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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준비 중 절망 그리고 회복

멍청하고 단순한 감정나열

by 와르다

버스를 타면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곤 한다. 결심이 서고 내 행동에 반성을 하고는 하는데.

오늘은 한 것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하다.

왜 그런 걸까

이번주는 말이다. 지욱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힘을 얻기 의해 대화를 시도해도 피곤하다는 답이 들떠있던 내 마음이 식게 되었다.


준비해 두었던 질문덩어리들이 쿵 내려앉았다.


결혼을 준비하며 싸우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의 감정의 무너짐은 몇 번 있었다.


결혼을 해도 내가 원하는 가정은 이루기 힘들 것이다.

남편과 대화로 힘을 얻고, 대화를 통해 이어가는 것은 어렵겠지.

알고 있으면서 결혼을 준비하는 것은 괴롭다.

그것들 말고 나에게 행복을 줄 것들을 찾아야 한다. 친구들을 만들고 나 혼자만의 생활패턴을 만들고, 책을 읽어야지 결심했다. 요리도 양껏 해야지.


내가 지욱이가 좋아서 로망을 가지는

것인지, 결혼이라는 재도에 대한 로망으로 지욱이를 괴롭히는 걸까

결혼 왜 하는 건지 질문을 던져본다.


버스를 탔는데 문자가 왔다.

지욱이가 화난 거 있냐고 물었는데, 없다 했다

그렇지만 행동은 차가웠다.

차에 내리면서 뽀뽀도 애교도 눈 맞춤도 않고 짐을

챙겨 급하게 내렸다.


사실


미웠나 보다.


항상 효율을 따지는 남자친구가 미웠나 보다

데리다 주는 게 싫어

이리저리 변명하는 모습이 보기 싫어

그냥 역에 내려달라 했다.


쉽게 내려주는 모습에 치사해서 화난 걸까.?

말이라도 데려다준다 하지..


‘그래 나 삐졌다’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솔직한 나의 대화는 싸움이 될게 분명한 주제이니

그냥 나 혼자 삭히는 게 지혜로운 선택이다.


싸우지 않고 풀기 위한 대화도

어쩔 때는 더 큰 싸움을 불러오기도 하니 말이다.


화날 포인트가 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나도 내가 왜 화가 났는지 고민해 보았다.


1. 그냥 날 데리다주기 싫어했던 그 축 쳐진 텐션일까

2. 삐진 지욱이를 풀기 위해 한 것 애교 부리고 거절당한 나의 모습이었나?

나라고 매번 거절당하는 수치가 없는 건 아니다 칫


3. 나의 애교로 상대를 귀찮게 하는 걸까

같이 안고 뽀뽀하고 눈맞춤하고 대화하는 것들이 상대를 옥죄는 걸까

내가 상대를 피곤하게 하는 연애를 하는 걸까 생각이 들어 물어봤다


내가 너무 귀찮게 하고 오빠를 옥죄는 걸까



바로 돌아온 대답은 또 홀로 울게 만들었다.

나 병신인가 혼자 물어보고 그 대답에 가슴 아파한다.

난 왜 이런 관계를 이어가는 걸까



모든 게 다 복합적인 부분이었겠지..?




요즘 들어

장난으로 하는 말이 있는데,


‘정화 너무 불쌍해’


남자친구는 장난으로 받아친다

‘지욱이는 너무 불쌍해’


웃고 넘어가는데,

진심이다.


미래의 정화는 정말 많이 외로울걸 안다

난 내 미래를 너무 잘 안다

근데 왜 결혼하려 할까


어떤 만남을 해도 똑같을 것 같다.

어떤 남자를 만나도 나의 행동은 과하고 상대를

옥죄일 것이고 나의 행복을 바라는 대화는 상대를 버겁게 할 것이다. 그럼 난 또 상처받고, 할 것이기에


무엇보다 8년간 연애를 포기하고 다시 다른

연애는 두려움이 크다.


물론 지욱이의 좋은 점이 가득하지 그래서 결혼을 결심하고 미래에 대한 그림도 환상적이다.

그럼에도 대화의 ‘툭’ 끊어짐은 슬프다.


내 친구들과 대화하면 그렇지 않은데,

친구같이 대화를 더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연애를 하고 그런 결혼을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공주 놀이 하다가 적당히 행복하고 내가 원하는 것들을 조금만 누리고 행복해야겠다.


난 이런 겨우 작은 것들로 상처받지 않아야 한다.

난 보다 단단해져야 한다.

노가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결혼해도 행복해지기 위해

쓸데없는 질문 대화 하지 않기

내가 상처받을 거 알면서 혹시나 좋은 대답을

기대하는 부정적인 질문 하지 않기

너무 많은 걸 말하지 않기


이 글을 쓰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걸까

가장 힘들고 외롭고 기쁠 때 생각나는 사람인데, 왜 나를 가장 힘들고 외롭고 기쁘게 만들까


바보여서 다행이다. 슬퍼도 내일은 슬픔을 잊어버리는 사람이어서 다행이다. 이런 다짐도 내일은 웃으며 또 전화기를 끊으려 하지 않고 밝게 통화할듯하다.

그게 나의 모습이어서 다행이다.



안녕 나 바보 저러고 2일 뒤 지금 글을 또 쓴다.

난 오늘 아침엔 회사 화장실에서 꺼이꺼이 울고, 지금은 싱글벙글 행복하게 글을 써 내려간다.

사람은 참 단순하,, 아니 내가 참 단순하다.

지욱이 없는 미래는 불행하다. 인생은 혼자다라는 다짐과 혼자 해내고, 감정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을 한 후로는 너무 괴로웠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런 삶이 살아지지 않아서


난 사람들을 사랑하고, 친구와 가족을 사랑하며, 지욱이도 사랑한다. 그런 내가 세상과 단절하고, 감정을 숨기고, 혼자 행복하려는 방법을 찾는 건 불행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인정하려 한다. 난 사랑을 해야 한다. 사랑을 또 받고 싶다. 슬픔을 온전하게 누린 뒤 난 또 배웠다. 난 또 성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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