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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아 Sep 04. 2023

고전 그 필요성에 대하여

김형석, 백 년의 독서

중요한 독서의 대상은 역시 고전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한 권의 고전다운 고전은 열 권의 유행하는 책 보다 가치가 있다.

철학자 김형석의 ≪백 년의 독서≫ 중에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대학졸업자가 배출되는 국가이다. 그렇다고 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뛰어난 학자나 지도자가 많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선진국에 비해 그 수가 적은 편이다. 원인은 사상이 약하기 때문이다. ≪백 년의 독서≫ 저자 김형석 교수는 사상적 고전이 뿌리라면 모든 체계적인 학문과 지식은 줄기와 같다고 말한다. 이 말은, 고전을 통해 예로부터 내려오는 사상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한 국가에서 꼭 세계적인 학자와 지도자가 탄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뛰어난 학문을 펼치고 집단을 이끄는 리더 한 명의 존재는 수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된다. 


현시대의 결핍 중 하나는 삶에 고뇌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참된 지도자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그 방향성을 조언해 줄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스승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회적인 문제 앞에서 혼란스러워한다. 우왕좌왕하다가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한다. 끝내 여러 갈래로 나뉘기도 한다. 김형석 교수는 어느 인문학 강연에서 편을 가르는 사람을 곁에 두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마음 한뜻이 되어서 머리를 맞대어야 할 때 편이 갈라진다는 것은 결국 분열된 사회를 초래한다. 




많은 사람이 책을 읽고 나면 남는 게 없어서 허무하다고 호소한다. 독서에 들인 시간이 아깝다며 그 시간에 다른 것을 하는 편이 낫다는 사람들도 있다. 남는 게 없다고 여겨지는 것은 독서의 휘발성 때문이다. 독서는 즉각적으로 드러나는 결과도 현저히 미비하다. 하지만 어떠한 노동이든 그에 대한 보상이 따르기 마련이다. 


다만, 신체적 노동과 정신적 노동이 다른 점이 크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신체적 노동은 돈이라는 물질로 빠르게 환원되지만, 정신적 노동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정신적 노동이 어떠한 물질로 환원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다른 하나는, 정신적 노동은 의식 성장의 폭이 큰 것에 비해 신체적인 노동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신체와 정신에도 다른 점이 있다. 신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레 성장하고 어느 시기가 되면 노화의 길로 접어든다. 반면, 정신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저절로 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부를 놓지 않는다면 노인이 되어서까지도 지속 성장시킬 수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나이만 많은 어린 영혼의 소유자를 찾아볼 수 있다. 성숙된 정신을 갖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정신연령은 신체적인 나이에 맞지 않게 낮을 수밖에 없다. 나는 겉모습만 어른인 사람을 볼 때면 이러한 생각을 하곤 한다. 저렇게 나이 들어가지 말아야지,라고. 




정신은 독서를 통해 얼마든지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정신과 함께 사상도 성장해 나간다. 그럼, 어떠한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고전을 깊이 탐독하면 된다. 김형석 교수는 저서에서 시민을 위한 필독서 리스트를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구축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순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백 년의 독서≫를 다 읽은 후, 시민들이 고전을 필수로 읽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시대를 초월해 후세대로 전해지는 고전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도서라는 것을 증명한다. 시민 모두가 학자나 지도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정신적인 성장을 위해서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만의 학업을 이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독서율이 턱없이 낮다.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은 넘쳐 나는데 독서하지 않는 아이러니. 글쓰기와 독서가 상관관계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것은 잘 못된 정보이다. 좋은 글은 독서의 우물에서 샘솟는다. 우리나라의 독서율이 낮은 주된 이유는 독서에서 얻는 재미와 흥미보다 더 큰 쾌감을 주는 영상물이 넘쳐나서이다. 쾌락은 중독성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영상매체에 노출 빈도가 높아서 행복한 감정을 쾌락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몹시 많다. 쾌락에 중독되면 일상에서의 작은 기쁨, 즐거움, 행복, 감사함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독서 능력이 저마다 다르겠지만, 독서율이 낮은 만큼 다수의 사람이 독서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다. 처음부터 고전을 읽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니 독서 편력을 단계적으로 넓혀 나가야 한다. 처음엔 직관적인 책 위주로 읽으며 재미와 흥미를 붙이고, 차츰 다음 단계의 책으로 독서 수준을 높여가는 것이다. 정신의 성장을 위해서는 학문과 사상을 아우를 수 있는 독서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언젠가는 모든 시민의 독서가 고전의 향유에 가 닿길 바란다. 그 결과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간이 되는 고전의 크나큰 힘이, 전 국민을 통해 실현되는 날이 도래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희망한다. 이 시대의 참된 지도자 김형석 교수의 뜻을 받아 모두가 신념으로 삼아야 할 하나의 문장을 담아본다.     


‘책을 읽는 개인은 지도자가 되며, 독서하는 민족이 세계를 이끌어 갈 수 있다’


한 개인과 국가의 번영을 위한 지혜가 고전에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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