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교육 예산' 대폭 삭감한 정부

by 연산동 이자까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시청자미디어재단의 핵심 공익사업 예산이 대폭 감축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미디어 공공성 회복과 미디어 주권 향상'을 내세웠지만, 핵심 정책들이 예산 단계에서 축소되며 이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이 시청자미디어재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재단의 2026년도 정부 예산안 규모는 415억2500만 원으로 올해 예산(459억7900만 원)보다 9.7% 삭감됐습니다. 특히 재단이 수행하는 전국민 대상 미디어 역량교육 강화 예산은 올해 49억5000만 원에서 내년 11억8000만 원으로 76.1%나 감소했는데요. 이에 따라 교육에 참여하는 전체 인원은 올해 55만 명에서 내년 13만 명으로, 같은 기간 청소년 대상 교육은 253개교에서 36개교로, 유아·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 대상 교육 역시 118개 기관에서 12개로 각각 줄어들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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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예산 감축은 단순 교육 축소를 넘어 세대·계층별 미디어 격차를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직격탄을 맞는 건 노년층, 장애인 등 미디어 취약계층인데요. 보이스피싱 등 디지털 범죄 피해 증가로 직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유아·어린이·청소년이 교육을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매체 문해력)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듭니다. 재단은 매년 학교 방문형 교육과 특강을 통해 청소년 대상 예방교육을 추진해왔는데, 이러한 프로그램이 축소되면 미디어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들이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사라지게 됩니다.


실제로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딥페이크(이미지 합성 조작물) 성범죄의 피의자 연령은 어려지는 추세입니다. 피의자의 80%가 10대로 확인되는 등 많은 청소년이 이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한 채 가담했습니다. AI 기술의 보급으로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앱이나 프로그램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데 능숙한 청소년들이 허위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했죠. 상당수는 심각한 범죄라는 자각 없이 장난과 조롱, 희롱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 것인데요.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는데 디지털 교육 수준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벌어진 일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에 관련 교육 예산을 증액하고, 교육 과정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죠.


인터넷 환경에서 허위정보 대응 역량 강화 사업 예산도 올해 4억7500만 원에서 내년 4억400만 원으로 축소됐습니다. 비상계엄 사태를 거치면서 사회 전반에 '가짜뉴스'에 기댄 혐오 정서가 어느 때보다 팽배한 상황입니다. 텍스트는 물론이고 이미지와 영상의 생산·유통이 더욱 쉽고 빠르게 이뤄지면서 가짜뉴스의 위험성은 더욱 커졌는데요. 혐오를 조장하는 가짜뉴스가 확산하면서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 부족한 청소년뿐만 아니라 노년층이 고스란히 영향을 받았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때 시작된 이 사업은 실시 첫해인 2020년 5억6000만 원을 시작으로 2021년 27억4000만 원, 2022년 17억4000만 원 등 꾸준히 많은 예산을 쏟았습니다. 그러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23년 6억1000만 원으로 감액됐고요. 지난해 10억2700만 원으로 복원시켰다가 다시 4억7500만 원으로 깎은 것인데요. 이를 또 줄이려는 상황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로 '미디어 공공성 회복과 미디어 주권 향상'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핵심 정책들이 예산 단계에서 축소되는 모순이 발생했죠. 최 의원은 "시청자미디어재단의 핵심 사업 예산 삭감은 단순한 재정 조정이 아니라, 국민의 디지털 접근권과 정보 판별 능력 등을 위협하는 문제"라며 "국회는 예산 복원과 제도적 지원을 통해 국민 기본권 보장과 미디어 공공성 회복을 강력히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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