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이수아
내 몸을 감싸는 장막 같은 투명한 얼음
책은, 허락도 없이 얼음을 녹이고 장막을 걷었다
심장을 타고 녹아내린 물은 핏빛
너는 심장으로 걸어와 가만히 바라본다
바닥 위에 놓인 것은 삶의 파편들
두꺼운 장갑을 끼고 파편을 줍는다
알던 얼굴,
너의 손을 잡을 수 없어 벽을 세우고
너는, 녹아버린 장막을 다시 씌우려 냉동고에 구겨 넣은 내 몸을 쓰다듬는다
이 순간만큼은 우리가 가까워졌을까?
마주 앉아 서로의 손등을 어루만진다
누더기 같은 심장을 가진 건 너만이 아니야
울음이 모여 마르지 않는 물이 되고
가슴을 꺼내어 물에 담근다
너의 삶에 기대어 피고름을 짜낸다
벽을 허물고 너의 손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