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 노동 현장은 ‘전쟁통’과 다름없습니다.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15년 차 급식 조리사 A 씨는 매일 520인분의 급식을 만듭니다. 5명의 적은 인원으로 식자재 검수부터 손질, 조리, 배식, 설거지, 청소까지 감당합니다. 제시간에 급식이 제공될 수 있도록 ‘타임어택’하듯 쉴 새 없이 움직입니다. A 씨는 “급식 노동이 건설 노동보다 힘들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최근 학교 급식 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속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가 학교 급식 현장의 인력난 해결과 저임금 개선을 요구하며 릴레이 총파업을 벌였습니다. 파업은 권역별로 하루씩 진행됐습니다. 지난달 20일 서울 인천 강원 충북 세종을 시작으로 지난달 21일에는 광주 전남 전북 제주 노동자들이 파업했습니다. 지난 4일에는 경기 대전 충남에서, 지난 5일 경남 경북 대구 부산 울산에서 파업을 진행했습니다. 급식 노동자들의 파업은 매년 반복되는 일입니다. 올해도 다르지 않았죠.
급식 조리실에선 강도 높은 노동이 이어집니다. 급식 노동자들은 무거운 솥을 옮기고, 식자재를 나르고, 뜨거운 불 앞에서 대용량의 음식을 조리합니다. 골절·화상 등 산재 사고도 자주 발생하죠. 가장 악명 높은 위험 요소는 기름을 가열할 때 나오는 매연인 ‘조리흄’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2A군 발암물질입니다. 지난 5년간 급식 노동자 178명이 폐암 산재 인정을 받았고, 확인된 사망자만 15명에 달합니다.
‘몸을 갈아서’ 일한 뒤 받는 기본급은 턱없이 적습니다. 조리사와 조리·교무·행정실무사 등이 포함된 ‘교육공무직 2유형’의 기본은 올해 월 206만6000원으로, 월 최저임금 209만6270원보다 3만270원 적습니다. 발암물질에 늘 노출되는데 위험수당은 5만 원뿐입니다. 노동 강도에 비해 한없이 부족한 임금도 모자라 급식 조리실은 항상 인력난에 시달립니다. 게다가 정규직 교사와 달리 방학 기간에는 임금이 지급되지 않습니다. 교육공무직 노동자는 겸업 금지 규정이 적용돼 방학 동안 다른 일을 할 수도 없습니다. 학교장 승인하에 겸업이 가능하지만 허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학교 급식 제도는 노동자들의 고강도 저임금 노동으로 지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파업에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와 학교라는 공간의 특수성이 겹치면서 급식 파업은 유독 따가운 눈총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의 밥을 볼모로 잡고 갑질을 한다’는 비판도 잇따랐습니다. 한 교원단체는 “학교는 한순간도 멈춰서는 안 되는 필수 공공재”라며 파업을 규탄했습니다. 급식 노동자에게 돌아간 비난을 멈추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대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9일 국회 교육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학교급식법 개정안에는 정부와 지자체가 학교 급식 종사자의 건강 보전 책임을 지도록 하고, 이들의 근무 환경과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연내에 학교급식법이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부터는 좀 더 나은 노동 환경이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