리 휴직 준비 과정에서 생각해두는 것이 좋다. 아이를 돌보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라디오를 듣는다거나 인터넷 강의를 오디오처럼 틀어놓는 것도 좋다. 외로움을 자기계발로 승화할 수 있다. 휴직 친구를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여서 마음의 위안을 많이 얻을 수 있다.
여러분들의 육아휴직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