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잘 보냈습니까? 통상 명절 연휴 기간 전후에 꼭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른바 '명절 밥상머리 민심'입니다. 네이버 AI 브리핑은 이 단어를 '명절에 가족·친지들이 모이며 생기는, 민생(먹고사는 문제)과 정치 이슈가 대화의 중심이 되는 현상을 뜻한다'고 풀이했습니다.
이번 설 연휴 동안 밥상머리 민심은 무엇이었습니까? 19일 예정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와 매일 경쟁하듯 쏟아지는 행정통합 소식, 거기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까지 굵직한 뉴스들이 많았습니다. 워낙 파급력이 커 자세한 분석이 담긴 관련 뉴스들이 연휴에도 쉴 새 없이 나왔습니다.
여기선 다른 뉴스에 주목하려고 합니다.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연휴 기간 핑퐁 핑퐁 거리며 언론을 탄 부동산 정책이고, 또 다른 하나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의 도박장 출입 파문입니다. 두 소식을 접할 때마다 혈압이 오른 분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우선 부동산 정책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야당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SNS를 통해 반론과 재반론을 펼치며 논쟁을 벌였습니다. 설전을 일부 살펴보려고 하는데, 혹시 빠뜨린 것이 있거나 한쪽으로 살짝 치우친다는 기분이 들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연휴 때 잠시 내려놓아서….
최근 소식부터 보겠습니다. 이 대통령은 18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다주택 보유가 이익 아닌 부담이 되게 해야 할 정치인들이 특혜를 방치할 뿐 아니라 다주택 투기를 부추기거나 심지어 자신들이 다주택에 따른 초과 이익을 노리는 이해충돌까지 감행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이 경우 굳이 사회악을 지목해 비난해야 한다면, 나쁜 제도를 활용한 다주택자들이 아니라 나쁜 제도를 만들어 시행한 정치인들이 받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글에는 전날 장 대표가 이 대통령을 향해 "다주택자를 무조건 사회악으로 규정한다"고 비난했다는 내용을 다룬 언론 기사가 첨부됐습니다. 장 대표의 비판에 정면으로 반박한 셈입니다.
같은 날 장동혁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아들아, 지금 우리 노인정은 관세허구 쿠팡인가 호빵인가 그게 젤 핫허다"라며 "날 풀리면 서울에 50억짜리 아파트 구경가기루 혔응께 그리 알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고위 당국자의 고가 아파트 보유 논란이 이곳저곳에서 불거진 정부 여당이 자신의 다주택 보유 문제를 두고 공세를 펴는 데 대해 노모의 말을 빌려 반박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장동혁 대표께서 청와대에 오시면 조용히 여쭤보고 싶었던 게 있는데, 이번 기회에 여쭙겠다"며 "국민의힘은 다주택자를 규제하면 안 되고, 이들을 보호하며 기존의 금융 세제 등 특혜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시느냐"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野 "李 대통령 분당아파트 팔고 주식 사라" 與 "장동혁 주택 6채"'라는 제목의 기사와 함께.
그러자 장 대표는 "대통령 때문에 새해 벽두부터 불효자는 운다"며 "명절이라 95세 노모가 살고 계신 시골집에 왔다. 대통령이 X에 올린 글 때문에 노모의 걱정이 크다. '이 집 없애려면 내가 얼른 죽어야지…에휴'라신다"고 적었습니다. 장 대표는 "공부시켜서 서울 보내놨으면 서울에서 국회의원 해야지, 왜 고향 내려와서 대통령한테 욕먹고 지랄이냐고 화가 잔뜩 나셨다"며 "홀로 계신 장모님만이라도 대통령의 글을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까지 참전해 확대재생산 되고 있습니다. 워낙 많고 분량도 길어서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판단은 국민의 몫입니다.
다음은 더 혈압 오르는 소식입니다. 한마디로 날벼락입니다. 올 시즌 롯데의 가을 야구를 기대하던 팬들의 가슴에 찬물을 끼얹은 뉴스입니다. 지난 1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대만의 한 도박장에 있는 롯데 선수 3명(고승민 감동혁 나승엽)의 CCTV 화면 사진과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구단 확인 결과 김세민의 연루도 파악됐습니다. 구단은 4명을 즉각 귀국 조치했고, 한국야구위원회(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접수했습니다. 징계 수위가 결정될 때까지 선수 4명에게 근신 처분이 내려졌고, 구단 활동에서도 제외됐습니다.
4명 중 나승엽과 고승민은 롯데의 새로운 히트 상품인 '윤나고황'의 핵심 멤버입니다. 올 시즌 롯데 내야와 타선을 책임지는 선수들입니다. "왜 그랬냐?" "구단은 무엇을 했냐?"고 묻고 싶지도 않습니다.
올 시즌 9년 만의 가을 야구 도전에 나선 롯데는 첫걸음도 떼기 전에 치명타를 입었습니다. 주력 선수들의 공백도 문제이지만, 남은 선수들이 받는 심리적인 타격도 엄청납니다. 직접 보지 않아도 현재 롯데 선수단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올 시즌은 김태형 감독의 계약 마지막 해입니다. 명장의 마지막 도전을 기대했던 팬들은 뜻하지 않게 정규리그 개막도 하기 전에 또다시 마음을 비워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도대체 롯데 팬은 무슨 죕니까. 해마다 마음을 내려놓지만 올해는 그 시기가 너무 이릅니다. 그것도 설 연휴에.