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허파' 금정산, 마음껏 숨 쉬는 날

by 연산동 이자까야

금정산을 흔히 부산의 '진산(鎭山)'이라고 하죠. 사실 진산은 쉬운 말 같지만, 제법 어려운 단어인데요. '진짜 산' '참된 산' 이런 뜻은 아닙니다. 풍수지리상 고을이나 도읍의 뒤쪽에 자리해 그 지역을 보호하는 산을 의미합니다. '주산(主山)'이라고도 하죠.


진산 말고 금정산을 표현하는 단어는 또 있습니다. 원래 금정산을 두고 부산의 '허파'라는 말을 더 친숙하게 썼습니다. 허파는 우리 몸의 호흡기 기관 '폐'입니다. 산소를 공급해 피를 맑게 해주고, 혈액이 운반한 이산화탄소를 몸 밖으로 내보내 우리가 숨 쉴 수 있게 하죠. 폐가 제 기능을 못 하면, 사람은 죽습니다. 그만큼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 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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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금정산이 가지는 가치 역시 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 금정산은 부산의 대기를 정화합니다. 부산 사람이라면 한 번씩은 올랐을 자연공원이기도 합니다. 한때 중고생의 단골 소풍 장소로, 호연지기를 기르는 수련장 역할도 했고요. 우리나라 산성 중 가장 긴 금정산성도 1703년 이후 금정산을 든든하게 감쌉니다.


해발 801.5m 금정산 정상 고당봉은 또 어떤가요. 2016년 낙뢰를 맞아 쓰러진 표석을 부산시민 성금으로 다시 세웠을 만큼 값진 봉우리입니다. 북문에서 고당봉으로 오르다 보면 마주하는 금샘도 빼놓을 수 없죠. 움푹 파인 바위에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금빛 물이 고였다고 해서 금샘입니다. 금샘 아래엔 갖은 보물을 품은 천년고찰 범어사가 있습니다. 금색 물고기가 하늘에서 내려와 헤엄치고 놀았다는 설화에서 사찰 이름을 땄습니다.


이처럼 금정산이 부산에 베푼 유무형 혜택은 감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부산 6개 구와 경남 양산시에 걸친 웅장한 산. 그 어떤 인공 시설도 금정산을 흉내 내지 못합니다.


하지만 부산의 진산이자 허파인 금정산은 숱한 세월 무허가 건축 등 난개발에 몸살을 앓았습니다. '아파트 숲'에 갇히고, 습지는 훼손되고, 수십 년 매립된 거대한 쓰레기가 발견돼 포클레인으로 파내고 덤프트럭으로 실어 나르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그랬던 금정산이 부산시민의 20년 염원을 받아 국립공원으로 보호받을 날이 머잖았습니다. 2005년 필요성이 제기된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은 2014년 시민 서명운동으로 불붙었고, 2019년 부산시가 당시 환경부에 건의하면서 공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범어사를 비롯해 금정산을 낀 지자체와의 협의, 전체 면적의 82%에 달하는 사유지 주인 설득 등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죠.


결국 지난해 말 국립공원 추진에 뜻이 모였습니다.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은 지난 8월 산림청, 9월 국토교통부 심의를 각각 통과해 이미 9부 능선을 넘었죠. 이에 이달 중 결정될 기후에너지환경부 심의만 남았는데요. 15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금정산을 찾아 "금정산이 생태·문화 측면에서 국립공원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는 만큼 지정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해양관광 자원이 풍부한 부산에 금정산 국립공원이라는 산악관광 자원이 융합돼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금정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국가 예산으로 탐방로를 포함한 안전·편의시설이 확충됩니다. 또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관리가 이뤄져 생태·문화 자원을 잘 보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24번째, 그리고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이 될 금정산. 부산시민의 자긍심이 되고, 부산을 숨 쉬게 할 '진짜 허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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