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통합, 그래서 누가 수장이 될 것인가?

by 연산동 이자까야

부산과 경남의 행정통합 문제가 뜨겁습니다. 지난 13일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가 행정통합이 필요하다는 판단과 함께 통합 이후 갈등 최소화를 위해 주민투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부산 경남의 행정통합은 갑자기 불거진 사안이 아닙니다. 애초 부산 경남 울산은 특별연합(메가시티)을 추진하다 2022년 지방선거 후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그러다 부산 경남의 행정통합이 재점화됐습니다.


행정통합은 부산 경남만의 일이 아닙니다. 대전·충남과 광주·전남이 행정통합을 진행 중입니다. 두 곳은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 선출까지 바라봅니다. 부산 경남은 두 곳에 비하면 늦은 편입니다.


행정통합 목적은 꽤 명확합니다. 지역의 자치단체가 통합해 수도권 일극체제에 맞서자는 겁니다. 경제와 인구 규모를 키워 수도권과 경쟁하겠다는 계산입니다. 인구와 경제가 갈수록 쪼그라드는 지역의 발버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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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야기의 포커스를 부산 경남으로 맞추겠습니다. 행정통합까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가장 먼저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하는데 여의치 않습니다. 현행법상 주민투표는 지방선거, 총선 등 다른 공직선거와 동시에 치를 수 없고 단독 실시만 가능합니다. 더구나 공직선거 6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실시할 수 없어 올해 4월 3일 이전에 주민투표를 해야 합니다.


또 주민투표에 최소 수백억 원이 투입돼 막대한 예산도 부담입니다. 일각에서는 부산 경남은 올해 지방선거에서 행정통합을 이뤄 통합단체장을 선출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지방선거 후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알 수 없습니다. 앞서 2022년 지방선거 후 메가시티가 무산된 것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젠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겠습니다. 조금 더 근원적으로 행정통합을 살피겠습니다. 기자가 겪었던 경험도 가미하겠습니다.


행정통합 사례를 떠올리면 먼저 통합 창원특례시를 꼽을 수 있습니다. 2010년 7월 1일 마(산)창(원)진(해)을 하나로 묶어 출범했습니다. 출범 후 16년이 지났습니다. 과연 마창진 주민들은 통합에 만족하고 있을까요?


지난해 8월 '한겨레21'은 표지이야기로 마창진 통합을 다뤘습니다. 제목만 봐도 내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다 빼앗기고 이름까지 먹혔다…통합 15년, 골병 든 마창진"

"마산·창원·진해 묻지마 통합 후유증…마산·진해 쇠퇴하고 자기결정권 실종, 정체성 소멸에 헤어질 결심마저 스멀스멀"


2018년 기자가 경남도청을 취재하면서 만났던 마창진 주민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긍정보다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았습니다. 그들은 주민 의사보다 정치인과 자치단체장이 통합을 주도한 점을 문제로 꼽았습니다.


부산에서는 2017년 원도심(영·중·동·서구) 통합을 추진했습니다. 통합은 해당 기초지자체가 아니라 부산시가 주도했습니다. 일부 기초지자체가 극렬하게 반발하면서 결국 통합은 무산됐습니다.


부산과 경남의 사례를 보면 행정통합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행정통합을 무난하게 이끌고, 후유증을 남기지 않으려면 두 가지 필수 조건을 이행해야 합니다. 먼저 주민 동의입니다. 마창진과 부산 원도심 사례를 보면 통합을 주도한 것은 주민이 아니었습니다. 정치권과 단체장들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다행히 공론화위가 주민투표를 제안해 문제없이 통과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아주아주 미묘한 문제가 있습니다. 주민투표를 통과했다고 하면 누가 통합단체장이 되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남습니다. 당장 현직인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만 놓고 상정해도 미묘해집니다. 둘 중 한 명이 3선 제한에 걸린다거나 시원하게 양보하지 않는 이상 경쟁이 불가피합니다.


그래서 박 시장과 박 지사의 의중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지자체 행정통합을 했을 때 얼마나 지원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습니다. 박 시장은 이르면 다음주께 박 지사를 만나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논의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박 시장과 박 지사의 말과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면 행정통합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두 가지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좀 더 자세하게 다루면 행정통합은 아주 복잡다단합니다. 정부 지원부터 통합에 따른 지역의 명칭 존속여부까지 따져야 할 게 무궁무진합니다.


부산 경남 행정통합은 이뤄질까요? 앞서 부산 경남을 '가깝고도 먼 관계'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런 부산 경남이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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