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길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건물이나 상가에 커다랗게 붙여 놓은 '임대' 알림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무인 점포입니다. 주인이나 종업원이 없는 점포를 말합니다. 무인 점포는 다양합니다. 무인 편의점,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무인 카페, 무인 인형 뽑기방 등등. 심지어 무인 일회용 반찬 가게, 무인 계란 점포까지 등장했습니다. 무인 점포가 증가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건 인건비 절감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무인 점포를 볼 때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그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생각입니다.
따지고 보면 기술이 발달하면서 많은 사람과 직업이 사라졌습니다. 고속도로 요금소나 주차장에서 요금 받던 분들부터 대형 마트 계산원들, 은행 창구 직원들까지. 많은 사람과 직업이 사라졌습니다. 그 자리를 모두 기계가 대신했습니다.
물론 극렬한 반발도 따랐습니다. 노조를 중심으로 인원 감축, 대량 해고에 저항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러다이트 운동'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합니다. 러다이트 운동은 1811~1817년 영국에서 방직기 등 기계화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하며 저항한 투쟁을 말합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이란 대세를 거스를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최근 AI(인공지능)가 인간의 영역을 점점 파고들고 있습니다. 뉴스 기사까지 AI가 쓰는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AI 시대의 불똥은 프로그램 개발자들에게도 튀었습니다. 프로그래머 해고 사태 뉴스가 심심찮게 등장했습니다. 그러자 눈치 빠른 연구소나 언론은 재빠르게 AI 시대에 살아 남는 직업 같은 주제를 연구해서 공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관심을 모으는 일이 있습니다. 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 부산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지회는 부산대에 총장과의 간담회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생협이 학내 매점에서 일하다 정년퇴직하는 정규직 노동자의 후임을 뽑지 않고 무인 계산대와 아르바이트생 고용 등으로 업무 공백을 메우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논의하기 위해서입니다.
노조는 무인화 추세로 정규직 노동자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아직 후임자 채용 문제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이 문제는 무인화가 불거질 때마다 거의 비슷한 형태로 되풀이됩니다. 노조의 주장도, 사측의 입장도 비슷합니다.
기술 발전과 일자리. 이에 대해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합니다. 양립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주장하는 쪽이 있습니다. 주로 노동자나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반면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세력과 경영자,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양립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기계가 대신하는 일자리는 없어지지만 새로운 기술과 함께 새로운 일자리가 계속 만들어진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산업 구조 개편을 거론합니다.
누구 말이 맞을까요?
그동안 흐름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많은 일자리가 사라진 것은 맞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러면 사라진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