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단골로 나오는 기사가 있습니다. 늦깎이 학생에 관한 사연을 담은 뉴스입니다. 올해도 나왔습니다.
먼저 기사 내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부산시교육청은 10일 청사 대강당에서 '제12회 문해교육 프로그램 학력 인증서 수여식'을 개최합니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학령기 배움의 기회를 놓친 만 18세 이상 비문해·저학력 성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지난해까지 2000명이 초등과 중학 학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올해 최고령은 무려 96세입니다. 96세의 졸업생은 졸업식에서 소감을 발표합니다.
또 있습니다. 사하구 은항교회에서 학력인정 교육시설인 부경보건고와 병설 부경중의 늦깎이 학생 419명의 졸업식도 열립니다. 매년 이곳 졸업식장은 웃음과 눈물바다가 됩니다. 수많은 사연도 쏟아집니다. 올해는 12번의 항암 치료 중에도 학업을 병행해 중학교를 졸업하는 분의 이야기가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늦깎이 학생 사연을 접할 때마다 오래전 대학 시절 친구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그 친구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어머니 한글 교육이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3개월이 배움의 전부였던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친구는 초등학생 교재를 구해 어머니와 함께 공부했습니다. 그 친구는 어머니가 띄엄띄엄 국어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고 했습니다.
최근 가장 자극이 됐던 뉴스는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 소식입니다. 권 이사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치 인생을 함께 한 원로입니다. 권 이사장은 81세였던 2011년 한국외대 대학원 영문학과 석사과정을 시작해 2년 만에 국내 최고령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어 2023년 93세에 국내 최고령 박사에 도전했습니다.
그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백 살 될 때까지, 죽을 때까지 공부할래요. 공부는 끝이 아니요, 계속이요." "삶은 끊임없는 도전과 배움의 연속입니다. 나이는 더 이상 한계가 아닙니다." 아마도 권 이사장은 공부에 관한 비공식적인 '나이 한계선'(?)을 넓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공부 또는 배움을 어렵게 여길 필요는 없습니다. 당장 주위를 둘러보면 배움의 기회가 널려 있습니다. 그 사례를 하나 알려 드리겠습니다.
최근 본의 아니게 '퇴직자들의 생태계'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국내에서 베이비 붐 세대가 퇴직과 함께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많은 베이비 붐 세대 퇴직자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그들이 향한 곳이 퇴직자 생태계입니다. 특별한 곳이 아닙니다. 당장 주위를 둘러봐도 찾을 수 있습니다. 거리 곳곳에 내걸린 플래카드에 '평생 교육 프로그램'을 알리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온라인으로도 쉽게 검색할 수 있습니다.
'평생 교육'이란 이름으로 기초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프로그램과 강좌가 경쟁적으로 열려 있습니다. 내용도 다양합니다. 최근 가장 뜨거운 인공지능(AI)과 관련된 강좌부터 문화유적 답사, 클래식 음악 듣기 등 천차만별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제2의 인생을 지원해 줄 자격증 교육도 많습니다. 비용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부분 무료이거나 소액만 내면 됩니다.
이런 교육은 퇴직자들에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누구에게도 열려 있습니다. 배움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앞서 소개한 권 이사장의 말처럼 스스로 한계를 만들지 말고 배움의 바다에 풍덩 빠지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