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한 고교생이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18일 오전 6시 17분 한 고교생이 학교 인근 길가에 쓰러졌습니다.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이 학생은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 경련을 일으켰죠. 구급대는 이송이 가능한 병원 3곳을 포함해 8곳에 연락을 했지만 거부당했습니다. 환자가 성인이 아니어서 소아신경과 진료 대상이며, 병원에 전문의가 없어 응급처치 후 진료가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그 사이 1시간이 흘렀고, 심정지 상태에 빠진 뒤에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병원들은 소아신경과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환자 이송을 거부했지만, 의사 부족과 진료과목 쏠림에 따른 의료 공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비수도권 필수 의료 붕괴 위기
비수도권 병원은 의사 부족으로 만성 인력난에 시달립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 인구 1000명 당 필수의료 전문의 수는 평균 1.86명인 반면, 비수도권은 0.46명에 불과합니다. 이에 심각한 의사 인력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죠.
의사를 비수도권으로 유도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러면서 지역의사제 도입 논의에 속도를 붙였죠. 지역의사제는 의대생을 뽑을 때 특별 전형을 실시해 국가가 학비·교재비·기숙사비 등을 전액 지원하고, 이 전형으로 입학한 의대생은 의대 졸업 후 일정 기간(최대 10년) 특정 지역에서 의무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지난 9월 당정협의회가 올 정기국회에서 입법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 17일 국회복지위원회는 '지역의사 관련 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며 시동을 걸었습니다. 지난 18일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원회를 통과했죠. 이에 따라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가 의대 정원 추계 결과를 내놓는 2027년도 정원부터 제도가 적용될 전망입니다.
지역의사제 도입을 통해 수도권에 집중된 의료 인력을 분산시켜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이겠다는 취지입니다. 또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지역에 부족한 필수 의료 분야 인력을 확보해 특정 인기 진료과에 집중된 의료 인력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겁니다. 지난 9월 비수도권 병원에서 8개 진료 과목의 전공의 충원율(35.8%)이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인력 공백이 심화하고 있어 더는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직업 자유냐 공공의료냐
지역의사제의 주요 내용은 지역의사 전형으로 뽑은 의대 신입생들에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학비·기숙사비 등을 전액 지원하고, 이들에게 의대 졸업 후 최대 10년간 지역에서 의무 근무를 시킨다는 게 골자입니다. 복무지역 내 필수과목 수련 기간은 전부를, 복무지역 내 기타 과목 및 인턴 수련 기간은 절반만 인정하기로 했죠.
의무복무 이행을 위한 방안으로는 '조건부 면허' 제도가 포함됐는데,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1년 내 면허 정지' 처분을 받도록 했고, 면허 정지가 3회 이상 누적되면 의사 면허가 취소됩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거주 이전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이라며 지역의사제 도입에 반대했습니다. 2020년 7월 문재인 정부는 10년간 의사 4000명 추가 양성과 지역의사제를 추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막혀 무산됐죠.
의료계에선 ▷10년 의무복무와 근무지 제한이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의무 불이행 때 면허 취소는 과잉금지원칙 내지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며 ▷불가피하게 해당 전형을 선택하는 청년에게는 사실상 강제적인 제도라고 비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