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날개를 달고

by 최원돈

희망은 날개를 달고

-김혜숙의 수필선집을 읽고

최원돈



김혜숙의 두 번째 수필 선집이다.

‘한국수필가협회 100인선’ 16번째 수필선이다. 작가는 1996년 한국수필로 등단해 지금까지 7권의 수필집과 2권의 수필 선집 그리고 여러 권의 추모집을 출간했다.

『희망은 날개를 달고』는 그의 수필에서 30편을 골라 '사랑과 희망 그리고 영혼이 따뜻해지는 작품'들을 실었다. 작가는 이 수필 선집이 사람들에게 '희망의 날개가 되어 세상 속으로 힘차게 뻗어나길 간절히 바란다'라고 했다.


나는 그의 7번째 수필집 <밥은 먹고 다니냐>를 읽고 감상 수필을 쓴 적이 있다. 그때 나는 ‘그의 수필에서는 찔레꽃 향기가 난다’라고 했다.


김혜숙의 '수필 쓰기는 결국 나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내 삶의 궤적을 따라 그려지는 인생 나침반이자 지도'였으며 수필은 내 삶을 키웠고, 내 삶은 다시 나의 글을 변화 시켰'으며, 나의 빈 가슴을 사랑으로 채워 주었다고 했다.


<거기서 나는 죽어도 좋았다>

"울 밖을 구경하는 일로 책 읽기만 한 일이 있겠는가. 《거기서 나는 죽어도 좋았다》와 같은 글을 만난다면 더할 나위 없다. 공간적으로 룩소르, 몰타, 모로코, 파리, 베를린, 뉴욕, 키르기스스탄···. 수없이 많은 세계 여러 도시를 배경으로 문학, 음악, 영화, 미술, 건축 등 모든 예술 장르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모든 생각의 기반을 쫓아가다 보면 철학을 만나게 되고 각 예술 장르에서 출발한 세계 시민들과 철학의 한 지점에서 만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벨 에포크’다. 내가 책을 읽고 있는 이 응접실도 살바도르 달리와 피츠제럴드와 거트루드 스타인이 어울리던 그 시절 파리와 다름이 없다.“

나는 지난해 예술의 전당에서 ‘미셸 들라크루아’의 ‘파리의 벨 에포크’ 전시를 보았다. 그의 그림은 그의 어릴 때 ‘아름다운 시절’에 보았던 벨 에포크라고 했다. 그때 나는 들라크루아의 눈 내리는 파리의 밤 풍경의 그림을 잊을 수 없다. 또한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도 좋아한다.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인 그의 전시도 본 적이 있다. 그의 그림들을 만날 적마다 나는 그를 떠 올린다,


<겨울바람 속에 피어난 너도바람꽃>

사진작가 김영갑은 루게릭병으로 48세에 이승을 하직하고 세상을 떠났다. 제주의 풍광에 반해 이승의 삶을 마감할 때까지 제주인으로 살았다. ‘그는 끼니를 잊지 못하면서도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었던 절실함은 무엇이었을까.’

"무엇보다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에서 나의 문학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어서 고맙다. 내 정신에 감전되어 불꽃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감각이 새로워지고 사유가 깊어지길 바란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저서에서 김영갑은 말한다.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서 피어난 ‘너도바람꽃처럼’ 고통의 끝에서 무사히 봄을 맞을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고. 그는 한겨울에 움트는 봄의 기운을 보았다고 말한다. 삶을 관통해서 얻은 그의 언어가 더욱 빛난다."


<뮤지컬 성지에 우뚝 서다>

김혜숙은 뮤지컬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오페라도 좋고 버라이어티 쇼도 좋지만, 이 모두가 버무려진 볼거리가 풍성한 뮤지컬이 자신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다고 했다.

”<레 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지킬 앤드 하이드> <삼총사> <시카고> <영웅> <명성황후> <몽유도원도>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맘마미아> <노트르담의 꼽추> <빌리 엘리어트> <알라딘> <아가씨와 건달들> < 빈센트 반 고흐> <클레오파트라>. 이들 뮤지컬은 언제나 내 삶을 뜨겁게 달궈주었다. 누군가와 함께 이 공연을 지켜보면 그와 함께 인생을 걷는 느낌이 값지게 느껴졌다.“


<소용돌이치는 별빛>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은 언제나 나를 꿈꾸게 한다. 자신을 희생 제물로 삼아 탄생한 그의 작품 앞에서 나는 전율한다. <별이 빛나는 밤>. 누구보다 고독했던 그가 생레미 정신병원에서 그린 작품이다. 예술가의 광기로 탄생시킨 이 그림은 슬픔마저도 아름답다. 별도 소용돌이치고 사이프러스 나무도 타오르듯 흔들거린다. 무서울 정도로 아름다운 별빛이다. 팍팍한 삶이 앗아간 그의 꿈이 별로 부활했을까. 별은 고독한 그의 마음속 친구였으리라.“

"꿈꾸듯 이어지던 생각을, 익숙한 멜로디가 비집고 들어왔다. '스타리스 타리 나이트'라는 첫 소절로 유명한 돈 맥클린의 노래, 빈센트에게 헌정한 곡이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그림이 떠오르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소용돌이치는 별, 파도처럼 이어진 노란 전, 하늘 끝에 닿을 듯한 검은 사이프러스 나무, 불이 켜지지 않은 교회와 높이 솟은 첨탑. 여기에 빈센트가 사려 깊게 숨겨둔 은밀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고통으로 빚은 예술>

”고통 자체를 의미 있는 것으로 변화시키는 예술가는 위대하다. 고통 없는 삶이 어디 있겠는가. 에드바르 뭉크나 프리다 칼로에게 닥친 고난과 시련은 그들의 예술을 위한 것이었고, 혈관이며 생명이었다. 그들은 위대한 예술을 위해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을 박차고 나가 삶을 변화시켰다. 결핍을 에너지로 바꿔 불후의 명작으로 변모시켰다. 더 이상 잃을 것 없어도 고통을 의미 있는 것으로 변화시키는 이들 예술가는 참으로 위대하다. 내게 고통과 슬픔이 찾아와도 그것도 내 인생이 아닌가? 뜨거운 영혼으로 삶과 예술을 일군 그들처럼 기꺼이 맞으리라."


<더 많은 셰익스피어가 필요해요>

삶은 정녕 슬픔의 바다인가. 한 맺힌 울부짖음이 반복되는 <오셀로> 연극을 관람하며 맴도는 질문이다.

“이따금 '나'라는 존재의 좁은 울타리를 뛰어넘어 이 세상 수많은 타인과 이야기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끼고 신비한 감정에 빠질 때가 있다. 이것이 이야기의 힘이고, 이야기의 생명을 무한대로 연장하는 것은 예술가의 일이다.

셰익스피어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그것은 놀랍게도 이야기의 마당을 모두에게 여는 일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왕과 귀족과 평민 모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그들은 때때로 같은 공간에서 연극을 보며 함께 웃고 울며 손뼉 치고 한탄했다. 그 장면이 어색하지 않은 것은 오롯이 셰익스피어의 힘이다. 예술의 경지가 까마득하여 신분의 귀천조차 하찮게 느껴질 때나 가능한 선물 같은 축제였다.

사람들은 셰익스피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주석을 달고 밑줄을 그으며 생각의 퍼즐을 맞춘다.


그리하여 또 한 사람의 셰익스피어를 꿈꾸게 된다. 예술의 힘이 아니라면, 우리 중 가장 미천한 자의 이야기는 대체 어떻게 온 세상과 연결되겠는가. 내 삶이 예술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예술적 진실 한 방울이 뒤 겨 있지 않아서가 아니다. 다만 내 곁에 셰익스피어가 없기 때문이다.”


‘문학은 예술인가.’

나는 김혜숙의 수필을 읽으며 문득 이 물음을 헤아려 본다.

그의 수필에는 유난히 예술가들에 대한 글이 많았다.


나 역시 예술을 좋아한다. 김병중의 저서를 통해 그의 미술과 문학을 만났으며 제주 김영갑 전시관에서 그의 사진 작품을 보았다. 그리고 미셸 들라크루아의 벨 에포크 전시와 뭉크의 전시와 고흐의 전시도 찾아보았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글을 깊이 있는 글은 쓰지는 못하였다. 왜일까. 나는 김혜숙의 수필 선집을 통하여 그 해답을 찾아본다. 그것은 바로 예술적 소양과 문학적 소양이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문학은 예술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문학은 예술인가“


”문학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삶과 감정을 담아내는 중요한 표현 방식이었다. 그렇다면 문학은 과연 예술일까. 이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문학의 본질과 예술의 의미를 함께 생각하게 만드는 문제이기도 하다.


먼저 예술은 인간의 감정과 생각을 창조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은 색과 형태로, 음악은 소리와 리듬으로 인간의 내면을 드러낸다. 문학은 이와 달리 언어를 재료로 삼는다. 작가는 단어와 문장을 통해 풍경을 그려 내고, 보이지 않는 마음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독자는 그 언어 속에서 기쁨과 슬픔, 사랑과 상실 같은 감정을 함께 경험한다. 이런 점에서 문학은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고 공감을 끌어내는 예술적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문학에는 창조성이 담겨 있다. 같은 사건을 이야기하더라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작품이 된다. 작가는 현실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상상력과 해석을 더 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창조적 과정은 예술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문학을 단순히 예술이라고만 말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문학은 언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사회와 역사, 사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때로는 기록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사상이나 가치관을 전달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문학을 예술이면서 동시에 지식과 사유의 영역이라고 보기도 한다.“


그렇다. 문학은 예술을 통하여 더욱 풍요롭게 발전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글을 쓰기 위하여 예술을 감상하고 심상心想을 닦아야 한다. 문학인은 누구보다 예술을 사랑하고 깊게 공부해야 할 것이다. 나는 오늘 김혜숙의 수필을 통하여 이를 깊이 성찰할 수 있었다.


수필 행사 때마다 항상 웃는 얼굴로 맞아주는 그의 모습이 오늘따라 그리워진다. (202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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