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티멘탈 밸류

by 최원돈

샌티멘탈 밸류

최원돈


"샌티멘탈"은 '정서적인' 또는 '지나치게 감상적인'이라는 뜻이다. '센티멘탈 벨류'는 무엇인가. '정서적인 가치'를 말하는 것일까. '지나치게 감상적인 가치'일까. 영화 제목으로는 너무 센티멘탈하다. 우리는 사춘기 여학생의 지나친 감성적인 태도나 말을 센티하다고 하지 않은가.

설 연휴가 끝난 오후 6시 모처럼 압구정 cgv는 사람들로 가득찾다. 보기 힘든 장면이다. 대부분 젊은 청춘남녀들이다.


노르웨이 영화는 만나기 쉽지않다. 아내와 함께 I열 4번 5번은 거의 뒷줄이다. 앞줄 곳곳에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있다. 영화관은 이래야 영화 볼 맛이 난다.


첫 장면부터 마음을 동하게 만든다. 북유럽의 가을의 모습인지 겨울의 모습인지 도시는 옛 지붕으로 이어지고 멀리 원형 돔모양의 건물도 보인다. 경쾌한 사운드트랙이 울려 퍼진다.



"십수 년간 가족을 떠나 지낸 영화감독 구스타브(스텔란 스카스가드)가 아내의 장례를 위해 집에 돌아온다. 그는 연극배우가 된 큰딸 노라(레나테 레인스베)에게 “너를 위해 쓴 각본”이라며 자신의 신작 주연을 제안한다. 동생과 달리 아버지가 불편한 노라는 거절한다. 결국 그 배역은 할리우드 스타 레이첼(엘 패닝)에게 돌아가는데, 레이첼은 인물을 이해하기 어려워 고민에 빠진다.


오랫동안 부재했던 아버지가 장성한 자매의 삶에 다시 들어오며 벌어지는 이 이야기는 실제로 두 딸의 아빠인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개인적 배경과 삶의 변화에서 출발했다. 영화의 제목은 타인과 관계없이 자신에게 유독 중요하게 여겨지는 ‘정서적 가치’를 의미한다.


영화는 3대에 걸친 가족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구스타브의 어머니는 젊은 시절 반나치 선전운동에 앞장서다 붙잡혀 고문당한 치명적 트라우마를 안고 살았다. 노라는 연극배우이면서도 극심한 무대 공포증을 겪고 있다. 어머니와 구스타브, 그리고 딸 노라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조차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차분한 시선으로 한 가족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역사적 아픔과 대를 잇는 비극의 굴레까지 엮어내는 연출 솜씨가 유려하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집이라는 공간과 그 안에 흐르는 예술가적 기질을 통해 부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서로를 받아들이게 된다. 끝내 용서와 화해에 도달하는 엔딩의 여운이 짙게 남는다."

-네이버에서 발췌



"말로 표현하기도 힘든 순간이에요. 침대 장면도 마찬가지였어요. ​언니를 잃을까 봐 늘 두려워했던 '아그네스'의 사랑이 그대로 느껴졌죠. 언니 '레나테'는 옆에 앉아 있다가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사실 그건 대본에 없는 행동이었어요. 카메라 위치를 몰라 조금 겁이 났지만, 감독'요아킴'이 허락해 주었죠.


저는 '사랑해'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말했고요. 대본에는 없었죠. 노르웨이어로 그 문장은 정말 큰 문장이에요. 보통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나 쓰는 말이거든요. 하지만 그 순간에는, 그런 일을 겪고 있는 자매에게는 꼭 필요한 말이라고 느껴졌어요."


나는 좀처럼 영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영화가 거의 끝날 무렵에야 어렴풋이 와닿았다. 어색한 분위기 속 미세한 표정 변화로 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표현한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였다.


아내는 영화가 끝나고​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감동적인 영화라 했다. 북유럽 노르웨이 오슬로의 풍경과 박형지붕이 오래 남을 것이란다. 순간순간의 장면을 떠올리며 이야기해 주었다. 그제야 이해가 간다. 수준 높은 영화라 했다.


"아버지는 인품이 높은 분이에요."

"그런데 왜 가족을 버리고 집을 떠났을까."

"어머니가 정상이 아니었어요. 나치 독일에서 병이 들었어요. 아버지는 어머니를 위해 집을 떠났어요."

"나는 그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고 헷갈렸는데, 당신은 역시 촉이 빠르군요."

"여자는 남자하고 틀려요."



'센티멘탈 밸류’는 다음 달 열리는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몇 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릴지 주목된다.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 9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설 연휴가 끝나고 행복한집 식구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아내는 연휴 내내 가사에 힘들었다. 오랜만에 감명 깊은 영화로 보상해 준 기분이 든다.

영화가 끝나고 기념품 '센티멘탈 스크린 북'을 받았다.


압구정 밤하늘에 별이 총총 빛나고 있다.(202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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