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의 생산과 판단 - 10장

무한한 생산의 파도 속에서 우리가 지켜내야 할 의미들에 대하여

by 박지원

10장. 일부는 왜 끝내 적응하지 못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이 부드러운 흐름에 안착하지 못하는 이들이 존재합니다. 추천 알고리즘이 완벽하게 작동하는데도, 어딘가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 모두가 만족하는 콘텐츠 앞에서 혼자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 이것은 그들이 남들보다 똑똑하거나 비판적 사고가 뛰어나서라고만 설명하기는 어려워요. 그렇게 말하는 순간 이 문제는 개인의 능력 문제로 축소되고 말거든요.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다루는 차이는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환경과의 '마찰' 그 자체입니다.


이들은 추천이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이미 충분하다"는 감각을 남들보다 먼저 느껴버립니다. 모두가 다음 영상으로 넘어갈 때, 이들은 문득 멈춰 섭니다. 왜 멈추는지 스스로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할 때가 많아요. 특별한 결단을 내리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거나 다시 돌아오지 않는 방식으로 그 어긋남을 드러내지요. 추천은 계속되지만 더 이상 그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지점이 온 것이지요. 마치 맛있는 음식인데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은 순간처럼요.


중요한 것은 이들이 일부러 멈추려 애쓴 것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의식적으로 "나는 이 시스템에 저항하겠다"고 결심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흐름이 더 이상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마찰 지점에 도달했을 뿐이지요. 모두에게 편안한 물살이 유독 이들에게만 어색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온 것입니다. 이때 발생하는 판단은 분명한 형태를 갖추지도,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지만,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다는 강렬한 감각으로 남게 됩니다.


이 어긋남은 우월함의 증거도 아니고 각성의 결과도 아닙니다. 그저 시스템이 요구하는 리듬과 개인의 감각이 우연히 맞지 않게 된 결과일 뿐이지요. 신발이 발에 맞지 않는 것처럼, 시스템의 속도와 방향이 개인의 감각과 맞지 않는 것입니다. 이들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기존 질서에 녹아들지도 못한 채 흐름에서 조금 비껴나 남게 됩니다. 이 조용한 비껴남은 대체로 어떤 모범도 되지 않은 채 조용히 사라지게 된답니다. 역사에 기록되지도, 누군가에게 기억되지도 않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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