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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르다 Oct 04. 2024

F노가다여자의 살아남기

글로 감정 추스리기

무슨 글을 써 내려갈 것인가는 항상 고민되면서 두근두근거린다. [기록의 쓸모]라는 책을 접하고는 매일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가끔 읽어보는 일기에는 우울하고, 기쁘고, 부끄러운 일들이 가득하다. 처음은 사건을 나열하거나 뭘 먹었는지를 적곤 했는데, 지나고 보니 가끔 기록되어 있는 감정의 호소가 더 재미있었다. 그때부터였나 나의 감정을 재미있게 나의 독자(나 자신)를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때론 일기로 때론 다짐으로 때로는 데스노트로도 사용했다.

내 일기에는 정말 많은 이들의 욕이 적혀있다. 막 쌍욕까진 아니고, 비방정도? 허허 그건 절대 당사자에게 보여줄 수 없다. 나중에 말하겠지만 이것이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나의 비결이다.


제목을 자극적으로 적었지는 않은지 걱정이 된다. 날 표현하기엔 노가다라는 말은 가끔 속이 상한다.

내 직업이 노가다로 단정 짓기에는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토목인들끼리는 노가다라고 이야기하긴 한다.

노가다의 뜻이 행동과 성질이 거칠고 불량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일을 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성질이 거칠고 불량하기도 하지만, 기술인으로서 젠틀하고 부드러운 분들도 더러 있다. 자신의 기술의 자부심을 가지고 노력하고, 세심하게 공사를 진행하는 부분에서 정말 많이 놀라고 편견을 가졌던 과거의 나의 모습을 보며 반성도 많이 했다. 요즘 MBTI로 따지면 모두가 T일 것 같지만 놀랍게도 F인 현장사람들도 많다. 그중 나도 포함이다. 세상은 T가 이끌어간다는 T의 주장(남자친구의 주장)에  세상을 이끌어나가는 T를 새운 F들의 노력도 만만치 않다고 나는 주장한다.


처음에는 F인 나는 거친분들의 말들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역시 여자가 버티기에는 힘든 걸까 아니 그냥 내가 적성에 맞지 않나 아니면 내가 바보인가? 나도 그냥 거칠게 대해야 할까를 고민했다. 아직 명확한 답은 내리지 못했지만, 여자여서 버티기 힘들고, 적성에 맞지 않았다기 보단 항상 회피를 선택했었던 과거의 내가 도망을 선택하려고 준비했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버티고 노력하다 보니 직면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모습이 대견하다.

결과적으로는 도망치치 않았다. 그 특급 비결을 공개할까 한다. 그 비밀은~ 글쓰기다.


내 글들을 보면 다양한 감정이 있는데,

1. 자책하기

2. 미워하기(데스노트)

3. 감사하고 용서하기

4. 발전을 해나 갈 것이라는 확신으로 미래를 다짐하기


무슨 조울증 걸린 것 마냥 수 없는 업 다운이 기록되어 있다. 나 사이코인가? 생각이 들 정도다.


1. 자책하기 단계

나 자신이 한심하고, 그거 하나 못하는 게 바보 같다 생각하는 단계이다.

자책하는 과거의 나의 글을 보면 응원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왜 그렇게 날 채찍질을 하는지, 나의 부족한 부분만 초점에 잡혀있는지

충분히 열심히 잘 해내고 있다. 자신감을 가지고 계속해라~라는 응원을 하며 일기를 읽는다


2. 미워하기(데스노트)

모진 말을 듣고 하루 종일 그 말이 생각나고 밤에 눈물이 나는 날에는 꼭 데스노트를 쓴다. 군대를 안 갔다 와서 그랬냐느니 그 월급에 그정도냐느니 생각을 하냐느니 너한테 말해봤자 뭐 하냐느니 지나고 보면 다 맞는 말 같은데, 그땐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미워서 ‘참나 자기는 뭐가 잘라서 그래? 이거 이거 실수도 많이 하면서 내가 뭐만 하면 저렇게 밉게 이야기할까?’ 그런 미워하는 단계로 넘어온다.

과거에 미워하는 글을 보면 현재의 나는 같이 그래그래 나쁜 사람이여~!!! 욕을 같이 해주곤 한다.


3. 감사하고 용서하기

어쩌면 나의 큰 장점이라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난 미워하는 사람의 장점을 보려 한다. 그래 저 사람은 하나님이 이렇게 만드셨겠지 하나님이 정말 사랑하는 그 사람의 장점은 이거겠지? 생각하며 미워하는 감정을 추스르는 단계이다.

그래 나에게 애정이 있고, 나에게 알려주려고 하는 말이었구나. 난 이 사람에게 배울 것도 많고, 말을 쌔게 하더라도 다 맞는 말이구나. 꼭 혼내고 나서는 설명을 찬찬히 해주는 게 저 사람의 장점이구나 혼나는 일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큰 배움이 있을 것이라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지~ 생각하는 단계이다


4. 발전을 해나 갈 것이라는 확신으로 미래를 다짐하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계이다. 미래를 계획하고 희망을 가지는 단계인데 모든 감정을 거치고 나면 4단계를 적어 내려 간다. 이 단계가 되면 이제 푹 잘 수 있는 꿀잠을 예약해 놓은 거나 마찬가지다. 생각이 많은 밤 잠을 못 자는데, 미래에 대한 다짐. 앞으로 더 일찍 일어나서 미리 할 일을 정리하고, 내일은 무슨 일을 하지를 정리하면 불필요한 불안이 사라진다.



난 이 4단계로 완성될 사람이다. 나의 성장을 적어보려 한다.

 글을 읽으며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나를 응원하겠지? 글을 방구석에서만 적다가 이렇게 타자로 치다 보니 참 여러 가지 감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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