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생산의 파도 속에서 우리가 지켜내야 할 의미들에 대하여
모든 사람이 매 순간 치열하게 판단하며 살아야 할까요? 사실 과잉 환경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판단 없이도 충분히 평온하게 남습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수동적으로 변했다거나 생각이 없어졌다는 뜻이 아니에요. 비난받아야 할 일도 아닙니다. 판단이 굳이 필요 없는 방식으로 우리 주변의 환경이 아주 매끄럽게 정리되고 있다는 뜻에 가깝지요. 시스템이 우리를 대신해서 많은 것들을 처리해주기 때문입니다.
알고리즘은 과잉의 부담을 우리 대신 짊어지고 시야를 좁혀줍니다. 수백만 개의 선택지를 열 개로 줄여주고, 그중에서 가장 적합해 보이는 것을 맨 위에 띄워줍니다. 덕분에 우리는 적극적으로 의미를 구성하려 애쓰지 않아도 큰 불편 없이 일상을 이어갈 수 있어요. 추천된 것을 보고 익숙한 형식을 반복하는 이 상태는 실패나 퇴행이 아니라, 과잉을 견디기 위한 일종의 '구조적 안정'에 가깝습니다. 매일 아침 뭘 입을지 고민하지 않기 위해 옷장을 정리해두는 것과 비슷하지요.
의미가 예전보다 얕아지는 것처럼 느껴질 순 있지만, 그것은 개인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 과잉의 바다에서 익사하지 않기 위한 자연스러운 조정의 결과일 뿐입니다. 모든 것에 깊은 해석을 요구받는다면 우리는 금방 지쳐버릴 테니까요. 하루에 접하는 수천 개의 정보 각각에 대해 "이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라고 묻는다면, 정오도 되기 전에 정신적으로 소진될 것입니다. 그래서 대다수는 판단을 유예한 채로 흐름 속에 남게 됩니다. 알고리즘이 대신 흐름을 유지해주니까요.
판단은 모든 사람의 기본 상태가 아닙니다. 오직 환경과 강하게 부딪치는 마찰 지점에서만 우연히 발생할 뿐이지요. 무언가가 불편하게 느껴지거나, 흐름이 어색하게 느껴지거나, "뭔가 이상한데?"라는 감각이 들 때 비로소 판단이 시작됩니다.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흐름이 부드러운 한, 대부분의 사람은 굳이 그 마찰을 만들어 고단해질 이유가 없답니다. 그리고 그것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