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가 기억해야 한다

by 연산동 이자까야

혹시 영화 오늘은 스포츠에 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현재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이 열리고 있고,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가 한창입니다.

특히 올해는 4년마다 돌아오는 스포츠 빅 이벤트가 줄줄이 펼쳐집니다. 동계올림픽에 이어 3월에는 겨우내 야구팬이 기다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개최됩니다. 6월에는 전 세계 축구팬을 열광하게 만드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 벌어지고, 9월에는 제20회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열립니다.


국내 프로야구 정규리그도 다음 달 막이 오릅니다. 그러면 롯데는? 이젠 물을 힘도 없습니다. 그냥 야구 자체를 즐기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많은 스포츠 선수를 만났습니다. 한두 명을 콕 집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은 선수가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래도 그중 딱 한 명을 고른다면 수영선수 김민석입니다.

21764_3232804_1770802198492382153.jpeg

김민석 선수를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잠시 소개하겠습니다. 현재 한국 남자 수영의 간판은 황선우와 김우민 선수입니다.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 최초의 수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태환 선수가 있습니다. 그보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김민석 선수가 등장합니다.


부산 출신인 김민석 선수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50m 금메달리스트입니다. 잘생긴 얼굴과 독보적인 기량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습니다. 한마디로 한국 남자 수영의 역사를 쓴 선수입니다.


김민석 선수의 전성기 때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최고 선수가 되려면 지옥 같은 훈련을 소화해야 합니다. 훈련을 많이 하면 세포가 기억합니다. 그러면 경기 중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반응해서 움직입니다. 그런 수준이 되려면 '이러다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공포가 들 정도로 훈련해야 합니다."


어떻습니까? 스포츠 선수들이 왜 죽을힘을 다해 훈련하는지 이 말을 듣고 나면 이해가 되지 않습니까.


2024년 파리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건 김우민 선수는 경기 후 "온몸이 타들어 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아마도 김우민 선수를 움직인 건 세포에 각인된 훈련이었을 겁니다. 참, 김우민 선수도 부산 출신입니다.


올해 동계올림픽은 유독 스포츠팬들의 관심을 적게 받고 있습니다. 3전 4기로 도전해 37세에 꽃을 피운 스노보드의 김상겸 선수와 고교생 유승은 선수의 스토리는 흥미진진하지만 역대 올림픽과 비교하면 그렇게 뜨겁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앞서 소개한 김민석 선수의 말을 되새기며 동계올림픽을 본다면 생각이 조금 달라질 겁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뿐만 아니라 참가한 선수들은 온몸의 세포가 기억할 정도로 엄청난 훈련을 소화했습니다. 그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새겨진 땀방울까지 느낄 수 있다면 선수들이 달리 보일 겁니다.


이제 야구 이야기도 해야겠죠. 롯데 선수들이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모습을 국제신문 기사와 영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통합 접할 수 있습니다.


이젠 그들이 왜 그렇게 열심히 훈련하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겠죠? 실제 가까이에서 보면 안쓰러울 정도입니다. 예전 롯데 선수의 엉망진창인 손바닥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방망이를 들고 얼마나 훈련을 많이 했으면 손바닥에 성한 곳이 없었습니다. 선수들이 그렇게 훈련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세포가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밥 먹고 훈련하고, 또 밥 먹고 훈련해도 프로야구로 성공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프로야구 무대는 치열한 전쟁터입니다.


마지막으로 예전 다른 칼럼에 썼던 선수 사연을 한 번 더 소개하겠습니다. 지금은 아주 유명한 스타인 선수가 신인일 때 경기를 너무 못했습니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 외야 수비에서 '만세'를 불러 팀 패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던 선수라 경기 후 찾아갔습니다. 수비 훈련을 더 하라는 말을 하려고.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어렵게 찾았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깔끔한 사복으로 갈아입은 뒤 퇴근했지만 그 선수는 웨이트장에서 훈련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흙이 묻은 유니폼을 그대로 입은 채. 더욱이 유니폼에 벌겋게 배인 핏자국까지 선명했습니다. 그는 그렇게 독하게 훈련했고, 결국 스타가 됐습니다.

작가의 이전글권노갑 "나이는 더 이상 한계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